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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15) ‘타고난 투수 DNA’ 일산백송고 조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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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백송고 우완 에이스 조영건. [사진=정아름 기자]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던 국민들은 한국인 역대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던진 공에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그해 박찬호와 같은 등번호 61번을 단 또 다른 한국인 투수 하나가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당시 원광대를 졸업하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85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현 삼성 라이온즈 육성군 코치 조진호(41)였다.

조진호는 시작은 아름다웠지만 잠재력을 꽃피우진 못했다.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뿌렸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5년간 빅리그 통산 13경기 2승 6패 방어율 6.62. 이후 SK와 삼성에 몸 담았으나 다시 또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선수생활을 접었다. 조 씨 가문에 조진호가 못 다 이룬 꿈을 이어받을 투수가 새로이 등장했다. 작은아버지인 조진호의 ‘투수 DNA’를 빼다박은 일산 백송고 우완투수 조영건(18)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조진호지만 그는 조카의 야구에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기보다는 묵묵히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 조영건은 "작은아버지는 열심히만 하라고 격려해주신다"고 말했다.

투수 전업 2년차 에이스

유독 좋은 고교 투수 자원들이 많다는 올해. 그 가운데서도 조영건의 평균자책점은 돋보인다. 주말리그 후반기 대회를 치르고 있는 현재 0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투수는 전 학년을 통틀어 단 4명이다. 조영건은 39.1이닝 동안 3자책점만을 허용하며 0.687의 평균자책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3위에 올라있다.

최고 144km 빠른 직구를 구사하는 우완 에이스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전 토박이였던 조영건은 대전 충남중을 거쳐 청주고로 진학했다. 청주고 1학년 시절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있을 정도로 지독한 슬럼프였지만 부모님의 격려로 극복해낸 조영건은 이듬해 일산 백송고로 전학가며 야구 인생의 2막을 열었다. 주 포지션이 유격수였던 조영건은 백송고 김기덕 감독의 권유로 처음 마운드에 오르며 ‘투수 조영건’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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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이 제일 좋아' 조영건은 마운드 위에서 자신이 뿌린 공에 타자들이 헛스윙을 연발할 때 가장 큰 재미를 느낀다. [사진=정아름 기자]


백송고 이상훈 코치는 조영건을 가리키며 "앞으로 프로야구판을 놀래킬 선수"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는 "(조)영건이는 체격조건(180cm 80kg)보다 공을 때리는 스냅이 좋다. 내야수 출신이라 스로잉도 부드럽다. 어깨도 상당히 좋은데 투수를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라며 워낙 의욕이 높아 매일 밤 코칭스태프들을 괴롭힌다며 귀여운 투정을 하기도 했다.

99년생 또래 선수들은 드래프트와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유급으로 아직 2학년인 조영건은 차분히 내년을 겨냥하고 있다. 아직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마운드에서의 경험도, 버텨 낼 체력도 부족하다. 조영건은 “런닝과 체력훈련을 통해서 더 오래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위한 욕심을 드러냈다.

"자만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조영건은 TV 속 류제국(33 LG)의 투구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마운드에서 류제국 선수 특유의 여유로움과 타자를 승부할 때 보이는 자신감을 본받고 싶다”라며 류제국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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