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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GA선수권 관전 포인트는 트로피, 창립자, 출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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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5년 제8회 KPGA선수권에서 홍덕산(뒷줄 왼쪽 5번째)이 우승, 한장상(앞줄 왼쪽 4번째)이 2위를 했다. 홍덕산 왼쪽은 이순용 서울CC창립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한국 남자프로골프(KPGA)의 활력이 신선하다. 지난해 13개 대회에 92억원의 총상금 규모가 올해는 19개 대회에 144억5천만원으로 대폭 1.5배는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각 대회 마다의 면면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한때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지고 메이저 대접을 받지못했던 한국의 가장 오랜 대회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이 이번 주에 60주년으로 성대하게 치러진다. 상금도 지난해부터 10억원으로 증액되었다. 메인 스폰서 기업 없이 자체적으로 여는 데도 말이다. 지난해 상금 외형을 키웠다면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것 같다.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과 접근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이 대회가 개최된 지 딱 60년째를 맞이하는 지난주 12일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선수들이 참여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제1회 KPGA선수권은 1958년6월12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그리고 60주년을 맞아 올해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올해 이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키워드가 잡혔다. 트로피, 창립자, 그리고 출전 선수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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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트로피와 앰블럼.


트로피- 새로운 60년을 맞이한다
호주에서 새로 제작해 공수했다는 트로피에 여러 의미를 담았다. 6개의 컵받침에 12개의 면이 있다. 이는 12명의 KPGA 창립회원을 의미한다. 우승컵 바깥의 실버 디자인은 과거의 60년, 안쪽 컵의 골드 디자인은 미래의 60년을 뜻한다. 3개의 기단에는 올해까지의 우승자 이름을 새기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단에 새 챔피언 이름을 새길 계획이란다.

호주의 플린실버사는 금속 세공에 뛰어난 회사로 영국의 버킹엄, 미국 백악관, 로마의 바티칸 금속제품을 납품하는 저명한 업체다. 가로 26cm, 높이 46cm 크기의 트로피의 제작 금액은 순회배의 경우 1만8800달러(2124만원), 우승 선수들에게 주는 복제품은 1만4600달러(1649만원)에 해당한다.

박호윤 KPGA 마케팅 국장은 프로 스포츠계에서 각종 컵이 있다면서 설명했다. ‘아이스하키(NFL)우승 팀이 들어올리는 스탠리컵은 2만3천달러(2599만원), 미식축구(NFL) 우승컵인 빈스롬바르디컵은 4500달러(508만원), PGA챔피언십 우승자에게 주는 워너메이커컵은 3만5천달러(3955만원), 브라질이 영구 보존하고 있는 월드컵 축구 3회 연속 우승의 줄리메컵은 2천만달러(2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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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KPGA 선수권대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들. 김준성, 최진호, 이상희, 장이근(좌측 부터) [사진=KPGA]


올해 신형 트로피 제작을 후원한 이는 풍산그룹 유진 회장이다. 올초 KPGA수뇌부들이 유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얘기가 발단이 됐다고 한다. 이 대회를 메이저답게 만들고 싶다는 양휘부 KPGA회장의 말에 류 회장이 흔쾌히 후원 의사를 밝히면서 새 트로피가 탄생하게 됐다. 양 회장은 설명을 보탰다. “올해는 KPGA선수권컵이라고 명명되겠으나 내년부터는 다른 이름이 지어질 수 있겠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께서 트로피 제작 지원을 했다. 그래서 고마움을 트로피 안쪽에 프리젠티드바이 로이 진 류라고 새겼다.”

1916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에서 창설한 PGA챔피언십의 우승 트로피는 백화점 재벌인 로드먼 워너메이커가 골프 대회에 선사하면서 트로피 이름이 정해졌다. 그래서 ‘워너메이커 트로피’로도 불린다. 이를 통해 유추하자면 이 트로피는 나중에 로이(진)컵이 될 것 같다. 대부분의 트로피에 컵을 제공한 공헌자의 이름을 붙이는 건 일반적이다.

