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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60주년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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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PGA투어 진출을 위해 60주년을 맞은 한국오픈 출전신청을 철회한 이경훈.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이번 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선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이 열린다. 코오롱그룹이 후원하는 한국오픈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한국오픈은 다음 달 경남 양산의 에이원골프장에서 열리는 KPGA선수권과 함께 국내 골프대회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한국오픈은 4대 메이저 대회중 하나인 브리티시오픈 출전권 2장이 걸려 있어 개최 시기가 9월에서 6월로 당겨졌다. 올해부터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 나가게 된다. 9월에서 6월로의 계절적인 변화는 어떤 형태로든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잔디부터 바람, 기온 등 모든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전선수 모두는 저마다 우승을 꿈꾼다. 거액의 우승상금(3억원)에 5년짜리 KPGA 투어카드, 무엇보다 내셔널타이틀 우승자라는 평생의 훈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오픈을 통해 세계무대로 뻗어나간 최경주와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 강성훈 등 역대 챔피언들의 면면은 선수들로 하여금 한국오픈 우승을 더욱 갈망하게 한다.

2002년 한국오픈에서 아쉽게 우승컵을 세르히오 가르시아에게 넘긴 강욱순 프로는 꿈을 못 이룬 케이스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강 프로는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의 내셔널 타이틀 두 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오픈과는 인연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프로는 96년과 98년 두 차례나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른 국제무대에 강한 스타였다.

전성기 때인 98년엔 홍콩오픈에서, 99년엔 타이완오픈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가르시아와 챔피언조로 격돌했던 2002년 한국오픈에선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한 갤러리가 OB 구역에 떨어진 가르시아의 볼을 강욱순의 볼로 착각해 페어웨이로 던져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가르시아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챔피언에겐 행운이 따르기 마련인데 오늘 그 행운이 내게로 왔다“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매년 한국오픈을 취재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은 해외무대에서 활약중인 한국 남자프로들이 모국의 내셔널타이틀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오픈과 관련해 한 때 ‘PGA투어카드 소지자는 초청료가 15만 달러’라는 묵시적인 얘기가 돌아다닌 적이 있다. PGA투어 출전권을 가진 한국선수를 부르려면 성적을 떠나 최하 15만 달러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거래는 값싼 거래일 수밖에 없고 결국 타이틀스폰서인 코오롱그룹은 초청료를 일절 없애 버렸다.

골프강국 호주는 우리와 비교된다. 애덤 스캇이나 캐리 웹 등 호주출신 톱랭커들은 자국의 내셔널타이틀에 자진해서 출전한다. 뿌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초청료를 원하지 않는다. 주최측에서 준다고 하면 금액을 최소화하며 받은 돈은 후진양성을 위해 내놓는다. 왜 우리나라에선 이런 선수들을 찾기 힘들까?

지난 2년간 한국오픈을 연속석권한 이경훈은 6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오픈에 나오지 않는다. 미PGA투어의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경훈은 내년 PGA투어 출전권이 걸린 상금랭킹 25위에 들기 위해 뒤늦게 출전신청을 철회했다. 이경훈은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66위를 달리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경훈을 비난할 수는 없다. 개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이 빠진 내셔널타이틀은 뭔가 허전해 보인다. 부디 다른 선수들이 명승부를 연출해 60주년을 맞은 한국오픈을 빛내주길 바랄 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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