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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백과사전 87] 골프는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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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트랙을 겸하는 최초의 코스 올드 머슬버러 링크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세계 각국에서 골프 코스는 어떻게 시작되고 각 나라에 전파되었을까? 600여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는 초록 필드가 소리 없이 전 지구에 급속도로 번진 역사를 살펴보자.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녹색 아편
어떤 이들은 로마시대의 공놀이 ‘파가니카’를 골프의 기원으로 삼고, 또 중국에서는 ‘추이환’이라는 공치기를 골프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며, 네덜란드에서는 겨울철의 ‘콜벤’에서 유래했다고 소리 높인다.

하지만 설과 주장에 불과할 뿐, 골프의 시작은 기록이 남아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한다. 1457년 최초의 역사 기록에는 ‘골프로 인해 군인들이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금지한다’는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2세의 칙령이 아니러니컬 하게도 골프의 첫 번째 기록이다. 스코틀랜드는 강성해지지 못하고 곧 영국에 점령당했다. 또 한 번 아이러니컬하지만 그렇게 금지하던 골프 코스는 이후에 영국을 점령했다. 그리고 영국이 지배한 전 세계 식민지들을 점령해나갔다.

영국이 본격적인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칭을 얻은 때는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1837년부터 1901년까지의 기간을 일컫는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다. 이 시기는 영국 역사에서 산업 혁명을 통한 경제 발전이 성숙기에 도달하여 대영 제국이 절정을 달리던 기간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통해 동양으로 식민지를 넓혀나갔고 이주 정책을 통해 호주와 미국으로 뻗어나갔으나, 본격적인 영국 문화의 세계화는 19세기에 가장 활발했다. 그리고 영국식 삶과 레저의 중심에 있던 골프는 식민지와 주둔지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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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의 명소가 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영국이 골프의 본고장이듯 영국 식민지 혹은 주둔지에 설립된 초창기 코스들은 영국의 권위를 획득하는 것이 최고의 영광이자 명예였다. ‘로열(Royal)’이라는 명칭은 영국 왕실에서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왕실이 특별한 관리의 개념을 부여할 때 주어지는 명예다. 1824년 설립된 퍼스골프소사이어티는 1833년 영국 국왕 윌리엄 4세로부터 최초로 로열의 칭호를 갖게 됐다. 그 이듬해 세인트앤드루스골퍼스에도 로열이란 직위를 부여하면서 오늘날의 세인트앤드루스 R&A가 되었다.

오늘날 유럽에는 로열로 시작되는 골프 클럽이 54곳 있으며 이중 잉글랜드에 22곳이 있다. 가장 최근에 로열을 받은 곳은 1978년의 로열트룬이다. 이밖에 캐나다, 호주, 인도, 뉴질랜드, 남아공, 홍콩, 모로코까지 로열 명칭이 붙는 골프장이 있다. 이들은 영국의 지배를 받았거나 영향력이 속해 있던 골프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세기 이후에도 영국군이 물러가고 새로운 정부와 제도가 들어섰지만 영국이 퍼트린 골프라는 레저는 현지 사회 지도층들의 문화로 고스란히 자리 잡았다. 또한 영국, 미국 등 선진국과 연계하고 교류하기 위한 수단으로 골프는 적절한 매개체였다. 세계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골프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서서히 넘어갔다. 유럽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으나 미국은 이와 아랑곳하지 않고 넓은 대륙에 서부를 개척하듯 초록 필드를 넓혀나갔다.

지금은 전 세계 3만2515개의 코스 중에 미국이 그 절반인 1만6천여 곳의 코스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전세계 208개국에 코스가 퍼졌다. 그리고 전 세계 골프 인구는 6천만 명에 이른다. 스코틀랜드에서 싹 튼 골프는 영국이 퍼트린 중에 가장 성공한 문화이자 레저이면서 생활 양식이다. 그것 때문은 아닐 지라도 골프로 인해 스코틀랜드는 영국에 점령됐고, 마치 아편처럼 전세계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나라 별로 첫 골프장이 들어선 것이 바로 그 나라에 골프가 발전한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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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의 침입을 막으려 네모난 사각형 그린을 가진 호주 태즈매니아의 라토 링크스.


