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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이슈] 남자배구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장도영 기자] 시간이 지나면 뒤엉켜있던 실들이 자연스럽게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더 뒤죽박죽 섞여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바로 현재 남자배구의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7개 구단의 상황을 파헤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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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오른 경기력으로 선두 탈환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사진=KOVO]


현대캐피탈의 ‘부활’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팀의 중심인 노재욱이 부진을 거듭하며 이길 수 있는 경기들도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선수를 질타하기보다 오히려 “경기를 지더라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고 져야 돼”라는 말로 믿음을 보였다.

이에 노재욱은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생각 없이’ 토스를 하는 것을 모토로 삼으며 코트장에 나섰다. 경기를 치를수록 노재욱은 ‘낮고 빠른 공격 플레이’를 완벽하게 선보였고, 노재욱이 살아나자 공격수들(안드레아스 공격 2위 성공률:55.34, 문성민 시간차공격 1위 성공률:78.79 이하 14일 기준)마저 잠재되어있던 공격력을 폭발시키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처럼 최태웅 감독의 따듯한 말 한마디는 슬럼프를 겪고 있던 선수를 일깨움과 동시에 팀이 선두(10승 5패 승점 31점) 탈환에 성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개막 후 지난 시즌보다 더딘 속도를 보이며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의 걸린 것이 아니냐는 평을 받았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믿음과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열정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부활에 성공했다.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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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연승 후 2연패를 당하며 위기를 맞은 삼성화재.[사진=KOVO]


‘11연승 후 2연패’ 삼성화재 적신호 발령


1743일 만에 11연승을 기록한 삼성화재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6일 현대캐피탈에게 0-3으로 완패를 당하며 추락이 시작됐다.

이어진 10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도 1-3으로 경기를 내주며 뼈아픈 연패를 맛봤다. 올 시즌 치른 두 번의 맞대결(10월 29일, 11월 18일)에서 모두 셧아웃 승리를 거둔 삼성화재였기 때문에 패배가 더욱 쓰라렸다.

문제는 바로 ‘단순한 세트플레이’였다. 삼성화재의 좌우쌍포인 타이스(득점 3위 366점)와 박철우(공격 1위 성공률:59.20)는 현재 공격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그 말은 즉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한 방을 책임져주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양 날개의 공격 패턴이 상대 블로커들에게 읽히며 차단당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황동일이 현재 세트 2위(세트당:10.47)에 랭크되어있지만, 지금과 같은 공격플레이를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삼성화재의 남은 경기들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석’이란 그 방법이 통했을 때 인정을 받는 것.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단 한 경기로도 순위가 변동되는 중위권

대한항공(8승 7패 승점 24점 리그 3위), KB손해보험(8승 7패 승점 23점 리그 4위), 한국전력(6승 10패 승점 21점 리그 5위)의 승점은 끽해야 1~3점차다. 즉, 한 경기만으로 순위가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 선수자원이 가장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베스트 멤버를 구축하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와 거의 흡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한 탓에 상대 팀들에게 수를 쉽게 읽히며 경기를 내준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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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선수 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선두권을 노리는 대한한공.[사진=KOVO]


이에 박기원 감독은 몇 선수들을 제외하곤 상대팀 스타일을 분석한 후 그날마다 색다른 주전 멤버를 활용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스타팅으로 뛸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이 없으니 선수들은 더욱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고, 상대팀 역시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플레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큰 부상 없이 선수들의 몸 상태만 더 끌어올린다면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건 시간문제다.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완벽하게 권순찬 감독의 스타일에 물들며 탈바꿈에 성공했다. 근 몇 해 동안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용병 알렉스의 활약이 가장 크다. 알렉스는 현재 득점 4위(345점), 공격 5위(성공률:53.67), 서브 3위(세트당:0.59)를 기록하는 등 오펜스 부분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주고 있다.

이어 이강원(시간차공격 2위 성공률:75.00)과 하현용(속공 2위 성공률:61.90)마저 힘을 보태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교체로 기용되는 양준식도 최근 물오른 토스를 선보이며 조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만 KB손해보험이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전력은 서재덕의 부상 후 극심한 침체의 시달리며 무너지나 싶었지만, 신예 이호건-김인혁의 활약으로 한숨 돌렸다. 하지만 지난 8일 훈련 도중 김인혁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 골절돼 전치 8주라는 결과를 받으며 김철수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그간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던 공재학이 지난 10일 삼성화재전에서 블로킹 2개 포함 15득점으로 깜짝 활약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비난 받았던 설움을 말끔히 씻어내는 모습이었다. 김인혁의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 공재학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던 서재덕이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한 만큼, 남은 3경기(19, 23, 27일)에서 얼마나 잘 버텨내느냐의 따라 한국전력의 상위권 도약의 가능성이 갈릴 것이다.

우리카드(6승 9패 승점 17점 리그 6위)와 OK저축은행(4승 11패 승점 13점 리그 7위)은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수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고비에서 항상 무너지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난 13일 우리카드가 OK저축은행을 3-0으로 무너뜨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두 팀 모두 어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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