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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의 축구화(靴/話)] (1) 축구화의 성지 ‘프로다이렉트사커’를 아십니까?

‘세상은 덕후들이 이끌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축덕(축구덕구)’도 분화되고 있습니다. 축구화(靴)에 꽂혀있는 마니아들이 생겨났죠. 이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은 신발전문가인 이상현 씨(피츠인솔 디자이너)의 축구화칼럼을 연재합니다. 특별한 칼럼에, 특별한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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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참석한 아디다스 레드리밋팩 행사 장면. [사진=프닥사 홈페이지]


오프라인 프닥사

축구팬이라면 영국 런던에 위치한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을 알 것이다. 그런데 이 곳에는 또 다른 축구의 성지가 하나 있다. 바로 ‘축구화의 성지’ 프로다이렉트사커(Prodirectsoccer,이하 프닥사)다. 국내에서는 축구용품 해외직구사이트로 알려진 프닥사는 다양한 브랜드의 신제품뿐 아니라 다른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제품들을 볼 수 있는 이른바 축구용품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런던의 중심가 옥스포드 서커스 역에서 내려 리버티 백화점을 돌아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상점들 늘어선 가운데 작은 'P' 간판이 있는 매장이 나타난다. 프닥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매장 앞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또 한번쯤 안으로 들어가고픈 충동이 생긴다.

온라인 사이트에 비해 작은 규모의 매장이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화려한 인테리어에 놀라기 마련이다. 의외로 축구화가 많지 않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야할까, 쇼룸은 넓은 공간에 오직 한 브랜드의 제품만을 위해 꾸며 놓았다. 1층 쇼룸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전체 인테리어를 그 제품의 콘셉트에 맞게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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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닥사 매장의 입구. 마침 문을 닫았는데 오픈시간에는 입구 앞에 인조잔디를 설치해 놓는다. [사진=이상현]


1층과 지하, 그리고 계단

안쪽으로 들어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다양한 신제품 축구화들이 종류별로 한 쪽씩 깔끔하게 전시돼 있다. 한국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어쩌면 영영 출시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나이키, 아디다스를 비롯해, 언더아머, 뉴발란스, 디아도라, 엄브로, 미즈노, 판토폴라도로, 그리고 축구화 레이스(끈) 전문 브랜드인 AMO의 그립레이스까지 볼 수 있다. 축구화 덕후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중앙에 위치한 터치스크린이다. 이 터치스크린에서 신발과 유니폼을 고르면, 앞쪽 벽에 있는 대형스크린에 자신이 고른 제품을 착용한 선수가 나타난다. 소비자가 직접 착용해보지 않아도 유니폼과 축구화의 컬러매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계단도 관람코스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레전드 축구화들이 축구팬들을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다. 1998년 호나우두를 위해 출시된 나이키 머큐리얼 R9, 앙리가 신었던 리복 스프린트 핏, 그리고 최근에 출시된 한정판 제품까지 작은 축구화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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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프닥사 매장의 계단. 레전드 축구화가 전시돼 있다. [사진=이상현]


손흥민도 거쳐간 론칭행사

1층 쇼룸은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인테리어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 축구화를 착용하는 선수와 팬을 초청하는 론칭행사가 열린다. 2016년 11월에는 아디다스 레드리밋 팩(Red limit pack)이 출시되면서 토트넘의 손흥민과 델 레 알리 선수가 참여했다. 손흥민은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아 ‘X 16+ 퓨어카오스’를 착용한다. 인터뷰와 다양한 게임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축구화가 소개를 소개했다. 가까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축구화를 볼 수 있는 자리라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프닥사의 론칭행사는 제법 인기가 높다고 한다.

겉으로는 축구용품 매장으로 보이는 이 ‘프닥사’는 사실 최근 새로운 판매전략으로 떠오르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축구용품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입지가 줄고 있는데, 온/오프라인이 서로 보완 협동하는 것을 ‘옴니채널 전략’이라고 한다. ‘프닥사’처럼 오프라인매장은 판매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해 고객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온라인매장에서는 빠르게 신제품을 업데이트해 판매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도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고민을 하는 판매자들이 많을 것이다. 도심은 임대료와 인건비가비싼 까닭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화려한 매장에서 단순히 축구화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프닥사와 같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신발 디자이너로,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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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의 모습. 가운데 작은 스탠드 터치스크린에서 축구화를 선택하면 벽에 있는 큰 스크린에 선수가 신고 나온다. [사진=이상현]


* 글쓴이 이상현은 신발 아웃솔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 후, 현재 3D프린팅 맞춤인솔 전문회사인 ‘피츠인솔’에서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개인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와 축구팬의 관점에서 축구화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할 예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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