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PL 9R] 리버풀의 수비를 어찌하나?
이미지중앙

멀티골을 터트리며 승리의 주역이 된 토트넘의 공격수 해리 케인. [사진=토트넘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리버풀은 이제 수비 전문 감독을 영입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 수비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새까맣게 태우고 말았다. 리버풀은 23일 오전 12시(한국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훗스퍼(이하 토트넘)과의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 1-4로 패했다. 토트넘의 손흥민도 리그 첫 골을 터트리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토트넘 자체적으로도 준비를 잘한 경기였다. 수비 라인을 높게 가져가는 리버풀을 겨냥, 지난 챔피언스리그와는 다르게 해리 케인의 파트너로 발빠른 손흥민을 택했다. 그 결과 수비 복귀가 늘 늦는 알베르토 모레노나, 높은 라인에서 위치 선정 문제를 드러내는 데얀 로브렌 쪽은 지속적으로 공간을 허용했다.

또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모하메드 살라를 견제, 오른쪽 수비수인 세르지 오리에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하는 수를 던졌다. 비록 살라에게 한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살라를 잘 막아내며 측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토트넘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일등 공신은 멀티골을 터트린 해리 케인도, 리그 1호골을 기록한 손흥민도, 선방쇼를 선보인 위고 요리스도 아니었다. 로브렌을 중심으로 한 리버풀의 끔찍한 수비진이 토트넘이 웸블리 징크스를 털어낼 수 있게 공헌했다.

리버풀의 수비 문제는 하루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었다. 리버풀의 전설적인 수비수이자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제이미 캐러거조차 '리버풀의 수비는 영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술 자체의 문제다'라고 직접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과 팀의 철학인 '게겐 프레싱'을 위해 수비 라인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미드필더들도 수비 가담보다는 공격에 집중하면서 수비진이 위험에 처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팀의 레전드조차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도 리버풀은 변하지 않았다. '수비가 불안해서 3골을 먹히면 공격에서 4골을 넣으면 된다'라는 생각이 리버풀 선수들의 뇌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로브렌이 끔찍한 실수로 연달아 골을 헌납하며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교체 당했지만, 단지 선수가 달라졌을 뿐 수비 전술의 변화는 없었다.

이번 토트넘 전은 리버풀이 안고 왔던 수비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선수 개인의 기량은 떨어지고, 팀의 전술은 그 부족한 기량을 커버해주긴커녕 문제를 심화시켰다. 여기에 더해 몇 년째 개선되지 않는 세트피스 수비 문제까지 내보였다. 그리고 그 드러난 문제들 하나하나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클롭 감독의 이런 고집은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불과 지난 시즌 리버풀은 토트넘을 상대로 리그컵을 포함한 세 차례의 맞대결에서 두 번 승리하고 한 번 비겼다. 사디오 마네를 필두로 한 리버풀의 속공에 토트넘은 속절없이 득점을 허용했다. 그 동안 리버풀은 중앙 수비수를 영입하지도, 유연한 전술변화를 가져가지도 않았다. 경기력이 좋은 날에도, 경기력이 좋지 않은 날에도 언제나 '플랜A'였다.

반면 토트넘은 실험을 계속했다. 가끔 손흥민의 윙백 기용 등 종종 무리한 실험으로 비판 받기도 했다. 그래도 꾸준히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거나, 스리백 안에서도 세밀한 변화를 시도했다. 클럽 최고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중앙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도 영입했다. 그 결과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 원정 무승부, 이번 리버풀전 홈 대승이라는 결과를 따냈다.

도르트문트 시절의 영광과, 개인이 가진 매력만으로 클롭 감독을 옹호할 때는 지났다. 한 경기를 패배하는 것은 한 선수의 잘못일 수 있다. 하지만 한 시즌을 실패하는 것은 감독의 잘못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