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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립’ - 토미 아머의 그립 레슨

  • 2017-12-05 16:28|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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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선수이자, 스윙코치였던 토미 아머.

골프 스윙을 해 보기도 전에 이미 볼이 잘 맞을 가능성을 없애는 두 가지의 실패요인이 있다. 그 첫 번째는 그립이고, 두 번째는 어드레스 때 볼의 위치이다.

두 번째인 볼의 위치는 비교적 쉽게 교정할 수 있다. 평상 시 볼의 위치를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조금씩 옮겨가면서 가장 잘 맞는 타점을 찾으면 된다. 자기 스윙의 최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볼을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기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립이다. 그립은 골프스윙의 75% 이상을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어도 잘못된 그립을 잡고 있다면 볼을 스퀘어로 공격할 수 없다.

이에 위대한 선수이면서 스윙코치였던 토미 아머의 그립에 대한 레슨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마도 내년 시즌을 대비한 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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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아머의 스윙 모습.


‘실버 스코트’

토미 아머(Tommy Armour, 1896-1968)는 위대한 선수였고, 은퇴 후 위대한 스윙코치로 더 유명해졌다. 화려한 선수 생활에서 은퇴하여 유명한 코치가 된 경우는 드물다.

아머는 스코트랜드에서 태어나 에딘버러 대학에 재학 중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 기관총 사격수로 싸우다가 가스폭발로 왼쪽 시력을 거의 잃었고 왼쪽 팔에도 큰 상처를 입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입대 전에 골프를 배웠던 아머는 다시 골프를 시작하여 아마추어 골프의 강자가 되었고 잃었던 시력도 회복했다.

아머는 1920년 미국으로 이민 가는 배 안에서 당대 최고의 골퍼였던 월터 하겐을 우연히 만났다. 하겐은 디 오픈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는 길이었고, 아머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가 골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1924년에 프로가 된 아머는 은빛 머리 색깔 때문에 ‘실버 스코트(Silver Scot)’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것이 훗날 ‘실버 스코트’라는 브랜드의 골프 클럽 생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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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최고의 골퍼들. 왼쪽부터 진 사라센, 토미 아머, 월터 하겐.


메이저 3승

1927년 오크몬트 컨트리 클럽에서 개최된 US 오픈에서 아머는 해리 쿠퍼와 연장 18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첫 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그 이후 1965년 남아공의 게리 플레이어가 US 오픈 우승컵을 차지할 때까지 38년 동안 미국 밖에서 태어난 선수가 US 오픈에서 우승을 한 경우는 없었다.

1930년 PGA챔피언십은 뉴욕의 후레쉬 메도우 컨트리 클럽에서 열렸고, 아머가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이 클럽의 헤드프로로 일하던 진 사라센이었다. 결승전은 36홀 매치플레이였는데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은 아머가 1홀 차이로 우승했다.

아머는 1931년 카누스티에서 열린 디 오픈에 참가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선두에 5타나 뒤진 공동 6위였지만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 우승은 아머의 생애에서 가장 감격적인 것이었다. 카누스티가 그의 고향 에딘버러 근처였기 때문이었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3곳 이상에서 우승한 유럽 출신의 선수는 지금까지도 짐 반스, 토미 아머, 로리 맥길로이뿐이다.

미국 PGA에서 25승을 기록한 아머는 1935년 은퇴 후 레슨 프로의 길을 걷게 된다.

* 잠깐 쉬어가기 - 아키옵테릭스

아키옵테릭스(Archaeopteryx)라는 골프용어는 한 홀에서 파보다 15타 이상 더 친 것을 의미한다. 파4 홀에서 19타 이상을 치면 아키옵테릭스가 되는 것이다. 1927년 US 오픈에서 우승한 아머는 다음 주 PGA투어 쇼니 오픈에 출전했다. 그런데 17번 파 5홀에서 23타를 쳐 PGA 역사의 유일한 아키옵테릭스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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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아머의 레슨은 특별했다. 아머가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


레슨 프로 토미 아머

아머는 조금 마른 체형이었는데 손의 크기가 거인이었고 손 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당시 헤비급 복싱 챔피언 잭 뎀퍼시와 손 힘을 겨뤘는데 뎀퍼시보다 두 배 정도나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플로리다의 보카 라톤 클럽에서 레슨을 시작한 아머의 티칭 스타일은 특이했다. 오전에만 레슨을 하고 30분에 50달러(당시에는 초 고가레슨이었음)를 받았지만 수강생들은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웨이팅 리스트에는 일반 아마추어와 유명 프로선수들이 섞여있었지만 아머의 레슨 방법은 언제나 같았다.

그는 30분 동안 20개 정도의 공만을 치게 했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하루 종일 걸릴 테니까요. 그 대신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겠습니다.” 아머의 레슨이 효과가 있다는 소문은 골퍼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1953년 아머는 레슨 서적을 출간하는 데, ‘How to Play Your Best Golf All the Time’라는 이 책은 첫 해에 40만 부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에서 아머는 손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했다. 당시의 보편적 이론은 왼쪽이 스윙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오른손으로 볼을 강하게 치라고 주문하여 골프이론의 이단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의 이론을 비판하는 프로들은 전쟁 중 다친 왼팔이 약하고 유독 손 힘이 강한 아머만의 방법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아머의 그립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립이다. 그립을 바르게 잡지 못한다면 방향과 거리를 모두 잃게 된다. 왼손은 클럽헤드의 방향을 결정하고 오른손은 강하게 볼을 공격하는 힘의 원천이다.” 거리를 내고 싶으면 강한 오른팔과 오른손을 사용하라는 주문이다. 벤 호건에게 오른 손의 역할을 물었더니 “나는 오른손이 세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답했다. 벤 호건도 역시 오른손이 거리를 내는 도구였다.

아머는 올바르게 잡는 그립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왼손의 마지막 세 손가락을 단단히 잡고 백스윙의 톱에서 절대로 힘을 풀지 말라. 오른손의 그립은 왼손보다는 조금 약하게 잡는데 가운데 두 손가락은 물론이고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단단히 잡은 채로 볼을 공격하라.”

아래 링크된 동영상은 1954년 아머가 직접 촬영한 흑백 필름인데, 그의 레슨 책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앞 부분의 7분 정도까지 그립을 설명하니 유심히 관찰할 것을 권한다.

1968년 세상을 떠난 토미 아머는 1976년에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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