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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GA투어 더CJ컵은 접시, 메인 메뉴는 ‘비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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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토마스가 첫째날 13번 비비고 시그니처 홀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서귀포)=남화영 기자] 내수를 중심으로 소비재 기업으로 여겨지는 CJ그룹이 국내 최초로 총상금 925만 달러(106억원) 규모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를 올해부터 10년간 개최한다.

19일부터 나흘간 제주도 서귀포의 클럽나인브릿지(파72 7196야드)에서 PGA투어 페덱스컵 상위 랭커 60명을 비롯해 총 78명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머니게임을 벌였다. 우승자는 지난 시즌 PGA챔피언십을 비롯해 5승을 한 장타자 저스틴 토마스(미국)였다. 그는 마크 레시먼(호주)과의 2번째 홀 연장전 끝에 166만 달러(19억원)의 우승 상금을 안았다. 국내 남자 대회의 총상금액 평균이 7억원을 약간 넘는 것과 비교하면 2.5배가 넘는 액수다.

일부에서는 그런 엄청난 돈이면 침체된 국내 남자 투어를 후원하는 게 더 나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올해처럼 조던 스피스(미국)나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의 수퍼스타도 나오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총상금을 포함해 골프 대회 하나에 매년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은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기업이 골프 대회를 여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홍보 마케팅을 위해서다. 선수를 후원하는 것도 기업 이미지나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CJ그룹은 PGA투어를 통해 기업 정체성을 글로벌로 잡은 듯하다. 올해는 대회의 중심에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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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채널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마지막날에 TV중계부스를 찾아 K컬처와 그룹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회를 알리는 홍보 방송에까지 나와서 그룹을 알렸다. 대회가 열리면 통상 기업 관계자가 나와서 대회와 기업을 소개하지만 그룹 총수가 직접 등장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었다. 이 회장은 영상에서 다음처럼 결론지었다. “더CJ컵@나인브릿지는 골퍼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며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제가 오늘 이곳에서 꿈을 실현한 것처럼 말입니다.” CJ그룹은 ‘2030년 월드 베스트 CJ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10년 동안 PGA투어를 열면서 세계에 브랜드를 알리는 게 본심인 듯하다.

이 회장은 대회 기간 내내 골프장에서 모든 행사를 진두지휘했다. 2라운드에는 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갤러리 동선과 이벤트존을 지시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제주도와 여주의 리조트 부문을 총괄하는 안명훈 CJ그룹 부사장이 그를 보좌하고 있었다.

“햄버거가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것처럼 우리는 한국의 햄버거인 비비고를 통해 세계인들이 편하게 즐기는 한식을 알리고 싶습니다.” 안 부사장은 “대회를 통해 꾸준하게 한국의 먹거리를 세계에 알리고 싶은데 올해는 그게 비비고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회와 동시에 CJ그룹은 미국 골프채널에 비비고 광고를 진행했다.

코스와 대회의 디테일에 비비고가 마치 조미료처럼 섞여 있었다. 모든 티박스들이 CJ로고와 함께 냄비에 수저가 형상화된 비비고 로고로 조각되어 있었다. 파3인 13번 홀(218야드)은 ‘비비고 시그니처홀’로 불리면서 홀인원이 나오면 셰프가 장소와 날짜 상관없이 선수에게 찾아가 5만 달러어치의 한식 파티를 열어주는 홀로 만들었다. 안 부사장은 “홀인원이 나온다면 한식을 다시 한번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니 우리로서도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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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5군데에 각기 다른 메뉴와 먹거리를 파는 한식 비비고 코너.


갤러리들은 대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김스낵과 물티슈와 함께 종이 지도를 받았다. 코스를 돌면서 비비고 테이스티로드에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코스마다 5군데에 비비고 코너를 운영하면서 5가지 종류의 다른 컵밥과 떡갈비, 꼬치, 김치, 만두 강정 등 한식을 체험하고 맛보는 미식 체험 이벤트를 열었다. 갤러리는 비비고맵을 가지고 다니면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체험했다. 갤러리 플라자인 비비고존에서는 한식 비빔밥, 덮밥 세트를 판매했다.

PGA투어는 이에 발맞춰 제이슨 데이와 애덤 스캇(호주)과 같은 선수를 모델 삼아 제주도 바다에서 서핑하고 한식을 먹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이재현 회장은 마지막 날에는 아예 골프채널에 해설자와 함께 헤드셋을 들고 등장해 영어로 ‘K컬처와 한국 문화를 많이 체험해보시라’고 했다. CJ그룹은 대회를 통해 한식의 세계화에 나선다. 더CJ컵은 접시다. 그 위에 담긴 메인 메뉴는 비비고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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