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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이정은과 숫자놀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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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와 SEX.


# six(영어-식스, 프랑스어-시스), sechs(독일어-젝스), seis(스페인어-세이스), sei(이탈리아어-세이). 유럽 주요언어의 ‘6(육)’은 이렇게 표현된다. 모두 PIE(Proto-Indo-European, 모든 인도 유럽어의 조상어, 즉 인도유럽조어)에서 나왔으니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sex(성)가 이 six(여섯)에서 나왔다는 연구도 있다고 하는데 들여다보면 그렇게 새롭진 않다. 고대 영어와 프랑스에서는 six가 sex로 표기됐고, 심지어 지금도 스웨덴에서는 sex가 ‘6’으로 쓰인다. 또 만물의 근원을 수(數)로 본 피타고라스는 ‘6’를 완전체로 인식했다. 여자(2)와 남자(3)가 만나 교합(곱)해서 만들어졌으니 생식, 출산을 상징하는 것이다. 어쨌든 6이라는 숫자는 ‘힘’의 느낌이 난다.

# 지난해 KLPGA 신인상을 받은 이정은(21 한체대3)은 지난 27일 2017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6번이나 단상에 올랐다. 기록으로 정하는 상금과 대상, 평균타수, 다승 부문을 독식한데 이어, 현장에서 발표되는 인기상과 한국골프기자단이 선정하는 ‘베스트 플레이어’까지 석권해 꼭 6관왕을 달성했다. 그의 별명 ‘핫식스(Hot 6)’와 꼭 맞아떨어진다. 동명이인일 경우 이름 뒤에 차례로 숫자를 붙여 구분하는 KLPGA 자체룰이 그에게 ‘6’라는 애칭을 안겼고, 이는 이정은이 올해 US오픈에서 5위에 오르면서 선전하자 미국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리고 올 시즌 KLPGA를 평정하면서 ‘핫(Hot)’이라는 추가 수식어가 붙어 핫식스가 완성됐다. 그의 팬클럽 이름도 핫식스다.

# 원래 핫식스는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수 브랜드다. 찾아보니 이것도 이정은과 묘한 싱크감이 있다. 이 브랜드의 의미는 두 가지 정도. ‘6시간 동안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와 ‘(몸에 좋은)6가지 원료’를 뜻한다고. 골프선수가 18홀을 플레이하면 준비시간까지 6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에 6시간 최선을 다하면 되는 운동이다. 그런데 이정은은 골프선수 중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선수에 해당한다. 화면으로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보면 육상선수를 연상케할 정도로 상하체 근육이 골고루 발달해 있다. 실제로 KLPGA 내에서 가장 기초체력 훈련을 중시하는 선수로 통한다. 매년 겨울이면 정상욱 트레이너와 함께 3주간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훈련을 실시한다. 올해도 한체대 보충수업을 마치는 12월 13일 해남으로 내려가 태국전지훈련 전까지인 1월 11일까지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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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훈련 중인 '핫식스' 이정은의 모습


# 이정은은 ‘몸’만 강한 것이 아니다. 멘탈도 강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4살 때 아버지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한때 골프를 포기하기도 했지만, 레슨프로라도 돼 집안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채를 잡아 큰 성공을 거뒀다. 말이 쉽지 이 과정에서 어린 이정은이 닦은 정신력은 아주 단단하다. ‘애 늙은이 같다’는 촌평도 여기서 나온다. “다른 골프선수들 하고는 달라요. 참 성실하고, 진지해요. 한국 최고의 선수인데, 학교에서는 전혀 티가 안나요. 그리고 힘든 내색없이 수업도 꼬박꼬박 참여합니다.” 지난 8일 한체대에서 이정은을 잠시 만났는데,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한체대 관계자는 묻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말했다.

# 같은 날 오후 우연한 자리에서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 씨(53)의 얘기를 듣게 됐다. “어려웠던 시절요? 두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아마추어 대회에 다닐 때 돈이 없으니 주로 가장 싼 모텔을 이용했어요. 그런데 한 번은 모텔이 도저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었어요. 어쩔 수 없어 무리를 해서라도 장애인 할인을 받아 시설이 좋은 인근 호텔로 갔지요. 그런데 (이)정은이가 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아빠를 위해서라도 골프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부모로 말도 못하고 가슴이 찡한 적이 많았고, 지금도 종종 있어요. 정은이가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 식당을 찾아가죠. 그런데 시설이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지요. 그러면 정은이는 ‘(식당을 쓱 둘러본 후)이 식당 별로다. 다른 곳으로 가자’라고 먼저 말합니다.” 몸도 정신도 숫자 6처럼 강하다. 그렇다면 이정은은 누구보다 롱런할 가능성이 높을 듯싶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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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시상식에서 어머니 주은진 씨, 아버지 이정호 씨와 포즈를 취한 이정은(오른쪽).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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