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백우진 러닝 칼럼] 맨발 마라톤을 해야 하는 이유

  • 2017-06-16 11:42|남화영 기자
이미지중앙

맨발 달리기는 실제 해보면 건강에 여러가지 면에서 좋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인체는 달리도록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사람은 달리는 존재이고, 원래 맨발로 달렸다. 인류의 긴 달리기 역사에서 신발을 신은 시점은 최근이다. 발은 달리기에 최적화된 신체 부위다. 발은 신발의 보호 없이도 달릴 때 착지 충격을 받아낼 수 있다. 신발은 오히려 발을 약하게 한다. 부상 없이 달리는 길은 맨발이나 맨발과 비슷한 상태로 달리면서 발을 단련하는 것이다. 2004년에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고 2011년에 신발을 벗고 뛰기 시작한 백우진 씨가 맨발 달리기에 대해 연재한다. 그는 풀코스도 맨발로 달린다.

“발은 공학의 걸작이자 예술 작품이다.”
예술가이자 과학기술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말이다.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 명작을 그렸을 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공학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다빈치는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인체를 해부하고 연구했다. 그러면서 발에 대해서도 궁리했고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발이 예술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학의 걸작임은 분명하다. 맨발 마라토너로서 나는 다빈치의 바통을 이어받아, “발은 공학의 걸작으로 달리기와 인체와 진화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영장류 가운데 발이 가장 작다. 신체에 비한 발의 상대적인 무게가 사람이 가장 가볍다는 말이다. 이는 사람의 발이 달리기에 적합하게 설계 혹은 진화됐다는 근거 중 하나다. 발이 침팬지처럼 큼지막한 사람을 상상해보라. 그는 달릴 때 다른 사람보다 ‘무거운 추’를 움직이며 이동해야 한다. 빨리 뛰기 불리하고 오래 달리기 효율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큰 발은 걷기에는 그리 불리하지 않다. 발의 크기와 속도의 상관관계는 빨리 달리는 초식동물의 착지 부위가 발굽 형태로 작아졌다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작고 강한 발의 비밀
인체의 발이 놀라운 점은 작고도 강하다는 사실이다. 사람 발은 비행기로 치면 랜딩기어에 해당한다. 항공기 랜딩기어도 가벼워야 한다. 가벼울수록 연료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랜딩기어는 동시에 탄력이 있고 강해야 한다. 그래야 착륙할 때 충격을 받아낸다. 경량화와 탄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랜딩기어 설계는 기계공학에서 난이도가 높은 분야다. 사람 발 역시 가벼우면서도 강해서 달릴 때 착지 충격을 받아낸다. 인체의 발은 이런 측면에서 랜딩기어와 마찬가지로 공학 작품이다.

발은 뛰어난 완충장치다. 발의 완충 작용에는 몇 가지 부위와 구조가 함께 기여한다. 그 부위와 구조는 발바닥활(발 아치)과 족저근막, 아킬레스건, 종아리근육이다. 사람 발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발바닥활과 족저근막이 발달했고 아킬레스건이 다른 영장류보다 길고 두껍고 강하다.

발바닥활은 가로 세로로 굽은 구조를 가리킨다. 발바닥활이 형성되지 않은 발을 평발이라고 부른다. 발바닥활은 발 뒤꿈치에서 발가락 쪽으로 세로로 휘었고 발등의 좌우로 가로로 굽었다. 족저근막은 띠 모양의 두껍고 강한 섬유조직이다. 발 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 쪽으로 뻗어나간 뒤 다섯 갈래로 갈라져 각 발가락 밑 부위에 붙어 있다.
두 부위는 착지할 때 완충 작용을 한다. 착지하면 발바닥활이 펴지고 족저근막은 늘어난다. 발을 떼면 발바닥활이 다시 굽어지고 족저근막이 수축한다. 이 동작은 착지 충격의 일부를 반발력으로 몸에 돌려준다.

이미지중앙

아킬레스건 보조장비.


사람의 아킬레스건이 가장 강한 이유
발이 ‘공학 작품’을 넘어 ‘공학의 걸작’ 반열에 오른 것은 달릴 때 착지 충격을 완충할 뿐 아니라 반발력으로 전환해 활용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착지 충격의 상당 부분을 반발력으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부위가 아킬레스건이다. 아킬레스건은 발바닥활 및 족저근막과 함께 완충 작용을 하고 발바닥활 및 족저근막은 아킬레스건을 도와 충격을 반발력으로 전환하지만, 반발력은 주로 아킬레스건이 만들어낸다. 발은 아킬레스건이 장착됨으로써 걸작이 된 것이다.

아킬레스건은 어떻게 충격을 반발력으로 되살릴까. 아킬레스건은 인체의 힘줄 중에 가장 크고 강하다. 발 뒤꿈치 뼈에서 비롯돼 장딴지 근육에 붙어 있다. 맨발로 달릴 때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면 장딴지근육이 수축하며 충격을 일부 흡수한다. 장딴지근육이 뭉치면 여기에 붙은 아킬레스건이 강하게 잡아당겨진다. 팽팽하게 긴장된 아킬레스건은 원래 상태로 수축하려고 한다. 아킬레스건이 수축하면 발에 땅을 밀어내는 힘을 전한다. 몸에 반발력을 주는 것이다.

