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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아의 차이나는 골프] (1) ‘중국의 미셸 위’ 류원보를 소개합니다

* 한때 중국골프는 ‘녹색아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근년 들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지침으로 인해 차이나 골프의 성장이 주춤했죠. 그런데 지난해(2016년) 펑샨샨의 리우 올림픽 동메달 이후 사실상 ‘골프금지령’이 무력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은 미LPGA 출신으로 2017년부터 중국 국가대표팀(여자)의 헤드코치를 맡고 있는 양영아 프로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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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보 선수(왼쪽)와 접니다.


지난 5월 11~13일 중국의 장자강 샹산CC에서 제39회 퀸시리키트컵이 열렸습니다. 1979년 창설된 이 대회의 공식명칭은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골프 팀선수권대회죠. 여자골프발전과 국제친선을 도모하기 위하여 태국의 시리키트 왕비가 컵을 기증하여 출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여자골프가 세계정상에 오른 지도 제법 됐습니다. 당연히 이 대회는 한국선수들이 별일이 없으면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박세리, 김미현, 유소연 등이, 외국선수로는 캐리 웹(호주), 청야니(대만) 등이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다툰 바 있습니다.

올해도 ‘당연히’ 한국이 단체전과 개인전(최혜진)에서 정상에 올랐죠. 중요한 것은 제가 코치를 맡고 있는 중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겁니다. 일본이 3등이고, 태국이 4등이었죠. 아무리 홈코스라고 해도 이변이었습니다.

물론 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으니 저는 기분이 좋답니다. 하지만 덜컥 겁도 났습니다. 지난 1월부터 중국대표팀의 코치를 맡았는데, 갑자기 기대치가 확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한 3등만 했으면 딱 좋았을 텐데 일부러 못 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요(ㅠ). 절대강자 한국이 있으니, 현실적으로 최고성적이 2등인데 벌써 이를 달성했으니,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꺾어야 한다고 기대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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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퀸시리키트컵 때 찍은 중국 여자 골프국가대표팀 선수들입니다. 맨 왼쪽이 '중국의 미셸 위' 류원보입니다.


이 대목에서 중국선수 한 명을 소개해야겠습니다. 16세 류원보(2001년생)인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혜진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홀(18번홀)에서 아쉽게 패한 선수입니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은메달을 딴 것이죠. 그런데 류원보는 중국대표팀 내에서 사실 돌풍이 예견된 선수였습니다. 지난 4월 프로대회인 CLPGA투어 장자강 샹산 챌린지에서 사상 최연소로 우승했기 때문입니다.

류원보는 키가 182cm입니다. 아빠는 핸드볼, 엄마는 배구 중국국가대표였다고 하네요(중국에서는 제법 유명하다고 합니다). 큰 키에 특별한 운동DNA를 가졌으니,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낼 만합니다. 별명이 ‘중국의 미셸 위’랍니다. 아마추어 세계랭킹이 500위 밖이었는데, 프로대회 우승으로 50위권으로 치솟았고, 이번 퀸시리키트컵 선전으로 1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여자골프 최강국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곧잘 한국말도 알아듣습니다.

참고로 연간 15개 정도 대회가 열리는 CLPGA에도 프로테스트가 있습니다. 차이나 큐스쿨인 것이죠. 중국선수들은 물론이고, 한국선수들도 많이 참석합니다. CLPGA는 상금규모가 한국 2부투어(드림투어)와 비슷한데 한국보다 골프장 컨디션이 좋아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선수들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투어생활을 하는데, 현재 20여 명이 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장소영 프로는 벌써 5년째라고 하네요.

한국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투어로 진출하듯, 중국선수들도 미국, 일본, 한국으로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류원보도 마찬가지인데요, 향후 체계적인 훈련을 하면 비거리가 늘어 빅무대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아직은 18세 나이 제한 때문에 중국에서도 프로투어를 뛸 수 없습니다. US여자주니어, US여자아마, 그리고 내년 아시안게임 등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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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에서 함께 뛰었고, 미LPGA도 선수생활을 한 태국의 비라다 니라파트퐁폰(오른쪽)이 태국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퀸시리키트컵에 나왔다. 뜻하지 않은 해후에 많은 얘기를 나눴고 기념사진도 찰칵.


처음이라 그런지 말이 점점 길어집니다. 끝으로 대회 마지막날 열린 파티를 짧게 소개합니다. 아시아의 골프꿈나무들이 필드가 아닌 무대에서 선보인 노래와 춤이 정말 흥겨웠습니다. 중국선수들은 한국의 최신가요를 배경으로 춤을 췄는데, 한국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선수의 무대에는 한국은 물론, 일본 등 다른 나라 선수들이 나가 함께 춤을 췄습니다. 한국선수들은 노는 것도 잘해서 장기자랑 콘테스트에서 많은 준비를 한 필리핀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에 나와 보니 한류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자골프는 이미 새로운 한류의 중심에 있다고 자신합니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흥미로운 ‘대륙의 골프이야기’를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국 여자 골프국가대표팀 헤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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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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