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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습가 레드베터 ‘리디아 고 부모 간섭 심했다’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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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사제관계를 맺었던 데이비드 레드베터와의 관계를 최근 끊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최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 고보경)와 사제 관계를 정리한 유명 골프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부모의 간섭이 지나쳤다’고 폭로했다.

골프전문 미디어 <골프다이제스트>는 10일(한국시간) 레드베터와의 긴 인터뷰를 통해 이를 지적하는 심층 기사를 실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리디아 고는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스럽고 처신을 잘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 상금왕에다 ‘올해의 선수’로 뽑혔고, 올해도 4승을 거두면서 마지막 대회까지 태국의 아리야 쭈타누깐, 전인지와 각종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모든 면에서 리디아 고 캠프가 급하게 변화하고 있고 파열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지난 3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2승에 12승을 거둔 사제관계가 끊어진 데는 부모들의 과도한 간섭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레드베터는 이 매체에 “리디아가 필요한 모든 것을 부모가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부모인 고길홍, 현봉숙씨가 함께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언제 잠자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언제 운동하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까지 결정하면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기를 바랬다’고 털어놨다.

“부모들이 헌신적이고 딸에게 좋은 것을 해주려 한다. 하지만 리디아는 아직 어리고, 대학 수업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부모는 골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새를 둥지에서 놓아주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가끔 3명을 코칭하는 게 어렵다고 느꼈다.”

레드베터는 한국(계)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1998년 박세리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교습가가 되면서 3년간 사제관계를 맺은 것이 시작이다. 당시에도 그는 부모와 스폰서의 과도한 간여에 대해 지적했었다. 2003년부터는 재미교포 미셸 위를 가르치면서 부친인 위병욱 모친 서현경 씨가 딸의 사소한 연습 일상까지 간여했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1000만달러의 천재 골프 소녀’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던 미셸 위는 부모의 과한 통제를 받으면서 교습가 레드베터와 끊임없이 삐걱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디아 고와 함께 드로우 샷으로 비거리를 늘리려던 노력들이 실패한 점을 결별의 요인으로 지적하는 분석에 대해 레드베터는 “샷 교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면서 “그건 담당 영역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리디아는 훌륭한 선수인데 많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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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대회에서 캐디 해밀튼의 세계 랭킹 1위가 적힌 캐디빕을 보이는 리디아 고. [사진=LPGA투어]


레드베터는 리디아 고가 부모의 과도한 관리로 영향을 받은 조짐은 루키해였던 지난 2014년부터라고 지적했다. 당시 리디아 고는 캐디를 7번이나 바꾸다가 결국 제이슨 해밀튼과 호흡을 맞췄다. 이후 해밀튼과 2년간 10승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아리야 쭈타누깐과 ‘올해의 선수’를 위해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시즌 종료를 3주 남겨둔 지난 10월에 리디아고는 해밀튼을 해고했다. “헤어질 수 있지만 그 타이밍은 누구도 설득시키지 못한다”고 레드베터는 강조했다.

최근에 리디아 고는 용품 브랜드를 교체하는 계약을 맺었다. 어릴 적부터 써오던 캘러웨이에서 PXG로 옮겨탔는데 거기서도 아버지가 깊이 관여했다. 연 200만 달러에 5년간 총 1000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 2013년 리디아 고가 LPGA투어로 향하면서 전조(前兆)가 있었다. 레드베터와 션 호건을 만나면서 어린 시절부터 11년간 이어오던 뉴질랜드 코치 가이 윌슨과도 급작스럽게 결별했다. 이에 대해 타이거 우즈의 캐디였던 뉴질랜드인 스티브 윌리엄스는 ‘부모들이 너무나 차가웠다’고 고집은 적이 있다.

지난 여름 코드발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파5 9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은 레이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샷을 하는 바람에 그린에 미치지 못해 더블보기를 하면서 두 타차로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리디아는 당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레드베터는 부친의 간섭이 부쩍 심해진 계기를 올림픽 이후라고 분석했다. “부친이 리우 올림픽에서 딸이 금메달을 따기를 바랐다. 하지만 박인비에 이어 은메달을 따면서 부친은 딸의 게임에 더 간섭하게 되었고 이후 중국-대만-한국-말레이시아-일본으로 이어지는 아시안스윙 기간에 미국에 있는 자신과 호건보다는 현장을 따라다니는 아버지와 지내면서 잘못된 연습 습관이 배인 것 같다.”

리디아 고는 올 시즌 4승을 거뒀는데 7월의 마라톤클래식 이후로는 우승이 없다. 가을 무렵엔 부진을 겪으면서 5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지 못했다. 15세 때 LPGA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무렵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레드베터의 폭로는 의미심장하다. “연습장보다는 체육관에서 몸을 만드는 데 더 치중했다. 리디아는 좋은 선수지만 힘과 유연성은 필드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자신이 지켜보지 못한 기간에 스윙이 예전과 같지 못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투어챔피언십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디아 고는 첫날 68타에 이어 둘째날 62타를 치면서 3타차 선두로 올라갔다. 그날 부친은 연습장에 끝까지 남아 자신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딸에게 얘기했다고 레드베터는 말했다. “선수가 라운드 기간에는 코치도 극도로 말을 아낀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이어진 주말에 72-73타를 치면서 아리야 쭈타누깐에 올해의 선수상을 놓쳤다.”

이후로 최근 레드베터는 내년 연습 계획과 관련된 메일을 보냈지만 며칠동안 답이 없었고, 그 뒤에 리디아 고가 전화를 걸어와 “이런 말하기 어렵지만, 변화를 원한다”면서 사임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레드베터는 “KPMG챔피언십에서 브룩 핸더슨과의 연장전에서 진 것을 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퍼포먼스가 모든 게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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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는 코치, 캐디, 클럽을 최근 모두 바꾸면서 이제 20세 이후의 골프를 준비해야 한다.


선수를 보는 베테랑 교습가의 다음과 같은 전망은 냉혹하지만 진리를 담고 있다. ‘17세에 최연소 세계 1위를 하는 등 지금까지는 빠르게 모든 기록을 경신했지만, 이제부터는 좀더 느리게 성과를 얻을 것이다. LPGA에서 활동하는 모든 순간 위대할 수는 없고 기록을 깰 수는 없을 것이다. 15세에는 명확하던 것이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어려운 숙제로 남게될 것이다. 압박감, 기대, 의무 등을 짊어진 상태에서 경기에 나가야 하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레드베터가 보기에 올해 리디아 고가 이전 해보다 더 많은 더블 보기를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고 정리하는 것’이다. 이제 20세를 앞둔 리디아 고는 여자 골프사에서 수많은 기록을 경신하면서 다양한 잠재력을 보여온 만큼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행로를 스스로 개척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드베터는 리디아 고에게 남긴 마지막 교습은 “자신의 인생을 컨트롤 하고, 직접 게임을 컨트롤 하고, 스스로 결정을 더 많이 하라”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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