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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리뷰] 14~16번 트로이카 홀의 격동과 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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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케이프오너스의 14번(맨 오른쪽 끝), 15번, 16번 홀(왼쪽) 그린은 바다를 향해 뻗어나가는 세 마리 말을 닮아서 '트로이카'로 명명되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삼두마차로 불리는 ‘트로이카(Troika)’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운송수단이었다. 세 필의 말이 끄는 마차에 두 사람 내지 세 사람이 탈 수 있었다. 보통 때에는 마차로 이용되지만 겨울이 되면 차바퀴를 떼어내서 차체를 큰 썰매 위에 싣고 달렸다.

방울소리를 울리며 눈 쌓인 벌판을 질주하는 트로이카의 이미지는 민요의 서정적 주제가 되어 왔다. 트로이카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상징물 중 하나로 최근엔 외국인의 이국정취를 충족시키기 위해 겨울 관광코스에 체험 상품으로 끼워 넣는다.

트로이카는 서양사의 한 시대를 일컫기도 한다. 세 명의 주요 인물이 정치를 이끄는 로마 제정 이전의 ‘삼두정치(三頭政治)’를 일컫는다. 줄리어스 시저, 폼페이우스, 크랏수스가 이끌던 비공식적 협약의 공화정 시기를 1차 삼두정치라고 하며, 이후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레피투스 3자간의 공식적인 협약이 2차 삼두정치다. 이후 옥타비아누스가 전권을 장악하고 첫 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된다. 제정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서양사의 단골 연구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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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혁은 14~16번 트로이카 홀에서 두 홀을 연속 내주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연장전에서 우승했다. [사진=KPGA]


먼싱웨어 매치플레이가 열린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 클럽 선셋-선라이즈 코스(파72 7183야드)의 파3 14번 홀부터 16번 홀까지가 트로이카다. 골프장을 만든 정재봉 회장이 지은 네이밍이다. 이 세 개홀은 카일 필립스가 설계한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 3개 홀 시리즈이기도 하다. 셋 다 바다를 향해 머리를 휘두르고 내달리는 말들처럼 바다로 향해 뻗어나간다. 그리고 그 끝에 그린이 앉았다.

14번부터 3개 홀을 ‘트로이카’로 정한 건 절묘한 네이밍이다. 올해 처음 정규 골프 대회를 치른 이 세 개홀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많았다. 11일 열린 결승전에서 이정환은 2다운으로 뒤지고 있다가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에 16번 홀에서 김승혁이 보기를 범하면서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이 세 홀 승부는 연장 첫홀까지 가는 발판이 됐다.

3, 4위전에서는 전가람이 14번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16번 홀에서 3&2로 이형준이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형준의 승리의 비결은 트로이카 홀에서 잘 지켜냈기 때문이다.

5, 6위전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송영한은 14번 홀에서 이겼으나 16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김비오에게 한 홀 내주면서 역시 연장 두번째 홀까지 가서야 이길 수 있었다. 7,8위전에서 주흥철이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자, 승부사 강경남도 떨었나 보다. 16번 홀에서 강경남의 공이 물에 빠지면서 주흥철은 결국 2업으로 이길 수 있었다. 특히 202m의 16번 홀은 챔피언티에서 그린까지 시퍼런 물을 건너야 하는 홀이다. 중압감이 높아지는 마지막날에는 특히 챌린징한 승부홀로 변신했다.

매치의 대부분의 승부가 이 세 개의 홀에서 결판이 났다. 이 홀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건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로마 시대 격변기의 모습처럼 짜릿하고 스릴이 넘친다. 하지만 선수들은 매 초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어느 홀에서 자신의 샷이 도리어 자기의 목을 노리는 칼이 되어 되돌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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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16번 홀은 챔피언 티에서 보면 202m 거리의 그린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1차 삼두정치 시기 황제를 꿈꾸던 줄리어스 시저는 원로원에서 자신이 아들처럼 아끼던 브루투스가 포함된 무리들에게서 칼로 암살당한다. 시저가 꿈꾸던 세상이 나았을런지 혹은 브루투스가 꿈꾼 공화정이 더 나았을지는 의미없는 논쟁이지만, 그 당시의 격동과 치열함과 역사적 의미가 세계사 어느 지점 못지않게 컸기에 사가들은 이 부분을 집중 연구한다.

갤러리나 시청자들 역시 그러하다. 이 세 개 홀에서 나오는 승부의 변화로 인해 매치플레이의 진수를 느끼고 환호한다. 툭 튀어나온 암반 끝자락에 조성되어 바다와 절묘하게 어울린 세 개의 홀은 러시아의 트로이카 마차라기보다는 삼두정치의 격동에 더 어울린다.

내년에 열릴 매치플레이에서도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의 트로이카 홀은 이처럼 짜릿한 승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멋진 코스에서 벌이는 간발의 승부야 말로 골프를 보는 흥미와 재미를 높인다.

이 골프장은 영국의 세계 코스 정보 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Top100golfcourses.com)에서 한국에서 유일하게 세계 91위에 올린 코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의 아쉬움이라면 해안 코스 중계의 서투름과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그 절경이 제대로 보여지지 못한 것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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