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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이슈] 남자농구대표팀, 아시아컵 참사 끊어낼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배성문 기자]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평가전 성격의 동아시아컵과 윌리엄 존스컵을 각각 2위와 3위로 마쳤다. 두 대회를 통해 다양한 선수들을 평가한 대표팀은 지난 25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출전 선수 최종 12인 명단을 발표했다. 아시아컵은 아시아농구선수권의 새 이름으로, 다음 달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다.

기존 아시아선수권 시절에는 우승팀을 포함해 2~3팀에 농구월드컵(구 세계농구선수권)에 출전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FIBA가 축구처럼 홈&어웨이 방식으로 월드컵 출전 방식을 변경하며 이제는 출전권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대회의 권위가 다소 낮아졌다.

그래도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국가가 처음으로 아시아에 편입돼 열리는 대회인 만큼 기존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중동, 이제는 호주 등까지 가세해 서구권 국가와도 붙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1960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1회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2회 우승(1969년 방콕, 1997년 리야드)을 비롯해 준우승 11회를 기록했다.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최소 3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의 농구 강국’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한 대회 걸러 ‘참사’라는 표현을 낳을 정도로 급격히 경쟁력이 떨어졌다.

2013년 마닐라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16년 만에 농구 월드컵 진출을 이뤘지만, 이내 2015년 창사 대회에서 6위에 그치며 ‘대참사’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한국이 이번에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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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의 최전성기로 불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의 우승 기념 사진. [사진=대한농구협회]


■ 참사의 시작 2005년 ‘도하 참사’

한국은 ‘황금세대’라 불리던 농구대잔치 세대가 이룬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최소 동메달을 목에 걸던 한국은 2005년 도하 대회에서 4위로 추락했다. 첫 대회인 1960년 이후 처음으로 메달권에서 벗어난 것이다. 때문에 이 대회는 ‘도하 참사’로 불리며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회자되곤 한다.

물론 이 대회는 당시 전력이 노출되지 않았던 중동 국가들이 이른바 ‘오일 머니’로 외국선수들을 대거 귀화시키며 비정상적인 전력상승을 가져온 탓이 컸다(이후 FIBA의 개입으로 귀화선수는 엔트리에 1명만 가능해졌다).

대표팀은 다음 대회인 2007년 도쿠시마 대회에서 다시 3위 자리를 꿰차며 명예를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9년 ‘텐진 참사’가 일어났다. 아시아대회 개최 이래 한국이 순위권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4강 진출조차 실패한 대회다(7위). 공교롭게도 이때 사령탑은 당시 KCC를 우승으로 이끈 허재 감독이었다. 현 대표팀 사령탑인 허 감독이 이번에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느냐도 관심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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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임시로 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던 김동광 감독. [사진=대한농구협회]


■ 민낯 드러난 ‘대참사’ 창사 참사

아시아 대회 참사 중 최악은 가장 최근인 2015년 ‘창사 참사’다. 대표팀의 당시 성적은 6위로, 2009년 텐진 대회 7위 이후 최악의 성적표였다. 이 대회는 대표팀 구성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유재학 감독이 인천 아시아게임 우승 이후 대표팀 감독을 고사하며 감독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이에 협회는 대회를 불과 3달 앞에 두고 대회기간까지만 ‘계약직’으로 대표팀을 맡을 감독을 ‘신청’ 받았고, 그 독이 든 성배는 김동광 감독이 들었다. 감독 선임조차 쉽지 않았던 대표팀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당연히 어려웠다.

그러나 이 대회는 비단 성적 만으로 평가받은 것이 아니었다. 대표팀에 동행했던 한 기자가 대표팀의 민낯을 낱낱이 고발한 것이다. 손빨래 사건, 도시락 사건, 이코노미 사건 등 각종 사건이 터졌다. 심지어 대표팀 스태프들은 대회 기간 내내 도시락을 공수한 한식당을 찾아가 만취가 될 때까지 술을 마셨다는 기사까지 터지자, 농구팬들의 화살은 선수들이 아닌 협회를 향했다. 그러나 협회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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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빠따' 발언으로 논란이 된 축구대표팀의 김남일 코치. [사진=YTN 뉴스 캡처]


최근 축구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김남일 코치의 “마음 같아서는 빠따(방망이)라도 치고 싶다”라는 발언이 화제다. 비슷한 맥락으로 허재 감독 역시 “요즘 선수들은 대표팀에 사명감이 없다”라는 발언을 했다. 허 감독의 발언도 일리는 있다. 대표선수들은 국내리그에서만 뛰어도 쉽게(?)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다. 대표팀에 나가서 다치기라도 하면 차기 시즌 몸값은 하락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갖가지 핑계 아닌 핑계로 대표팀을 기피하거나 합류하고도 리그에서 같은 투지는 없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명예는 특별한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만큼 사명감은 기본이다. 또 선수들의 사명감이 가질 만큼 ‘국가대표’라는 네 글자에 걸맞는 지원도 선행돼야 한다. 내신등급으로 치면 한국농구는 아시아에서도 2, 3등급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한국농구에 참사가 없길 바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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