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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골프 국가대표 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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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경기중인 남자 국가대표 장승보. 국가대표 간판스타인 장승보는 그러나 공동 54위에 그쳤다. [사진=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2018 국가대표 및 국가 상비군 최종 선발전이 지난 주 경북 경산시의 대구CC에서 열렸다. 6일간 108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러진 이번 선발전에는 남녀 51명이 출전해 기량을 겨뤘으며 상위 6명씩, 총 12명이 남녀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나머지 39명은 성적에 관계없이 기권이나 실격이 없어 전원 국가 상비군 자격을 얻었다.

외견상 이번 선발전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선 볼멘 소리가 나왔다. 영하의 날씨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선발전은 오전 7시 대에 시작됐다. 선수들은 핫팩으로 무장한 채 언 손을 녹이며 경기했다. 드라이버 헤드 커버에 핫팩을 넣고 손을 녹이다 클레임을 당한 선수도 있었다. 얼어있는 드라이버 헤드를 덥혀 기능 개선을 하려 했다는 의심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성이었다. 이른 시간에 출발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 꽁꽁 언 그린에서 플레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얼어있는 그린은 바람이나 비같은 악천후와 달리 통제가 가능한 환경이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대한골프협회는 언 그린에서 선발전을 강행했다. 여자부에서 상위권을 달리던 모 선수는 최종일 공이 딱딱한 그린을 맞고 두 차례나 OB가 나는 바람에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선수와 대한골프협회의 말이 다르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후 7개 홀이 지나서야 그린이 볼을 받아줬다고 했다. 반면 대한골프협회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취재가 들어가자 경기위원회는 “응달에 위치한 두 홀 정도의 그린 가장자리가 얼어 있었을 뿐 나머지 그린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구CC의 협조를 받아 경기 전날 그린이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방수포로 덮어놨는데 빠져 있던 가장자리에 서리가 내리는 바람에 얼어 있었다는 것. 경기위원회는 또한 일일이 포크로 그린을 찔러봤는데 언 그린이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답변은 변명으로 들린다. 대한골프협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기장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일처리를 잘 하라고 대한골프협회가 존재하는 것이고 정부의 지원도 받는 것이다. 더욱이 국가대표 선발전 일정은 지난 3월에 일찌감치 결정됐다. 11월엔 납회가 몰리기에 이른 시간밖에 잡을 수 없었고 갑작스런 한파가 찾아와 어쩔 수 없었다는 협회의 해명은 구차하다. 좀 더 세심한 준비와 대비가 있었어야 했다.

선수들 간의 기량 차이가 컸다는 점도 문제다. 여자부에서 꼴찌를 한 선수는 6라운드 합계 113오버파를 쳤다. 6일중 무려 나흘간 90대 스코어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선수와는 126타 차가 난다. 양악수술을 받고 선발전에 나왔다는 설명이 있었으나 태극마크를 달기엔 너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협회의 규정에 따라 주말골퍼 수준의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가 내년 국가 상비군으로 활동하게 됐다. 남자부도 마찬가지다. 꼴찌는 6라운드 합계 52오버파를 쳤는데 1위와는 66타 차이가 났다. 일정 수준의 커트라인이 필요해 보인다.

아시안게임의 남녀 개인, 단체전을 싹쓸이하는 등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던 국가대표팀이 최근 약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달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선 장승보와 오승택, 김성현 등 남자 국가대표 3명이 출전했으나 한 명도 20위 안에 들지 못했다. 후발주자인 중국이 1~3위를 휩쓴 것을 지켜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공정한 운동장이 마련되지 못했다면 선발전을 연기했어야 한다. 힘이 들고 돈이 더 들더라도 공정성이 보장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찾았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대한골프협회 내에 기본에 충실한 리더가 없었다는 뜻이다. 리더십의 부재다. 선발전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대한골프협회엔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 적기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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