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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골프가 모두에게 신사의 스포츠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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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프로골퍼에게 1타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숫자다. 이 1타를 줄이기 위해 많은 이들이 피눈물나는 노력을 한다. 골프가 신사들의 스포츠라고 하는 것은 이 중요한 1타가 ‘정직’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30만평의 넓디 넓은 골프장에서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각자의 양심을 심판 삼아 경기가 치러지는 것이다.

어니 엘스(사진)는 최근 왜 골프가 신사들의 경기인지를 잘 보여줬다. 올해로 만 48세인 엘스는 골프경력이 40년에 달한다. 메이저 4승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통산 71승을 거둔 엘스는 골프를 통해 인생의 희노애락은 물론 삶의 가치를 배웠다. 그래서인지 1타에 연연하지 않는다.

엘스는 최근 출전한 유러피언투어 경기에서 스스로에게 벌타를 부과해 화제가 됐다. BMW PGA챔피언십 첫날 경기 도중 파5홀인 12번홀에서 ‘칩인 이글’을 잡았다. 하지만 엘스는 스스로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사정인 즉 이렇다. 엘스의 세컨드 샷은 벙커 바로 옆 깊은 러프에 박혔다. 동반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볼인지를 확인하겠다고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자신의 볼 임을 확인한 뒤 리플레이스한 후 이글을 잡아냈다.

엘스는 그러나 불편함을 느꼈다. 경기후 기자들을 만나 “러프에 깊이 박혔던 볼이 리플레이스 과정에서 박힌 곳으로부터 튀어 나온 게 편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엘스는 플레이 도중 깊은 러프에 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잘 임팩트된 것을 보고 볼을 원래 위치에 정확하게 되돌려 놓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그리곤 경기위원을 불러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벌타를 자청했다. 엘스는 볼을 원래 위치에 놓지 않았으므로 규칙 20조 7항의 오소플레이 규칙 위반이라고 통보했다. 그리고 12번홀의 스코어를 이글이 아닌 파로 적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엘스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볼을 리플레이스할 때는 규칙에 따라 최대한 원 위치로 돌려 놓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2벌타를 스스로 부과했다. 골프 게임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마음 속에 감추고 있을 수는 없다. 벌타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전진할 뿐이다”

엘스와는 정반대의 기사도 있었다. 미국의 골프전문지인 골프 다이제스트는 최근 “PGA투어에서 속임수를 쓰는 선수가 20여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에 따르면 그린에서 볼을 마크했다가 다시 놓는 과정에서 볼 위치를 홀 쪽으로 가깝게 몇 cm 정도 옮겨 놓는 부정행위를 하는 선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필 미켈슨이 지적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속임수를 쓰는 선수들은 빠른 동작으로 능숙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잡아내기 어렵다. 동반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퍼팅 라인을 읽기에 바빠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런 부정행위가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양심은 속일 수 없다.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나온 렉시 톰슨의 4벌타는 이런 부정행위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골퍼들 사이에서 이같이 볼 마크 과정에서 교묘하게 홀에 가깝게 다가가는 골퍼를 ‘인치 웜(inch worm)’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인치씩 버둥거리며 전진하는 벌레에 비유한 것이다.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좋은 성적을 내 부와 명예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더욱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이의 눈에 속임수를 쓰는 부모라면 스스로 좋은 부모 임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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