18개국의 최초 코스
* 1672.3.2 스코틀랜드 - 머슬버러 링크스에서 7홀 라운드 기록이 나온다. 1874~1892년 사이 브리티시오픈이 7차례 개최되었으나 지금은 승마장에 소속된 9홀 코스만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현존하는 골프장으로는 머슬버러가 최고로 오래된 코스이며 16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골프클럽이 생겨난 최초는 1744년 리스링크스의 ‘오너러블컴퍼니오브 에딘버러골퍼스’회가 시작이다. 오늘날 걸레인의 뮤어필드가 바로 이곳이다. 프로골퍼가 참여한 골프 대회인 디오픈은 1860년 프레스트윅에서 시작됐다.

* 1822 호주 - 영국에서 19세기초 죄수들을 오세아니아에 이주시켰다. 호주 남쪽 섬 태즈매니아의 보스웰이란 곳에 스코틀랜드인들이 정착하면서 라토 링크스(Latho Links)를 만들었다. 역사가들은 1830년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라토링크스의 스코어카드에는 1822년이라고 새겨져 있고 남반구 최초 코스라고 자랑한다. 원래 염소와 양을 방목하는 목장이었으나 마을 사람들이 농장주 허락을 받아 코스를 조성했다. 가축이 그린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사각형으로 조성하고 가장자리에 목책을 세우고 철망을 둘렀다. 현재는 파69, 5130m 파18홀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26명이지만 회원도 있다. 그린피는 15달러 정도다.

* 1829 인도 - 영국 이외 해외에서 설립된 최초의 18홀 코스가 로열캘커타GC다. 캘커타와 영국 던디항 사이의 황마(黃麻) 무역으로 인해 스코틀랜드 던디, 퍼스 지역민들이 많이 이주해 코스를 만들었다. 1892년 개최된 인도&동아시아아마추어선수권은 영국 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골프대회다. 골프장은 캘커타GC로 불리다가 1912년 영국왕으부터 로열(Royal) 칭호를 받는다. 1842년 로열 봄베이GC가 두 번째로 창설됐고, 세 번째는 뱅갈로어클럽으로 1870년 창설됐다.

* 1844 모리셔스-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코스가 남아프리카 앞 섬나라 모리셔스에 있는 짐카나GC 9홀이다. 프랑스군이 물러나자 1810년 영국군이 진주하면서 해군사령부 막사 인근에 코스를 조성했다. 1960년대 영국령에서 벗어나면서 18홀로 확장됐다. 19세기 중반 영국과 프랑스의 종단 횡단정책이 맞서면서 주둔군들이 조성한 문화공간이었다. 현재 파68, 5025m 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인도 한 부부가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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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노스데본은 잉글랜드의 가장 오랜 골프장으로 클럽하우스 앞에 선박 뱃머리처럼 돋대를 달았다.


* 1864 잉글랜드- 로열노스데본은 1864년 설립되어 올해로 153년을 맞은 잉글랜드 최고(最古) 코스다. 영국 전체에서는 아니지만 1850여개의 코스가 있는 잉글랜드만 놓고 따지면 디오픈 이후 4년 뒤 개장한 로열노스데본이 최초다. 그것도 막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올드 톰 모리스가 공들여 설계했다. 현지에선 ‘웨스트워드호!’라고도 부른다.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 미국으로 출항할 때 선원의 구호 ‘서쪽으로 출발!’이었던 데서 유래했다. 실제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출항을 앞둔 큰 선박의 돛대처럼 깃발을 줄줄이 내건 기둥이 세워져 있다.

* 1873.11 캐나다 - 로열몬트리올이 북미 대륙에서는 가장 먼저 만들어진 코스다, 개장후 10년이 지난 1883년에 ‘로열’ 칭호가 부여되었다. 1854년 퀘벡에 딥멘이란 선원이 선구자라는 설이 있으나 신빙성은 떨어진다. 3년 뒤 설립된 1876년 토론토클럽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두 번째다. 이곳은 지난 2007년에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했었다.

* 1888 미국- 용커스의 세인트앤드루스가 뉴욕주에 설립되었다. 최초의 18홀 코스는 시카고GC로 미국 코스 설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스 레이노어와 C.B.맥도널드에 의해 창립되었다.

* 1872 인도네시아- 자카르타GC. 수도 자카르타의 옛 명칭 바타비아에 영국의 철도 기술자들이 9홀 설립. 1932년 자카르타GC로 개칭. 수하르토 대통령이 매일 이곳에서 9홀 플레이를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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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홍콩오픈이 열리는 홍콩골프클럽은 100년이 훨씬 넘은 코스다.


