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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일일 캐디로 나선 가수 이승철에 대한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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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에서 양용은의 캐디로 나선 가수 이승철(왼쪽).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난 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양용은의 일일 캐디로 나선 가수 이승철에 대해 말들이 많다. 한쪽에서는 남자프로골프 메이저 대회를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고, 반대편에서는 침체에 빠진 남자골프를 위해 참신한 시도를 했다는 칭찬이 나왔다. 심한 경우 양용은의 예선탈락이 이승철 탓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승철이 캐디로 나선 1라운드 성적이 세미 프로 출신이 백을 맨 2라운드보다 좋았다. 양용은은 1, 2라운드에서 72타와 73타를 기록했다. 골프란 것이 지난 주 우승자가 이번 주 엔 예선탈락할 정도로 변수가 심한 스포츠다. 실제로 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한 김지현이 그 다음 주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선 컷오프됐다. 캐디도 경기력의 일부지만 예선탈락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가수 이승철은 친동생 같은 양용은 프로를 돕기 위해 일일 캐디로 나섰다. 둘만의 추억을 위해서든, 그의 말대로 남자골프의 발전을 위해서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승철은 실제로 50이 넘은 나이에 15kg이 넘는 캐디 백을 짊어지고 8km에 가까운 산악 지형의 골프장을 걸었다. 연습라운드 때는 너무 힘들어 도중에 전동 카트를 탔다고 하는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집중하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승철은 체력이 걱정돼 대회 3주 전부터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체력훈련까지 했다고 한다.

이승철이 양용은의 캐디를 했다고 남자 골프가 일순간 침체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를 뭐라 해선 안 될 것 같다. 뒤에서 쑥덕거리는 사람들 중에 이승철 만큼 노력한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다. 또 찬반 시비가 이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비판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란 걸 남자 프로들은 지난 몇 년간 뼈저리게 느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세상에 그런 시비 거리를 제공한 것 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이승철은 1라운드 후 인터뷰를 하던 도중 “다음엔 배용준 씨가 배상문 선수의 백을 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참에 KPGA는 이승철의 아이디어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가 캐디가 아니라 연예인들을 선수로 뛰게 하는 것이다. 식전 이벤트로 연예인과 유명 프로선수가 한 조로 팀 매치를 하는 식이다. 이승철은 챔피언 티에서 4언더파를 친 고수로 요즘도 하루에 500개씩 연습 볼을 때린다고 한다. 소방차 멤버인 정원관은 한때 270m를 날리는 괴력의 장타자였다. 한류 스타인 배용준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로우 핸디캐퍼다. 개그맨 신동엽은 남서울CC에서 이븐파를 치는 골프고수다.

국내 프로야구가 관중 800만 시대를 연 것은 젊은 여성팬들이 야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코리안투어에서 뛰는 젊은 남자 프로들은 야구선수 못지 않은 매력남들이다. 훤칠한 키에 귀티나는 얼굴, 부유한 경제력 등 일등 신랑감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이 골프장에 갤러리로 오게 하려면 ‘마중물’이 필요하다. 다행히 골프를 잘 치는 연예계 유명 스타들이 많으니 그들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이정재와 장동건, 황정민, 장근석, 박한별, 하지원 등 티켓 파워가 막강한 연예계 골프 마니아들은 아주 많다. 가수 이승철은 콘서트로 잠실 메인스타디움을 채울 수 있는 몇 안되는 셀러브리티다. 그의 팬 대부분은 여성들이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마침 KPGA 양휘부 회장도 방송사 출신이니 좋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을 것이다. 골프팬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있다고 해도 재도약을 노리는 협회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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