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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개척자 박세리가 뿌려놓은 성공의 씨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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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은퇴식 도중 부친 박준철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는 박세리.[사진=하나금융그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난 해 망명한 북한 외교관인 태영호 공사는 최근 극동방송에 출연해 “북한에서도 박세리를 아는 사람이 많다”며 “박인비는 여기 와서 알았지만 박세리라는 이름은 북한에서도 여러번 들었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에서도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이며 박세리가 개척자 역할을 했음을 알고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올해는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한 지 19년이 되는 해다. 그 오랜 시간 한국 여자골프는 무럭무럭 성장해 세계무대를 완전장악했다. 수십명의 세계 챔피언을 배출했는데 단일 종목에서 이처럼 많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은 여자 골프가 유일하다. 7일 현재 기량의 척도가 될 세계랭킹 10걸중 무려 6명이 한국선수다. 또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LPGA투어에서 상금랭킹 5걸중 3명도 한국선수다.

미국무대에선 시즌 초반 한국의 초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주 박인비가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해 3주 연속 한국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미국의 브리태니 린시컴이 우승했을 뿐 나머지 대회는 모조리 한국선수 차지가 됐다. 이런 기세면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 최다승(15승)을 거둔 2015년의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사상 최다인 35개 대회가 열린다.

일본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개막전 우승은 한국선수의 몫이었다. 일본에서 상금왕을 세 번이나 차지했던 장타자 안선주가 지난 주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대회에서 우승했다. 일본투어에선 20승 이상을 거둔 한국선수가 4명이나 뛰고 있다. 전미정(24승)과 안선주(23승), 이지희(21승), 이보미(20승)가 주인공이다. 이보미는 올해 상금왕 3연패에 도전한다. 일본투어도 올해 역대 최다인 38개 대회가 예정돼 있다.

한국 여자골프가 이처럼 세계 골프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 것은 우수한 선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승이 가능한 선수층이 대단히 두터워졌다.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그들의 기량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우승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다. 한국 여성의 강점인 인내심도 멘털 게임인 골프에선 큰 장점이다. 또한 우승하기 위해 꼭 필요한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들도 많아졌다. ‘세리 키즈’를 넘어 ‘인비 키즈’까지 등장하며 축적된 자산들이다.

박세리는 작년 리우 올림픽 때 박인비가 금메달을 따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한국여자골프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여성 골퍼들이 주연배우로 활약할 것이란 기대감은 헛되지 않다. 박세리의 성공이 뿌려놓은 씨앗은 20년이란 시간동안 무럭무럭 성장해 세계무대를 주도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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