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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여름엔 마라톤, 겨울엔 스키 - 사계절 스포츠맨 유현대

“마라톤(42.195km) 경기 중 힘든고비는 최초 5km지점에서 페이스조절이에요. 잘못하면 오버페이스가 걸리거든요. 그리고 30km에서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고비를 맞게 되죠. 팔에 마비가 온다고 할까? 팔이 안 움직여요. 이 고비만 넘기면 그때부터 제 의지와 상관없이 팔이 자동으로 돌아가요. 몸도 끝을 안다고 할까요?” 성남시 간판선수 유현대(43)은 웃음과 함께 휠체어마라톤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현대는 지체장애(척추손상) 2급이다. 그의 활동무대는 성남시의 탄천종합운동장과 탄천자전거도로다. 그리고 한마음장애인복지관에 있는 헬스장을 이용해 선수로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유현대 외에도 성남에서 장애인육상을 하는 선수들이 있는 까닭에 서로 격려와 조언을 해주며 함께 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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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2017년)에 참가한 유현대 선수(가운데). [사진=성남시장애인체육회]


휠체어마라톤으로 장애극복

유현대는 강원도 평창의 평범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학창시절 태권도 사범을 꿈꾸며 운동을 즐겼다. 대학진학에 실패하고, 바로 군에 입대해 포크레인 기술을 익혔다. 전역(1994년) 후 중장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기도 여주에서 중장비 사업을 하며 나름 행복한 일상을 살았다. 그런데 2002년 2월 22일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업주였던 관계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힘든 수술 후 장애판정을 받았다. 2년 동안 여러 병원을 옮겨가며 재활치료를 했다. 2004년 퇴원했고, 직장을 찾았지만 장애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다 2005년 성남시 분당으로 와 당구장을 개업했다.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실내에만 있다 보니 시력이 저하되는 것 같아 야외활동의 필요성을 느꼈죠. 마침 병원생활을 하며 알던 후배의 추천으로 휠체어레이싱을 접했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본 끝에 2008년 휠체어마라톤에 입문했습니다.” 장애 후 6년 만에 장애인체육에 들어서게 된 계기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일과 병행하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그의 나이는 당시 36살이었다.

유현대는 많은 국내·외 휠체어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09년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42.195km)이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주만 하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했다. 물론 기존 선수들과 큰 차이를 보이며 ‘2시간 47분’의 기록으로 마지막에 골인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것만으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계기가 됐어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데뷔전이었다.

성남시 향토선수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유현대는 훈련에만 매진할 수 없는 환경이 아쉽기만 하다. 그는 “육상 실업팀이 생겨서 성남이 장애인육상의 메카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성남시(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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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중앙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유현대 선수(왼쪽).


동계(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하계(휠체어육상) 선수

유현대는 하계선수와 동계선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14년 그는 제3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 800m, 1500m, 5000m 부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제11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는 바이애슬론 금메달, 그로스컨트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목마다 활용하는 근육이 다르다 보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워요. 하계종목인 휠체어마라톤은 전진하는 등근육(뒷근육)을 많이 사용하고 동계종목인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는 가슴근육(앞근육)이 주가 되는 까닭에 앞뒤 균형을 맞추며 훈련 중입니다.” 동계면 동계, 하계면 하계 등 한 가지 종목을 하는 비장애인선수에 비하면 사계절 운동을 놓지 못하는 유현대와 같은 장애인선수는 한층 스포츠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유현대는 종목별 훈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동·하계 모두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요. 휠체어마라톤은 경기 도중 맞바람을 맞으면 속도가 많이 줄고 체력소모가 크죠. 이 상황에서 오르막을 만나면 숨이 목까지 차오르게 됩니다. 또 비가 오면 길이 아주 미끄러워요. 비오는 날은 보통 바람도 세지요. 그래서 평탄한 도로나 운동장 훈련 외에 오르막 훈련이 별로도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성남은 오르막 훈련장소가 없어 가끔 의정부에 가서 오르막 훈련을 해요. 휠체어육상은 오르막을 잘 올라가면 평지는 쉽게 달릴 수 있어요.”

그에 따르면 신인선수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웨이트를 하고, 장마철에 실내에서 롤러를 타는 훈련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 좀 지루하지만 거울 보면서 폼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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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대 선수가 비오는 날 실내에서 롤러훈련을 하고 있다.



스키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은 동계종목답게 고충이 더 크다. “장애인에게는 추위와 싸움이 가장 힘들어요. 또 스키에 왁스작업을 해야 하는데 따뜻할 때, 추울 때마다 왁스 바르는 방법이 다릅니다. 매일 바르고 지우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왁스 종류도 많아서 공부를 할 게 많아요. 겨울에 눈이나 비가 내리면 저항이 생겨 평소보다 2배 이상 체력이 소진돼요. 특히 바이애슬론은 사격을 같이 하기에 호흡의 안정과 손이 얼어 격발하는 데 신중을 기합니다.” 이쯤이면 유현대의 전문성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유현대는 “동·하계 모두 야외에서 하는 종목인 까닭에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계절마다 주위 환경들을 볼 수 있어 굳이 여행을 따로 갈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스포츠맨답게 그는 아주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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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2016년)의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출전한 유현대 선수(맨앞).


목표는 장애인스포츠지도자

2016년 유현대는 장애인스포츠지도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은 장애유형에 따른 운동방법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문체육이나 생활체육을 지도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선수활동을 하면서 1년여에 걸쳐 자격증에 도전했고,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장애인스포츠지도사를 공부하면서 여러 장애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장애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더군요. 장애인에게 쉽고 재미있게 육상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장애인선수 출신으로 장애인후배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장애인선수를 잘 아는 만큼 좋은 지도자가 될 자신이 있다.

2015년 생긴 장애인스포츠지도사 자격제도를 통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지도법을 익힌, 유현대와 같은 지도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당연히 장애인체육은 질적, 양적으로 저변확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제보를 기다립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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