트로피를 응용한 새로운 대회 엠블럼도 등장했다. 국영문 로코 타입을 만들었다. 이로써 이를 향후 이 대회에 통일시킨다는 의미다. 주요 메이저 대회들이 가지는 고유의 상징을 만든다는 건 의미 있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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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상이 지난 2007년 50회 대회에 50회째 출전한 뒤에 은퇴했다.


창립 멤버 초청- 환갑을 맞은 대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1968년에 창설되었다. 여기에 참여한 창립 멤버가 모두 12명이다. 창립 2년 전인 1966년에 한국골프협회(오늘날 대한골프협회의 전신)가 만들어졌으나 프로들의 사무를 보고, 행정을 처리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968년에 협회 창설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KPGA 창립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박명출과 홍덕산 등은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후원자로 삼았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를 누렸던 김형욱은 자신의 비서실장 문학림을 시켜 재벌들에게 협회 기금을 모금했고 문학림은 당시 서울골프장 회원들에게서 2070만원을 모금한 것이 오늘날 KPGA의 종잣돈이 됐다.

김형욱이 주선한 프로 골퍼들과 돈을 낸 후원자들은 1968년 4월에 ‘아서원’이라는 중국 식당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프로 골퍼들은 12명으로 연덕춘, 박명출, 신봉식, 김복만, 홍덕산, 김성윤, 한성재, 이일안, 배용산, 한장상, 문기수, 조태운이었다. 이날 아서원의 모임이 KPGA 창립을 위한 임시 총회였다. 현재 이들 중에 절반 정도가 생존해 있다. KPGA는 22일부터 열리는 이 대회에 생존 창립 멤버들을 모두 불러 환갑을 맞은 이 대회를 자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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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9회 대회에서 김준성이 첫 승을 하고 두 팔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KPGA]


출전 선수들- 올드 & 뉴 세대간의 승부
KPGA선수권은 뚜렷한 기업 스폰서가 없어서 몇 년 전까지 배척받다시피 운영되어 왔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이 대회만의 규정 때문이었다. 한번 우승자는 평생 출전권을 준다. 마스터스에서 한번 우승한 챔피언이 평생 출전 자격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

한장상 KPGA 고문이 지난 2007년 50회 대회까지 빠짐없이 출전할 수 있었던 건 이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업 스폰서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대회 유치를 꺼린 적도 많았다. 인기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국내 골프 대회역사가 깊어지면서 점차 바로잡혀가고 있다.

올해는 역대 챔피언 중에 출전 자격을 갖춘 선수가 5명 출전한다. 최윤수(3승: 87, 88, 90), 이강선(1승: 93), 조철상(1승: 91), 박노석(2승: 2000, 03), 강욱순(1승: 99)이다. 마침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는 지난 10년간 안산에 아카데미를 여느라 몇 년간 대회장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강욱순도 모습을 보여 대회 출전 소감을 밝혔다. “10여년 전 현역 선수 생활 할 때보다 몸은 더 좋아졌다. 근력도 더 많이 붙었다. 다만 실전 감각이나 경기력은 낙후되었다. 내가 2승 못하더라도 우리 아카데미에서 후진을 양성해 이 대회 챔피언을 배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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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제60회 KPGA선수권대회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강욱순. [사진=KPGA]


프로 골프대회가 60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이제 역대 챔피언을 우대하고 존중할 수 있는 역사 문화적인 토대가 쌓였다. 강욱순은 지난 1996, 1998년에는 아시안투어 상금왕을 지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70세가 넘은 점보 오자키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매 라운드마다 자신의 나이 이하 타수를 치는 에이지슈트에 도전한다. 그에 대해 일본 갤러리와 미디어는 오자키의 도전을 응원하고 박수치며 보도한다.

지금 투어를 뛰는 선수들에서 시야를 보다 넓혀 과거의 선수가 뛰는 모습도 볼 수 있게 한 KPGA선수권을 기대한다. 과거 선수들이 나와야 미래 선수를 배려하고 격려할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KPGA선수권은 가장 오랜 대회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아 시도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적극 환영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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