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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52] 벙커를 알면 스코어가 내려간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벙커가 하나도 없는 코스는 상상하기 어렵다. 벙커가 없는 페어웨이는 밋밋하다 못해 따분하기하다. 벙커가 있어야 홀과 홀의 모양에 구분과 특징이 지어지고 코스의 아름다운 윤곽도 살아난다. 벙커는 코스의 필수불가결한 얼굴이다.

벙커는 골퍼에게 핸디캡이다. 잘 친 샷이면 안 빠지는데 못 친 샷일 때 빠지곤 하는 게 벙커다. 페어웨이벙커에 볼이 빠지면 비거리를 잃을 것이고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지면 정확하게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서 한두 타 더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고 벙커를 두려워만해서는 안 된다. 최경주를 비롯한 국내 대표 프로들은 젊은 시절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벙커샷을 연습하며 골프를 단련했고 벙커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면서 코스 공략에 거침이 없어졌다. 벙커를 알고 이해하고 극복하자. 벙커를 잘 알고 나면 어떤 벙커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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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의 클래식 코스는 지면에 닿아도 벌타가 없는 웨이스트 벙커가 마련되어 있다.


* 착한 벙커-
대부분의 벙커는 함정이다. 하지만 가이드(Guide)벙커와 세이빙(Saving)벙커는 골퍼에게 도움을 준다. 가이드는 말 그대로 샷을 할 지점과 그린의 방향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벙커다. 이런 벙커는 골퍼가 샷을 할 때(물론 아주 잘못 치는 경우를 제외하고) 좀처럼 빠지지 않는 위치에 놓인다.

세이빙 벙커는 그린 주변에 위치해 볼이 그린 너머 내리막으로 굴러 내려가거나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절경으로 손꼽히는 페블비치의 7번 홀은 그린 주변으로 벙커가 놓여 있어 그린에 맞고 구르는 볼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벙커가 두려운 이유는 볼이 모래에 묻혀 샷을 정확하게 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클럽이 모래에 닿아서는 안 된다는 골프룰(닿으면 2벌타) 때문이다. 하지만 웨이스트(Waste) 벙커를 들어보셨는가? 황무지처럼 비관리 지역으로 여겨지는 웨이스트 벙커에서는 클럽이 지면에 닿아도 일반 벙커처럼 2벌 타를 받지 않으며, 샷을 하고 나서도 골퍼가 벙커 지면을 고르지 않고 그냥 나와도 된다. 원래 사막이나 해안가 코스에서 모래 지면이 많아 그런 규정이 나오게 됐다. 영종도의 스카이72 클래식 코스는 웨이스트 벙커가 9군데 있다. 여기서는 지면에 클럽이 닿는 것을 꺼리지 않고 페어웨이에서처럼 샷 해도 되니 탈출을 크게 두려워할 것이 못된다. 이런 벙커를 착한 벙커라 해도 되지 않을까?

그라스(Grass) 벙커라는 말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이건 원래 벙커였던 곳이 풀로 뒤덮인 곳이거나 혹은 마치 벙커처럼 움푹 파여서 페어웨이 및 그린 주변과는 높낮이 차이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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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당 벙커수가 23개로 국내 최다인 용인 레이크힐스 루비코스 8번 홀.


* 한국 기네스-
국내에 벙커가 최고로 많은 벙커밭 코스는 어디일까? 올 초까지는 영종도의 스카이 72 링크스 코스가 172개로 1위였으나 지난 3월 코스 리노베이션을 통해 68개의 폿(Pot), 항아리 벙커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웨이스트벙커가 들어섰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벙커가 가장 많은 코스는 154개를 가진 용인의 레이크힐스용인이 되었다. 오르막으로 조성된 루비 코스 8번 홀(파5, 530야드)에는 무려 23개의 폿 벙커가 지뢰처럼 산재한다. 페어웨이 양쪽으로 벙커들이 도열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벙커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페어웨이 전체가 벙커로 둘러싸인 파3 홀도 있다. 스카이72 오션 코스 17번 홀(145m), 제주도 제피로스의 마운틴 6번 홀(171m)은 하나의 벙커가 그린을 온통 둘러싸고 있어 아일랜드 홀의 느낌을 준다. 이런 홀에서는 클럽을 정확하게 선택해 온 그린을 하는 것이 최대의 전략이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 고성 파인리즈의 레이크 코스 9번 홀(파5, 630m)에서는 워터해저드를 따라 흐르는 비치 벙커의 길이가 무려 1.1km에 이른다. 8번 홀 페어웨이에서 시작되어 9번 홀 그린까지 이어진다. 벙커 길이로는 국내 최대다. 이 비치벙커는 조경 차원에서 호수를 따라 흐르고 있으므로 크게 두려워할 요소는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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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슬리나인브릿지의 16번 홀은 그린 안에 벙커가 조성되어 있다.


* 재미있는 모양- 강원도 고성의 파인리즈 리즈 2번 홀(파4, 343m)은 도너츠홀이라 불린다. 그린 안에 벙커가 옴폭 자리잡고 있어 그린이 마치 도너츠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다. 벙커 맞은편에 핀이 꽂혀 있으면 볼을 돌려서 퍼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론 온그린보다 에지에 볼을 보내는 게 더 나을 수 있는 코스 공략의 전략성을 요한다. 이런 도너츠 홀은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의 파3 홀인 14번 홀(파3, 131야드), 16번 홀(파5, 492야드)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아웃코스 3번 홀, 신설 코스인 제주도의 더클래식 18번 그린에도 응용되어 있다.

페어웨이 벙커 모양이 재미있는 홀도 있다. 안산의 제일CC 동 코스 9번 홀에는 길이 30m의 왼손 바닥 모양 벙커가 있다. 벙커 공사를 할 때 코스 관리부에서 왼손을 본뜬 벙커를 재미삼아 조성했다고 한다. 어떤 벙커는 벙커에 까는 모래 색깔이 독특하다. 렉스필드의 레이크 7번 홀에는 경북 안동 사암에서 검은 알갱이를 추출한 모래를 깔아 이름을 ‘블랙홀’이라 붙였다. 강원 삼척의 퍼블릭인 블랙밸리는 12번 홀에는 5개의 벙커가 있는데 이중 하나는 흰 벙커 주변 4개는 블랙벙커로 한다. 이곳이 원래 탄광 지역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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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모로 체리코스 8번 홀은 그린 앞의 높은 수직벽이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 나바론 요새- 하지만 벙커는 원래 핸디캡으로 만든 것인만큼 어려운 벙커도 물론 있다. 가장 어려운 벙커로는 솔모로 체리 8번 홀이다. ‘나바론 요새’라고 불리는 이 홀은 해자(垓子)형태로 그린 주변을 둘러싼 원형 벙커가 그린 진입을 막고 있다. 벙커 턱이 1~3m에 이를 뿐 아니라 수직벽으로 조성되어, 볼을 웬만큼 띄우지 않으면 턱에 걸려 튕겨 나온다. 너무 세게 치면 맞은 편 벙커에 빠진다. 따라서 여기서는 아예 빠지지 않는 게 최선이다.

경기 가평의 마이다스밸리CC 마이다스 8번 홀(파4, 353야드)은 너비 8m, 높이 5m의 벙커가 그린 앞에 버티고 있다. 벙커가 하트 모양이라 ‘큐피드’라는 홀 별칭이 붙었지만 결코 사랑스럽지 않다. 한국에서는 가장 높은 벙커턱을 자랑한다. 일단 이 벙커에 빠지면 볼을 뒤로 쳐서 빠져나오는 게 유일한 탈출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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