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4) 배명고 곽빈 “여기 파이어볼러 추가요”
올해 고교야구판은 그야말로 ‘파이어볼러’ 전성시대다. 서울권에서 150km대 빠른 볼을 구사하는 투수만 꼽아도 다섯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현장에서는 올해 150km대의 볼을 던지는 투수만 10명이 넘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배명고등학교 투수 곽빈(17) 역시 이 대열에 가세할 모양새다.

곽빈은 지난 25일 열린 ‘2017 고교야구 주말리그’ 휘문고와의 개막전에서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해 최고 148km 직구로 휘문고 타자들을 짓눌렀다. 3이닝 1피안타 2사구 3탈삼진 무실점. 비록 팀은 2-4로 패했지만 곽빈의 투구만큼은 그 빛을 잃지 않았다.

팔방미인, 다시 마운드에 서다

이미지중앙

곽빈은 위기순간을 막아내는 것에 대한 짜릿함이 좋아 '투수'라는 포지션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정아름 기자]


사실 곽빈에게 마운드는 낯설지 않다. 학동초등학교 시절부터 투타를 병행해 온 곽빈은 배명고 진학 후 팔에 통증을 느껴 한동안 투수로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지난 2년간 힘을 비축해온 곽빈은 올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 사이 체중도 10kg 가량 늘려 제대로 힘이 붙었다는 평가다. 주말리그 첫 경기에서는 다소 추웠던 날씨 탓에 몸이 굳었지만 최고 148km의 직구를 선보이며 많은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마운드에 비해 아직 타석에서는 페이스가 완전치 않다. 지난해 팀의 주전 1루수로 나서 타율 0.333(75타수 25안타 20타점)을 기록한 곽빈은 “타격 사이클은 올라오는 중이다. 투수에 신경 쓰면 방망이가 안 될 것 같고, 반대로 방망이에 신경을 쓰면 투수가 안 될 것 같다. 투타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며 투타 겸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잘 던지고 잘 치는 팔방미인 곽빈은 배명고 전력의 기둥이다. 배명고 김경섭 감독은 곽빈의 잠재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 단계 더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선 조금 더 강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인의 투구에 대한 자신감이 더 붙는다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곽빈 역시 이에 대해 “사실 공 던지는 것에는 자신 있다. 경험만 쌓는다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수식어 부자’가 된 47번 소년

이미지중앙

주말리그 경기에서 148km 직구를 선보이며 서울권 1차지명 판도를 뒤흔들 변수의 등장을 알린 배명고 곽빈. [사진=정아름 기자]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상징과도 같다. 곽빈의 등번호는 2년째 ‘47번’이다. 주로 좌완 에이스들이 등에 새긴 47번은 한화의 권혁(33), SK 박희수(33)와 같은 좌완투수들을 비롯해 NC 나성범(27), 롯데 강민호(31)를 상징하는 번호이기도 하다. 우완투수이자 1루수인 곽빈과의 접점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신입생 곽빈은 장충고와의 경기에서 상대 47번 선수의 플레이에 매료됐다. 곽빈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당시 3학년이었던 장충고 권광민(19). 권광민은 그해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입단계약을 맺은 대형 외야수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까지 모든 부분에서 돋보였다. 권광민의 플레이를 동경했던 곽빈은 2학년이 되자 주저없이 47번을 선택했다.

47번 소년은 이제 자신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지난 2년간 곽빈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더없이 화려해졌다. 4번 타자, 에이스 투수, 주장까지. 곽빈은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주장으로 항상 밝게 팀을 이끌고, 팀원들을 다독이는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청룡기 대회에서 저희 팀이 약팀으로 분류됐지만 결국 4강에 올랐어요. 그때 느꼈죠, 뭉치면 못 이길 팀이 없다는 걸. 주장으로서 팀(배명고)을 잘 이끌어 황금사자기에 진출한 다음, 다른 전국대회 역시 모두 출전하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론 1차 지명도 욕심나지만, 몸 관리를 잘해서 청소년대표팀에 꼭 발탁되고 싶어요.”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 )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