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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프로암의 전문 캐디 동반 불허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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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롯데마트여자오픈에 출전했을 당시 미셸 위와 캐디.[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2009년 4월의 일이다. 제주도 스카이힐 롯데CC에서 열린 제2회 롯데마트여자오픈에 초청출전한 미셸 위가 대회 개막 하루 전 열린 프로암을 보이콧했다. 전담 캐디를 프로암에 동반할 수 없다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규정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타이틀스폰서인 롯데그룹은 난리가 났다.

미셸 위가 당시 신동빈 부회장, 신영자 롯데백화점 사장 등 그룹 최고위층과 같은 조로 편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마트 대표와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 대표는 KLPGA 선종구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거칠게 불만을 토로했다. “수십억원을 들여 개최한 대회를 말도 안되는 협회 규정 때문에 망칠 수 있느냐?”는 항의였다. 그룹 오너가 어렵게 시간을 내 미셸 위와 라운드를 하기로 했는데 무산됐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미국무대에서 뛰던 미셸 위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었다.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선 캐디가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을 통해 코스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셸 위의 캐디는 결국 한 차례 전동카트를 타고 코스를 돌아본 후 1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미셸 위는 첫날 77타, 둘째 날 75타를 쳐 턱걸이로 컷을 통과한 후 공동 36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런 문제는 해외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불거졌다. 지난 주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양용은은 외국인 캐디를 일요일 저녁 일찌감치 한국으로 불러 들였다. 하지만 프로암에 개인 캐디를 동반할 수 없다는 KPGA의 규정 탓에 4인1조로 나가는 공식 연습일 하루만 코스 파악을 했다. 결과적으로 양용은의 캐디는 일찍 들어왔지만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을 놀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은 최경주도 마찬가지였다. 최경주는 “협회의 규정 탓에 내 캐디는 코스도 모르는 상태에서 1라운드를 치러야 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전 세계 프로투어에서 프로암 때 캐디를 대동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KLPGA가 이 규정을 먼저 만들었는데 규정이 만들어질 2006년엔 공감대가 있었다. 프로암에 캐디를 동반할 경우 여자 프로들이 아마추어 동반자들에게 소홀했다.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캐디 하고만 속닥거렸다. 프로암 참가자들 입에서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변했다. KLPGA투어는 대회수나 상금 규모, 선수층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KPGA도 침체기에서 벗어나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남녀 협회 모두 이젠 선수들을 믿고 낡은 규정을 뜯어 고쳐야 한다. 선수들도 선수회를 중심으로 프로암의 품질 관리를 보증해야 한다. 최고의 팬서비스는 좋은 경기력이다. 그걸 막는 규정은 악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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