제자리 뜀뛰기를 할 때에는 착지 반발력이 위로 작용한다. 달릴 때 착지의 반발력은 앞 방향으로 몸을 밀어낸다. 달릴 때 인체는 착지 에너지 중 얼마 정도를 활용할까? 그래서 에너지 효율을 얼마나 좋게 할까? 하버드대학에서 인간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대니얼 리버만 교수 등이 2004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킬레스건을 비롯한 인체 부위는 달릴 때 신진대사 비용의 약 50%를 절감해준다.

신발은 발의 작동을 방해한다
발은 완충 및 반발 작용을 맨발일 때 제대로 발휘한다. 발을 신발로 감싸면 이 작용이 저해된다. 러닝화는 대부분 발바닥활과 아킬레스건이 제 구실을 하는 걸 방해한다. 그래서 나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게 됐다.

러닝화는 우선 ‘아치 서포트’라는 부분으로 발바닥활의 작동을 가로막는다. 아치 서포트는 신발의 밑창 중 가운데 볼록하게 올라온 부분을 가리킨다. 발바닥활 부분을 받쳐줘 발을 편안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아치 서포트가 발바닥활을 채우면 착지할 때 발바닥활이 펴지지 않고 족저근막도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 발에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 완충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러닝화는 또 대부분 밑창의 뒷부분을 두껍게 덧댔다. 이런 러닝화를 신으면 달릴 때 뒤꿈치 부분부터 착지하게 된다. 뒤꿈치로 착지하면 발바닥활 및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이 완충 및 반발 작용에 쓰이지 않게 된다. 요컨대 신발은 공학의 걸작인 발을 설계된 대로 가동되지 않도록 않는 보조장치다.

이에 대해 “러닝화가 좋아져 밑창이 완충 작용을 잘 하고 반발력도 충분히 낼 텐데, 그럼 된 것 아닌가?” 하고 물어보실 분이 있겠다. 틀리지 않은 물음이다. 그러나 러닝화에 의존하다보면 발을 덜 쓴다. 발바닥활과 족저근막, 아킬레스건, 종아리근육이 약해진다. 이들 부위가 약해지면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부상이 발생할 경우 만성 질환으로 넘어갈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맨발이나 맨발에 가까운 상태로 달리면 이들 부위가 단련되고 부상에서 멀어진다. 족저근막염과 아킬레스건염 같은 증상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 이런 족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지나치게 신발에 의존해서 걷고 달리면서 발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족부 질환 중 가장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족저근막염에 대해 알아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기준 족저근막염 환자는 연평균 30%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족저근막염은 발이 약해진 가운데 무리하게 운동하면 발생한다. 오래 걷거나 뛰면 발바닥활과 족저근막이 펴지고 늘어났다가 수축하는 동작이 반복되는데, 약해진 발바닥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발바닥활이 무리하게 되면서 염증을 앓게 된다.

맨발은 무릎 관절도 보호한다
족저근막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려면 발의 탄력을 유지하면 된다. 실내에서 맨발로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산책하거나 달릴 때엔 아치 서포트가 없고 밑창이 두껍지 않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이런 활동을 별로 하지 못한다면 평소에 오므리는 동작 등을 통해 발의 근력을 유지하면 좋다.

설계된 대로 발을 건강하고 탄력 있게 유지하려면 반드시 맨발로 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맨발과 비슷한 상태로 걷고 뛰면 된다. 나는 노면이 거친 길에서는 아쿠아슈즈를 ‘맨발 대용으로’ 착용하고 뛴다. 겨울에는 아치 서포트가 없고 밑창이 두껍지 않은 러닝화를 신고 달린다.

공학의 걸작인 발을 제대로 가동해서 달리면 좋은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부위를 단련해 맨발로 착지하면 신발로 착지할 때와 비교해 충격이 무릎 이상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신발 밑창의 탄력으로 착지 충격을 흡수하면 그 충격이 일부 무릎 위로 전달되는 반면, 발바닥활과 족저근막, 아킬레스건과 장딴지 근육을 풀가동해 착지하면 충격이 이들 부위에서 다 흡수된다. 장거리를 달려도 무릎 관절에 전혀 무리가 오지 않는다.

인체는 달리게끔 설계됐다. 그 설계의 가장 핵심적인 부위가 발이다. 발을 타고난 대로 써서 맨발로 뛰어보기를 권한다. 이게 인류가 원래 달린 방식이다.

저자 백우진은 <동아일보>기자, <이코노미스트>,<포브스>편집장을 거쳐 현재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이다. <나는 달린다 맨발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글은 코오롱 와키진(www.waacgolf.com)에 연재된 내용이다.
sports@heraldcorp.com
핫이슈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