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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2017 마지막 메이저, PGA 챔피언십 둘러보기

이번 주(8월 10~13일)에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이 열린다. 아무래도 최대 관심사는 조던 스피스(미국)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다. 그런데 모든 것이 그렇듯, 그 과거를 알고 보면 한층 재미있는 법이다. PGA챔피언십의 역사와 올해 특징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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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챔피언십의 우승컵인 워너메이커 트로피(Wanamaker-trophy). 그런데 진품은 따로 있다.


PGA of America 창립과 챔피언십


영국 이민자들에 의해서 개척된 미국골프는 1894년 USGA(미국골프협회)가 설립되고, 1895년 제1회 US오픈이 개최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USGA는 아마추어 골프에 더 큰 비중을 둔 조직이었지만, 프로골프대회까지 주관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프로골퍼들의 사회적 위상은 대부분 부자들인 아마추어에 비해서 훨씬 낮았다. 예를 들면 프로골퍼들은 클럽하우스 출입이 금지되었기에 식사를 할 수도 없었고, 멤버들의 하인과 다름없는 신세였다. 결국 1916년 불만을 가진 프로골퍼들이 단합해서 프로골프를 위한 새로운 단체를 설립해 USGA로부터 독립했는데, 그 단체가 바로 PGA of America이다(통상 PGA로 불린다).

PGA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필라델피아 백화점의 주인이었던 로드맨 워너메이커(Rodman Wanamaker)였다. 그는 1916년 10월 제1회 PGA 챔피언십 개최를 위해 총상금 2,850달러와 골프대회 트로피 중에서 현재까지도 가장 크고 무거운 것으로 인정되는 우승컵을 기부했다. 그래서 높이 71cm, 무게 13kg에 달하는 우승컵의 공식 명칭이 '워너메이커 트로피'다. 총상금 2,850 달러는 당시 US오픈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액수로 처음부터 US 오픈을 압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PGA 챔피언십은 아마추어 골퍼의 참가를 금지했고, US오픈이나 브리티시오픈(디오픈)과 차별화하기 위해 스트로크 플레이 대신 매치 플레이 방식을 채택했다(1958년부터 현재의 스트로크 플레이로 변경).

분실된 우승컵

1924년 당시 최고의 골프영웅이며 매치플레이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던 월터 하겐이 PGA챔피언십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날 저녁 시상식 후 파티를 하면서 택시기사에게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자기 호텔에 배달하라고 주문했는데, 그 우승컵은 호텔에 도착하지 않고 분실되었다. 1925년 PGA챔피언십에서 주최측은 하겐에게 우승컵을 반환하라고 요청했다. 하겐은 “트로피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집에 두고 왔는데, 어차피 내가 또 우승할 테니 걱정 말라”고 둘러댔다. 다행히 월터 하겐이 2년 연속 우승했고, 1926, 1927년에도 계속 우승을 하면서 하겐은 우승컵 분실 사실을 계속 숨겼다.

4년 연속 우승 후 1928년 대회에서 레오 디겔에게 패한 하겐은 그때서야 트로피가 분실된 사실을 털어놓았고, PGA는 하는 수 없이 워너메이커 트로피의 복제품을 제작하여 현재까지 시상하고 있다. 1930년 디트로이트의 어느 회사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된 오리지날 트로피는 PGA 박물관에 보존되어있는데, 어떻게 그 창고로 가게 되었는지의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비인기 메이저’ PGA 챔피언십

골프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메이저 대회는 마스터스가 첫째이고, 다음은 US오픈 또는 디 오픈, 그리고 마지막이 PGA챔피언십이다. 우승자에게 주는 혜택은 다른 메이저 대회와 거의 동일하고 상금액수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프레스티지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으로 인해 ‘꼴찌 메이저’로 취급받는다.

중요한 것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 꼭 우승해야만 하는 대회라는 사실이다. 메이저 7승의 아놀드 파머와 8승의 톰 왓슨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하는 한을 남겼다.

이처럼 선수들에게는 메이저 대회 중 선호도가 가장 떨어지지만, 올해는 다르다. 특히 미국의 골프팬들은 조던 스피스의 그랜드슬램 달성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입장권이 동이 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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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PGA챔피언십이 열리는 퀘일 할로우 골프장. 우승스코어는 10언더파 내외로 예상된다.


코스 세팅과 우승스코어

PGA챔피언십의 코스는 US오픈과 비슷하다. 페어웨이의 폭을 좁혀서 티샷의 정확도를 테스트 하고, 러프를 길게 하여 빠져 나올 수 있는 힘을 테스트 한다. 그린은 딱딱해서 페어웨이에서의 어프로치 샷을 치는 기술에 대한 변별력을 테스트 한다. 또 유리알같이 빨라서 온그린이 되더라도 그린으로 걸어가면서 걱정을 해야 한다. 결국 힘과 정확성의 테스트이고 기후조건, 코스매니지먼트, 운에 따른 변동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세계랭킹 상위권에 있는 낯익은 선수가 우승할 확률이 높고,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올해 대회 장소인 노스캐롤라이나의 퀘일 할로우 클럽은 7,600야드 파 71로 세팅됐다. 매년 개최되는 PGA투어의 웰스 파고 챔피언십코스와 동일하다. 이 코스의 역대 PGA투어 우승 스코어를 감안할 때 이번 대회 우승 스코어는 10언더파 내외로 예상된다.

남자골프의 강국 코리아

한국은 7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양용은, 김시우, 강성훈이 자력으로 출전권을 획득했고 특별 초대선수로 김경태, 안병훈, 송영한, 왕정훈이 초청장을 받았다. 미국,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선수들이 출전한다(호주, 남아공도 각 7명씩 출전).

한국 남자골프의 수준은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더 높이 인정받고 있다. 지난 달 디오픈에도 8명이 출전해 성적이 나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한국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톱랭커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단, 아직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이번 PGA챔피언십에서는 한국선수 7명이 모두 컷을 통과하여 대한민국 남자골프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기를 기원한다.

* 모 노먼 스토리의 최종 3편은 다음 주에 게재됩니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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