* 1889.5.10. 홍콩- 국적상 중국의 최초 코스인 로열홍콩GC의 애초 골프장 위치는 해피밸리였다. 그곳은 현재 승마 트랙으로 운영된다. 1911년에 올드 코스가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에덴 코스는 이번주 유러피언투어 UBS홍콩오픈이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다. 바로 옆에 위치한 뉴 코스는 1931년에 개장했다. 그 옆으로 9홀 코스를 합쳐 지금은 64홀 코스로 운영된다.

* 1891.6.17 싱가포르- 싱가포르아일랜드CC. 초창기엔 당시 지역 명칭인 부킷코스 9홀로 조성됐다. 감옥과 병원 운동장 근처에 조성했기 때문에 홀 이름들에서 죽음의 상징을 띈다. 콜레라그린, 천연두그린, 영안실, 교수대, 감옥 등이었다. 1925년 총독에 의해 공식 싱가포르아일랜드(Singapore Island)로 재개장했으며 현재는 아일랜드, 뉴, 사임 코스 등 총 81홀 코스로 성장.

* 1893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로열셀랑고르GC 올드 코스가 말레이시아 최초의 코스다. 설계가 조지 허만에 의해 뉴 코스 18홀 추가되어 현재는 54홀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 1896 중국- 중국의 외교관과 무역상들이 대거 거주하던 1896년에 상하이클럽이 외국인 조계(租界)에 생겼으나 곧 소멸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최초는 1984년 광둥성 중산 온천 지대에 조상된 아놀드파머 코스다.

* 1901 일본- 고베 록코산 정상에 영국인 선교사 A.H.그룸이 4홀 코스를 조성한 뒤 1903년에 9홀로 완성. 산 정상까지 사람들은 인력거를 타고 오가며 라운드 했으며 그로부터 4년 뒤에는 18홀을 갖추게 됐다. 최초의 18홀 코스는 1914년 고마자와에 개장한 도쿄GC로 32년 사이타마로 이전했다가 북쪽의 사야마시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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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방콕골프클럽은 경마 트랙 안으로 코스가 흐르는 곳이다.


* 1901 태국 - 태국 수도 방콕 파트눔완에 위치한 로얄방콕스포츠클럽은 1901년 개장한 곳으로 골프 뿐만 아니라 폴로 클럽을 겸하고 있다.1890년에 외무장관이자 왕자 바로파칸이 영국인 허스트를 시켜 만들었다. 1901년에 출라롱콘왕이 이름을 내려 로열 명칭이 붙었다. 현재는 항공쇼를 하는 공간이면서 크리켓, 탁구, 럭비, 수영 시설까지 가지고 있다. 승마트랙 안쪽으로 코스가 흘러가는 구조다.

* 1901 필리핀-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의 빌딩 숲 가운데 위치한 마닐라GC는 1901년 칼루칸에 조성됐다. 하지만 점차 회원이 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 현재의 마카티 지역으로 이전했다. 1913년에 필리핀오픈을 개최하면서 정식 18홀 코스로 확장 운영되었다.

* 1914 대만 - 타이완GC는 외국인들의 연습장을 겸한 조계의 탐수이 3홀에서 시작했다, 5홀 확장후 1929년 18홀로 운영되었고. 2차 대전 후 복구되었다. 타눈산 밑으로 조성된 시사이드 코스로 이곳에서 대만의 수많은 골퍼들이 양성되었다.

* 1921 한국 - 1896년 원산의 영국인 조계지에 영국인들이 조성한 6홀 원산 코스가 최초다. 이후 1921년 서울의 효창공원 근처에 7홀 코스가 조성되었다. 최초의 18홀 코스는 1930년 개장한 경성GC다. 지역 명칭을 딴 ‘군자리 코스’라 불리는데 6.25전쟁 이후 서울CC로 재건되었다가 어린이대공원으로 변경되었다. 현재 서울한양CC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이곳의 깃대에는 1927년이 새겨져 있다. 경성GC의 클럽이 만들어진 해라고 한다.

* 1922 베트남 - 프랑스풍의 고원 휴양지 달랏에 위치한 달랏팰리스GC가 최초의 9홀 코스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의 개인 골프장으로 조성됐다. 프랑스에 유학했던 바오다이는 기후조건이 좋은 곳에 9홀 코스를 조성했고, 64년까지도 페어웨이 잔디를 깎으며 잘 관리되었다. 이후 베트남 전쟁을 거치며 붕괴되었다가 97년 미국의 골프마케팅회사인 IMG가 사들여 18홀로 개조해 운영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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