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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31) 경남고 서준원, '제2의 한현희'를 꿈꾸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와 선수들의 파이팅이 경남고 교정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1,2학년은 물론 3학년 선수들까지 시즌 마지막 대회인 제98회 전국체전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본인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린 우완투수 서준원(16) 역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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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우완투수 서준원. [사진=정아름 기자]


#2학년 #세계청소년대회 #2승투수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이번 청소년 대표팀에서 2학년 선수는 서준원과 광주동성고 좌완투수 김기훈(17), 단 둘뿐이었다. 세계 대회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컸지만 막상 선발되니 실감이 나지 않고 얼떨떨했다는 서준원은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호주와의 A조 조별예선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8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타선을 제대로 틀어막은 것이다. 서준원은 이 대회에서 총 4경기에 출전해 14이닝 동안 13피안타(1피홈런) 3볼넷 2사구 17탈삼진 9실점(7자책)을 기록했다. 14⅓이닝을 소화한 곽빈(18 두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대표팀의 주축 투수로 준우승을 이끌었다.

서준원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첫 경기였다. 그는 “결승전 등판도 정말 큰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잊히지 않는 경기는 첫 경기였던 호주전이다. 예선 첫 경기가 제일 중요한데 기회를 주셨고 다행히 잘 던지고 승리를 거둬 정말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경기 이후 자신감도 더 붙었다. 아무래도 전국에서 야구를 잘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해 수비나 타격 걱정 없이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대회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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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막내' 서준원은 대회기간 내내 챙겨준 형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WBSC]


대회 이후 서준원은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이웃 주민들을 비롯해 택시 기사 아저씨들까지 본인을 알아보는 것이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고. 어색했지만 그 관심이 싫지는 않았나 보다. 서준원은 “내년 대회는 아시아 대회다. 일단 뽑아주시고 제가 갈 수 있다면 ‘감사합니다’하고 다녀올 것”이라며 2년 연속 청소년 대표 발탁에 욕심을 내비쳤다.

일찍 닥친 시련, 그리고 화려한 복귀

사실 서준원에게 국가대표 유니폼은 낯설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산 북구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한 서준원은 리틀 시절 이미 2번이나 태극마크를 달았다. 본격적으로 투수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였다. 서준원은 “마운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 때문에 투수가 재밌다. 타자가 못 치든, 잘 치든 어떻게 던져야겠다 생각도 해야 하고, 머리를 써야 되기에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며 투수라는 포지션에 빠진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부산에선 공 잘 던지기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시련도 있었다. 서준원은 개성중 3학년 시절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다. 그해 시즌 중 토미존 수술을 받은 그는 장기간의 재활을 피할 수 없었다. 서준원은 “재활 초반에 살짝 방황했다. 재활도 하기 싫을 뿐더러 재활 후 성공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힘들 때 마다 제 야구 인생에서 첫 스승님이자 북구 리틀 감독이신 진병국 감독님께서 잡아주셨기에 버틸 수 있었다”며 은사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렇게 서준원은 1년이 넘는 재활 기간을 거친 뒤 지난해 가을 즈음 다시 실전 피칭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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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로와 사이드스로를 오가는 서준원. 올 시즌 오버로는 최고 151km의 볼을 던졌다. [사진=정아름 기자]


복귀는 순조로웠다. 서준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롯데기 대회에서 최고 구속 143km의 공을 선보이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약 2년간의 실전 공백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서준원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14경기에 나서 66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 2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BB/9(9이닝당 볼넷)은 1.63개, K/9(9이닝당 탈삼진)은 8.71개였다.

“올 시즌은 되게 만족하는 편이에요. 사실 3학년이었다면 부족하고 아쉬움이 있었을 텐데 아직 동계훈련도 한 번 더 남아있고 1년이란 시간이 남아있는 거니까요. 저희 동기들도 그렇고, 내년 멤버들도 좋은 편이라 관리만 잘한다면 내년 시즌도 상당히 재밌을 것 같아요.”

다양한 타자들과 승부한 서준원에게도 껄끄러운 상대는 있었다. 서울고, 특히 강백호(18 kt)는 까다로움 그 자체였다. 청룡기 16강전에서도, 대통령배 결승전에서도 강백호라는 산은 크기만 했다. 그는 “다른 타자들은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는 있는데 (강)백호 형에겐 던질 곳이 없었다. 정말 어디를 던져도 방망이가 다 나왔다. 프로 무대에서 다시 맞붙게 된다면 피하고 싶지 않다. 덕아웃에서 걸러내라는 사인이 나오면 어쩔 수 없지만 붙어보라고 해주신다면 정면승부를 해보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서준원 - 한현희 = 0 ?

경남고, 그리고 사이드암스로 투수. 서준원의 투구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한현희(24 넥센)가 떠오른다. ‘출신교’와 ‘투구폼’이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그들은 공을 던지는 모습까지 닮았다. 스카우트들은 두 선수를 비교하며 ‘변화구 구사력에서는 고교 시절 한현희가 한 수 위지만 하드웨어는 현재 서준원(187cm 90kg)이 낫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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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전광열 감독은 "서준원은 부상 후 공백기를 단기간에 메웠다. 조금 더 예민한 제구력만 뒷받침 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정아름 기자]


‘제2의 한현희’라는 수식어가 영광 그 자체라는 서준원은 “당연히 롤모델은 한현희 선배님이다.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가 되던, 볼이 되던, 잘 던지던, 못 던지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게다가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을 보며 강한 자극을 받는 편이다”라며 특별히 한현희 등판 영상은 모두 챙겨본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돌이나 배우에 무심한 서준원에게 한현희는 마치 아이돌과 같은 셈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서준원은 오버스로와 사이드스로를 오간다는 것이다. 고교 진학 후 부상 우려 때문에 밸런스대로 투구 폼을 가져갔던 그에게 경남고 정수찬 투수코치가 ‘결정구를 던져야 할 때만 팔을 한 번씩 올려보라’고 제안했다. 그 제안은 서준원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두 가지 폼의 구속 차이가 최소 10km 이상이 나버리니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데 그 만한 게 없었다. 여기에 겨우내 변화구를 다듬어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산지역 고교 2학년 선수 중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서준원이다. 올해 활약을 바탕으로 연고 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 대상자로 급부상했다. 모든 야구선수들이 꿈꾸듯 서준원 역시 ‘1차 1번’에 대한 욕심은 분명 있다. 그러나 앞서 자만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했다.

“지명에 대한 부담감을 안 느끼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실 아직 모르잖아요, 내년이 되어봐야 아는 거니까. 전국으로 보면 저보다 나은 선수들도 많구요. 아직은 모른다는 마음으로 제가 할 것들에만 집중하겠습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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