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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라이벌에서 인생의 동반자가 된 아메리칸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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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과 친구들'이란 자선골프대회에 참여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사진=프레셀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한국과 호각세를 이루던 미국 여자골프가 약해졌다. 작년에 치러진 LPGA투어 30경기에서 2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렉시 톰슨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브리태니 랭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게 전부다. 주포들의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미국 세(勢)를 대표하던 폴라 크리머와 모건 프레셀, 브리태니 린시컴은 지난 해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린시컴이 85년생, 크리머가 86년생, 프레셀이 88년생으로 이들은 주니어 시절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들 트리오가 주니어무대(AJGA)에서 합작한 승수는 27승에 달한다. 크리머와 프레셀이 11승, 린시컴이 5승을 각각 거뒀다. 나이 차는 있지만 크리머와 린시컴은 2005년, 프레셀은 일년 뒤인 2006년 LPGA투어에 데뷔했다.

2005년 신인왕은 크리머가 차지했다. 미모와 기량을 겸비한 크리머는 베테랑 캐디인 콜린 칸과 함께 승승장구해 2010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LPGA투어에서 10승을 거뒀다. 린시컴은 드라이브샷 평균 270.3야드를 날려 2006년 장타왕에 올랐다. 장타자 답게 린시컴은 2009년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2015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메이저 2승을 거두는 등 LPGA투어에서 통산 6승을 거뒀다.

가장 나이가 어린 프레셀은 2007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프로 첫 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LPGA투어 2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연장전에서 2전 전패를 당한 게 뼈아팠다. 데뷔 시즌인 2006년 신인왕 타이틀도 한국의 이선화에게 넘겨야 했다. 프레셀은 2005년 US여자오픈에 아마추어로 출전해 공동선두로 마지막 홀을 맞았으나 한국의 김주연(버디 킴)이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는 바람에 최연소 우승 기록을 놓쳤다. 우승했다면 골프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셋은 모두 결혼했다. 프레셀이 2013년 가장 먼저 웨딩마치를 울렸다. 상대는 옥타곤의 수석 부회장인 앤디 부시였다. 둘은 프로암 행사에서 만나 오랜 교제 끝에 결혼했다. 크리머는 이듬해인 2014년 파일럿인 데렉 히스와 결혼했다. 크리머의 부친도 조종사 출신이다. 린시컴은 셋중 가장 먼저 결혼하려 했으나 2015년 남아공 출신의 롱 드라이브 골퍼인 드월드 거스와 가장 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프레셀은 크리머의 결혼식 때 들러리 대표를 했다. 린시컴은 신부 들러리였다. 프레셀은 린시컴 결혼식 때도 들러리 대표를 했다. 신부 들러리는 크리머였다. 크리머와 린시컴은 4년전 프레셀의 결혼식 때 신부 들러리로 나섰음은 물론이다. 여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결혼식을 통해 이들은 더욱 단단한 관계가 됐다.

셋은 주니어 시절부터 지금까지 영광과 좌절을 함께 하며 라이벌에서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필드 안에선 치열하게 경쟁했으나 필드 밖에선 자매처럼 지냈다. 2003년 어머니를 유방암으로 잃은 프레셀은 지난 10년간 유방암 환자를 위해 ‘모건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자선골프대회를 열어 600만 달러(약 72억원)가 넘는 기금을 모았다. 이 행사엔 매년 크리머와 린시컴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크리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린 많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환희의 순간은 물론 부상과 슬럼프도 함께 했다. 자매처럼 싸웠고 자매처럼 사랑했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 필요한 존재들이었다”고 말했다. 셋은 아직 아이가 없지만 출산 이후엔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이들 트리오는 함께 시즌을 맞는다.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들 트리오가 무너진 미국 여자골프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글쎄다. 하지만 우승하든, 패배하든 서로를 향한 축하의 함성, 위로의 속삭임은 더 애틋할 전망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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