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6월 멕시코. 어린 붉은 악마들은 흰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검은색 축구화(아디다스, 푸마, 키카로 알려져 있음)를 신고 푸른 잔디 위를 누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최초 4강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던 순간이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2017년 대한민국. 붉은 유니폼과 푸른 잔디는 변함이 없지만 그 위를 누비는 선수들의 축구화는 형형색색으로 각기 존재감을 드러낸다. 과거 축구화의 상징이 흰 로고와 검은 가죽이었다면, 요즘엔 축구화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것은 스터드뿐이다. 다양한 재질에 화려한 컬러를 입히고 그 위에 자연스럽게 로고를 얹어 놓았다. 대한민국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은 어떤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누빌까?

아디다스 - 이승우 등 스타플레이어 선호

작년 10월 대한민국의 기대주 이승우는 메시의 축하를 받으며 아디다스의 후원계약서에 사인했다. ‘나이키 하이퍼베놈’에서 ‘아디다스 엑스’로 축구화를 갈아신는 순간이었다. 백승호 역시 선배인 손흥민, 구자철과 함께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다.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 21명 중 9명이 아디다스 제품을 신는다.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터뜨린 멀티플레이어 강지훈(용인대), 측면 수비수 우찬양 등 주로 빠른 발을 활용하는 선수들이 아디다스의 스피드사일로 ‘아디다스 엑스’를 착용한다. ‘아디다스 에이스’는 주로 안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앙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골키퍼 송범근(고려대), 이준(연세대)를 비롯해 미드필더 한찬희(전남), 이승모(포항), 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이 이 제품을 착용하고 있다.

U-20 한국대표팀의 선수별 축구화.

나이키 - 10명으로 최다

나이키는 가장 많은 선수들의 선택을 받았다. 21명 중 절반에 가까운 10명이 나이키 축구화를 신는다. 어린 선수들도 나이키의 매력적인 로고와 화려한 디자인을 놓칠 순 없나 보다. 라인업도 4가지로 가장 많아서 선수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고 인기 제품은 ‘나이키 마지스타’이다. 아디다스 에이스와 마찬가지로 미드필더들이 주로 착용하는 제품이다. 수비와 미드필더를 오가는 김승우(연세대), 중앙 미드필더 임민혁(서울), 이상헌(울산), 수비수 이정문(연세대), 이상민(숭실대)등 5명의 선수가 이 제품을 착용한다. 공격수 하승운(연세대)와 수비수 윤종규(서울)는 ‘나이키 하이퍼베놈’을, 수비수 김민호(연세대)는 ‘나이키 티엠포’를 신는다.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나이키 머큐리얼’은 미드필더 이진현(성균관대)과 측면 수비수 이유현(전남)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푸마 - 2명으로 명맥만 유지

푸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힘에 밀려 겨우 발을 들여놓았다. 최전방 공격수 조영욱(고려대)과 골키퍼 안준수(세레소 오사카), 2명만 ‘푸마 에보파워 비고르1’을 착용한다. 이 제품은 킥할 때 볼에 최대의 힘을 전달한다는 콘셉트로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위해 만들어졌다.


종합해 보면 대한민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21명 중에 9명이 아디다스를, 10명은 나이키, 2명이 푸마제품을 착용한다. 또 라인업별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축구화는 ‘아디다스 에이스’와 ‘나이키 마지스타’이다. 각각 5명씩 착용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중원에서 게임을 풀어가는 미드필더를 위한 축구화로 정확한 볼컨트롤과 킥에 최적화되어 있는 제품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20일 기니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23일 아르헨티나, 26일 잉글랜드와 경기를 가지며 최소 8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백승호를 주축으로 국내파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 글쓴이 이상현은 신발 아웃솔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 후, 현재 3D프린팅 맞춤인솔 전문회사인 ‘피츠인솔’에서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개인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와 축구팬의 관점에서 축구화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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