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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7) 영남대의 작은거인 듀오, 채상준-장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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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뭐 대순가요' 대학야구 주말리그 개막전 승리 후 미소를 지어보인 영남대 장성수(왼쪽)와 채상준. [사진=정아름 기자]


야구장에서 ‘작은거인’의 활약은 낯설지 않다. KBO에서는 두 번째로 키가 작은 KIA의 김선빈(165cm)이 펄펄 날고 있다. 20일 현재 타율 0.353으로 타격순위 공동 7위. 미국에서는 역시 165cm인 호세 알투베(26)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오른 바 있다. 이들의 활약은 체격조건(특히 신장)이 야구선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님을 시사한다.

영남대 주장이자 포수인 채상준(22)과 2루수 장성수(21) 역시 야구선수 치고는 작은 키다. 채상준은 174cm, 장성수는 170cm다. 두 선수에게 체격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빠질 수 없는 부분. 채상준이 “아무래도 저랑 (장)성수가 작기는 하죠. 근데 이게 무조건 단점이 아니에요. 큰 선수보다는 확실히 빠르거든요. 이 부분이 저희 장점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장성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수와 내야수, 뒤바뀐 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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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주장이자 주전 포수인 채상준. [사진=정아름 기자]


공교롭게도 둘의 이전 포지션은 정반대였다. 채상준은 내야수로 시작해 포수로, 장성수는 포수로 시작해 내야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먼저 내야수 채상준은 대구 경운중 시절 선수가 부족한 팀 상황과 맞물려 포수 마스크를 썼다. 여러 선수들 가운데 채상준이 포수로 선택된 이유는 단순히 ‘공을 제일 잘 잡아서’였다. 대구고 시절 외야수로 외도(?)하기도 했지만 팀 사정상 다시 포수로 돌아왔고, 영남대로 진학한 후 신입생 시절부터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찼다. 팀 사정으로 맡게 된 안방마님 자리지만 알고 보니 재능이 출중했던 셈이다.

“포수랑 투수는 거리가 가까운 만큼 공이 어떻게 튈지 모르잖아요. 작지만 빠르다는 장점을 살려서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점에서 제가 포수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끝나고 투수랑 수고했다는 눈빛을 교환할 때 제일 뿌듯함을 느껴요.”

반대로 포수에서 내야수로 전환한 장성수는 마산동중 시절 체격에 발목이 잡혔다. 장성수는 “코치님께서 포수하기엔 덩치가 너무 작다며 내야에 한 번 나가보자고 하셔서 내야수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 포지션을 바꿨을 땐 낯설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내야수가 훨씬 저한테 맞는 옷이란 걸 알게 됐어요”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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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내야수 장성수. [사진=정아름 기자]


내야수 장성수는 지난해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무릎수술 후 재활을 하고 있는데 감독이 대주자라도 나가보라고 권했다. 경기감각도 익힐 겸 루상에 섰는데 하계리그 8강전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사고'를 쳤다. 0-1로 뒤져 있던 9회초 마지막 공격. 1사 1루서 대주자로 나선 장성수는 2사 후 2루를 훔친 데 이어 3루와 홈스틸까지 거푸 성공했다. 대학야구 사상 최초의 한 이닝 3도루가 달성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3루까지 가니까 홈도 노리고 싶어서 코치님께 뛰면 안 되냐고 여쭤봤죠. 코치님께서 ‘너 알아서 해봐’라고 말씀해주셔서 냅다 뛰었어요.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정말 좋았죠.”

지난해는 두 선수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일까, 영남대의 두 ‘작은거인’은 올 시즌 각오가 남다르다. 졸업반이 된 채상준은 지난 시즌 타석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내기 위해 겨우내 타격훈련에 매진했다. “올 시즌이 대학 마지막 시즌이에요. 후회는 남겠지만 매 경기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채상준의 눈빛은 제법 매서웠다. 대학 진학 후 지난 2년간 부상과 재활로 고생했던 장성수 역시 “올 한해는 안 아프고 팀과 개인 성적을 같이 내는 것이 목표”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아마도 작지만 강한 선수들은 이렇게 성장하지 않나 싶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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