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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13R] 전략 실패 리버풀, 첼시전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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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에서도 골을 터트리며 시즌 15호골 고지 점령에 성공한 모하메드 살라. [사진=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사디오 마네와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모두 벤치로 내린 리버풀이 첼시와 아쉬운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승점 3점을 위해서 조금 더 욕심 낼 필요가 있었다.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다시 한 번 골을 기록했지만, 막바지에 터진 첼시 윌리안의 행운 섞인 만회골로 자웅을 가리지 못한 결과는 진한 아쉬움을 남길 듯하다.

클롭 감독은 주중 있었던 챔피언스리그의 후유증을 염려했는지, 주전 스리톱 중 두 명을 모두 선발에서 제외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내렸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라인업이 발표되자 각종 SNS는 다소 '충격적인' 이 선발 명단에 일찍부터 끓어올랐다.

마네와 피르미누 대신 선봉에 나설 선수가 다니엘 스터리지라는 걸 확인했을 때, 대부분의 리버풀 팬들은 이미 경기 양상을 예상했을 것이다. 스터리지는 더 이상 마네처럼 폭발적이지도, 피르미누처럼 탁월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연계에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도 아니다. 때문에 수비와 중원을 두텁게 한 후 스터리지에게 연결되는 한 방을 노릴 것이 자명했다. 클롭 감독이 홈에서 라이벌을 압도하기보다는 지지는 않으려는 자세로 나선 것이다.

그간 때론 과도하게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경기 내용으로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이기도 한 리버풀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들의 자랑스러운 홈구장 안필드였고, 첼시는 주중 아제르바이잔 원정을 치르고 막 돌아온 상태였다. 리버풀도 챔피언스리그 원정길에서 돌아왔지만 스페인 원정과 아제르바이잔 원정은 차원이 다르다. 홈 어드밴티지와 체력 우위를 앞세워 베스트일레븐을 가동했어야 했다.

리버풀, 정확히 클롭 감독의 변화가 이번 경기에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클롭 감독의 정체성은 끊임 없이 앞에서부터 압박하는 게겐 프레싱이다. 하지만 리버풀에서 두 시즌을 보낸 후, 클롭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게겐 프레싱을 그대로 구현하기엔 빽빽한 일정, 쉴새 없이 오가는 템포 등 체력적 여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 시즌 들어 격렬한 전방 압박 대신 지역별 압박으로 압박 강도를 제한하는 경기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번 경기도 에당 아자르를 앞세운 첼시의 날카로운 역습을 염두에 둔 모양이었다. 첼시가 공을 잡았을 때, 리버풀 수비진들은 압박에 동참하지 않았다. 전방의 동료 미드필더들의 압박 양상을 지켜보며 라인을 유지할지, 내려갈지 판단했다. 고쳐지지 않는 뒷공간의 불안함을 메꿔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의 수비진은 전술의 문제도 있지만 선수 개개인의 기량 자체가 떨어졌다. 라인을 높이지 않아도 여전히 라그너 클라반과 알베르토 모레노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넓은 공간을 제공했다. 거기에다 포백 앞에서 수비진을 보호해야할 조던 헨더슨마저 최근의 부진을 이어갔다. 결국 아자르를 아무도 제어하지 못하며 그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말았다.

다만 첼시에서 위협적인 선수가 아자르 뿐인 점이 리버풀에겐 천만다행이었고, 천재일우였다. 어차피 아자르에게 농락 당하는 수비진을 보강할 카드가 없다면, 화력을 높여 맞불을 놓아야 했다. 적어도 후반 10분 경에는 마네와 피르미누가 필드를 밟았어야 했다. 제아무리 살라가 커리어 정점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지만 마네가 있는데 그에게만 공격을 떠맡길 필요는 없다. 살라와 비슷한 유형인 마네가 일찍 들어왔다면 충분히 위협요소를 하나 더 제공할 수 있었다.

첼시의 중원은 장거리 비행 후유증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적 이후 폼을 회복하지 못한 대니 드링크워터나 티에무에 바카요코는 물론이고, 좀체 실수를 하지 않는 은골로 캉테마저 전진패스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렀다. 리버풀의 장기인 압박의 강도를 높혔다면 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첼시의 수문장 티보 쿠르트와까지 불안한 볼처리를 남발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은 도박을, 제법 승률 높은 도박을 걸지 않기로 했다.

현실을 깨닫고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제법 바람직하다. 리버풀이 첼시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냈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빅 6팀들 중 가장 승점이 부족한 리버풀로선 이 '승점 6점짜리'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는 건 못내 아쉽다. 클롭 감독이 안정을 추구할 때와 도전장을 던질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도 리버풀에게 주어질 트로피는 없을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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