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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25) 단국대 조성욱-최준혁, 36년 만에 우승 이끈 4학년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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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가 추계연맹전에서 36년 만에 우승을 하는 데에는 최준혁(좌)과 조성욱(우)의 활약이 있었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태백)=정종훈 기자] 최근 대학축구 흐름을 짚어보면, 볼 좀 찬다는 선수들은 대부분 2, 3학년을 마치고 곧장 프로로 향한다. 4학년까지 남아 팀을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축구에선 고학년의 존재가 중요하다. 제아무리 저학년생의 기량이 뛰어나도 해도, 경기장 내에서의 경험이 승패를 가른다. 1, 2년 차가 커 보이진 않지만, 4학년의 경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일, 강원도 태백에서 36년 만에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이하 추계연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단국대도 고학년생의 덕을 톡톡히 봤다. 결승골은 1학년 안수현(19)이 넣었지만, 뒤에서 묵묵하게 지원한 단국대 주장 조성욱(23)과 최준혁(24)이 우승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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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은 팀의 주장으로 수비 라인을 이끌었다. [사진=정종훈]


슬럼프 이겨낸 조성욱

단국대의 주장 조성욱은 고교 시절 부침을 겪었다. 내로라한 선수들이 모인 수원공고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축구화를 벗을까 고민도 했지만, 잘 버텨서 단국대로 향했다. 대학 2, 3학년 때는 포지션에 변화도 있었다. 단국대 신연호 감독의 추천으로 본래 포지션인 중앙 수비수가 아닌 등 번호 9번을 달고 최전방 공격수로 뛰기도 했다.

대학 시절의 마지막 해인 올 시즌 조성욱은 주장 완장과 함께 다시 중앙 수비수로 돌아왔다. 수비수로 돌아온 조성욱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짧게나마 공격수를 경험했지만, 그 기간 느낀 것들을 토대로 한층 여유가 생겼다.

조성욱은 수비수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첫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 정정용 감독의 U-22 대표팀에 최근 다녀왔다. 조성욱은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니 확실히 책임감이 더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표팀 차출로 인해 조성욱은 이번 대회 32강부터 팀에 합류했다. 주장이 빠진 단국대가 흔들릴 법도 했지만, 저학년을 중심으로 단국대는 단단했다. 조성욱이 합류한 뒤에는 단국대가 더 안정화됐다. 조성욱은 “제가 대표팀 때문에 예선을 뛰지 못했다. 32강 때 합류했는데, (팀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랐다. 아주 간절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울산대와의 결승전. 단국대가 점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울산대가 초반부터 측면을 활용한 빠른 공격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단국대는 초반 다소 흔들렸지만, 이내 적응하며 주장 조성욱을 중심으로 울산대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조성욱은 안수현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는 데 최고의 수훈을 세웠고, 대회 수비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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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최준혁(28번)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소리없이 강하게 팀을 이끌었다. [사진=정종훈]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최준혁

최준혁은 강원FC 유소년팀인 강릉제일고 주장 출신으로 단국대에 입성했다. 그도 어려움이 있었다. 복합적인 부상으로 인해 중학교 때 1년을 재활의 시간으로 보냈다. 강릉제일고에 입학해 박요한과 함께 꾸준히 피치에 나서며 경험치를 쌓았다. 단국대 유니폼을 입고서도 그의 출전은 계속됐다. 저학년 때는 주로 교체로 경기에 나섰고, 조금씩 경험을 쌓으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그는 원 볼란치, 즉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주로 섰다. 그의 장점은 좌우로 벌려주는 패스와 경기 조율이다. 튀진 않지만, 늘 묵묵하게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때론 후반 막판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중앙 수비수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그는 “저학년 때는 볼 다루는 기술이나 경기 조율 능력이 부족해서 투 볼란치로 섰다. 3학년이 되면서 나름 볼키핑력이 괜찮아졌다. 원 볼란치를 서도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혼자서 포백을 보호하면 수비 부담은 더 가중된다. 특히 최준혁의 신장을 고려했을 때 다소 둔하기 때문에 작고 빠른 선수들에게 한 번에 벗겨지기 쉽다. 하지만 최준혁은 경험으로 약점을 보완했다. “스텝훈련을 많이 하지만, 단점을 완전히 보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경험을 토대로 예측해서 공격을 끊으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월 춘계연맹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혔던 고려대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고려대 테크니션 박상혁, 김호를 경험으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 울산대와의 결승에서도 그의 경험은 빛을 발했다. 울산대가 초반부터 중원을 통해 강하게 공격해오자 최준혁은 노련하게 끊어냈다. 전반을 무실점으로 끝냈기 때문에 단국대가 후반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단국대 신연호 감독은 그의 노고를 인정했는지, 최준혁에게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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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주장 조성욱이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정종훈]


4개월 남은 대학 생활

시즌 전 단국대를 바라보는 평가는 박했다. 지난 시즌 주축선수였던 나상호(21 광주FC)를 비롯해 국태정(22 전북현대), 손기련(22 안산그리너스), 이유현(21 전남드래곤즈), 문지환(23 성남FC)이 프로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올 초 2월 통영에서 열린 춘계연맹전 4강 진출과 U리그 5권역에서 선두라는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추계연맹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꼬리표가 따랐다.

단국대 선수단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최준혁은 “작년 멤버가 다 빠지고 올해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멤버가 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다들 안 될 것이라고 했는데, 첫 대회에서 4강에 들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 같이 열심히 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선수들끼리 더 똘똘 뭉치고 극복해서 드라마를 쓴 것 같다”고 전했다.

조성욱과 최준혁의 남은 대학 생활은 약 4개월. 둘은 조금은 다른 목표를 내다봤다. 주장 조성욱은 “시즌 끝나기 직전까지 팀에 최대한 기여할 것이다. 리그 우승 후 왕중왕전에서는 성적을 내는 것보다는 선수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최준혁은 “제가 계속 후배들에게 말하는 것이 있다. 왕중왕전, 전국체전, 리그에서 모두 이긴다고 가정하면 총 12경기가 남았다. 12경기를 모두 다 채워서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4학년들 중 상을 받지 못한 친구도 있다. 다 함께 웃으면서 졸업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둘은 올 시즌 후 프로 진출이 유력하다. 내년 프로 무대에서 두 선수의 성장이 기대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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