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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백년 동안의 전국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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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마르케스의 명작 <백년 동안의 고독>.


# 내용의 ‘싱크로율’이 그리 높진 않지만, 당분간 전국체전(충북)을 얘기하는 데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 적당할 듯하다. 이 책은 노벨상 수상작(1982년)으로 높은 작품성과 함께 대중성도 가졌다. 그리고 성장을 거듭하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간 마콘도를 무대로, 한 집안의 백년에 걸친 기이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전국체전도 소설처럼 파란만장하다. 뭐든 100년 쯤 되면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법이다.

#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제98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이 26일까지 열전에 돌입한다. 전국체전은 내년 전북을 거쳐, 2019년 제100회 대회를 치른다. 1920년 7월 13일 조선체육회가 창립됐고, 창립멤버 중 야구인이 많아 1920년 11월 4~6일 배재고등보통학교 운동장에서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가 열렸다. 이것이 전국체전의 효시다. 지금은 전국체전은 관람이 무료지만, 첫 대회는 성인 50전, 어린이 5전의 입장료가 있었고 제법 많은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명칭도 전조선경기대회(1929년)-전조선종합경기대회(1934년)-자유해방경축전국종합경기대회(1945년)-조선올림픽(1946년)-전국체육대회(1948년)으로 변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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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제1회 전국체전에서 시구를 하고 있는 월남 이상재 선생(오른쪽).


# 전국체전은 1938~1944년은 일제의 체육통제로 열리지 못했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도 건너뛰었다. 그러니 횟수로는 올해가 90번째다. 1951년 전쟁 중에도 광주에서 15개 종목이 열리면서 세계 스포츠인들의 큰 격려를 받았다(이때부터 시도대항전. 최윤칠은 남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을 세웠다). 1955년 강화도 마니산에서 처음으로 성화가 채화돼 봉송릴레이가 시작됐다. 1972년에는 초중학교가 전국스포츠소년대회로 분리, 운영됐다. 전국체전 비대화가 심각해지자 1994년부터는 구기종목은 사전 예선을 치렀다. 1996년에는 마스코트가 첫 선을 보였다.

# 이번 충북대회의 모토는 ‘생명중심 충북에서, 세계중심 한국으로’다.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체전이 먼저 치러 ‘장애인 퍼스트’가 이미 화제가 됐다. 장애인체전을 통해 미비점과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었기에 보다 완성도 높은 대회가 예상된다. 국내 최초로 사각형 모양(충주산성이 모티브)으로 지어지면서 충주의 랜드마크가 된 충주종합운동장도 한 번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무예의 고장답게 택견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첫 선을 보인다. ‘낮에는 스포츠를, 밤에는 중원문화를’이라는 표어처럼 스포츠와 문화가 조화된 융복합체전도 특징이다. 전국 17개시도와 이북5도 및 해외동포선수단 등 선수 1만 8,784명, 지도자 6,346명 등 총 2만 5,000여 명의 선수단이 46개 종목(정식 45·시범 1)에서 열띤 경쟁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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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회 전국체전 개회식이 열린 충주종합운동장. 충주산성을 모티브로 국내 최초로 사각형으로 지어져 공간활용도를 높였다.


# 보고 즐길 것이 많지 않았던 시절, 전국체전은 대단한 스포츠축제였다. 꼭 짚어 말하기 어렵지만 1990년대까지는 그 권위와 열기가 대단했다. 체육인들은 물론이고, 중앙언론사도 특별취재팀을 꾸려 현장으로 파견했다. 체육기자의 경우, ‘전국체전 0회 연속 취재’를 경력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후 위성방송, 인터넷 등의 발달과 함께 국내 프로스포츠는 물론, 유럽의 축구와 미국의 농구, 야구까지 스포츠팬들이 실시간으로 즐기게 되면서 전국체전은 ‘계륵’이 돼 버렸다. 한국체육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역사적 성과는 별개다. 시군청팀의 존재 때문에 없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고비용 저효율’ 체육행사를 고수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대한체육회가 전국체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됐다.

# 100회 대회는 서울에서 열린다. 2년이 남았지만 그 숫자가 가지는 무게 때문에 이미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주최자인 대한체육회도 설립 100주년을 맞기에 각종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백년 동안의 영광’에 걸맞게 이를 계기로 전국체전이 확실하게 개선됐으면 한다. 체육계 현장 및 학계와 언론계도 발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전국체전이 중흥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이제 체전현장부터 가볼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에는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 스타플레이들이 대거 출전한다. ‘한국의 인간탄환’ 김국영(남자 100m), 수영의 박태환과 안세현, ‘사격황제’ 진종오 등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각 종목 스타들이 즐비하다. 충북으로의 스포츠 가을여행을 추천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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