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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여자오픈에서 배울 골프의 세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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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저녁의 일본여자오픈 챔피언스디너. 둘째줄 6번째가 전인지 세째줄 오른쪽 끝이 이지희. [사진=J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29일 개막한 일본의 내셔널타이틀이자 메이저 대회인 일본여자오픈(총상금 1억4000만엔, 우승상금 2800만엔)에서 우리 골프 대회가 배워야 할 세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는 전통에 대한 존중심이고, 둘째는 대회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자세이며, 마지막으로는 아마추어와 주니어 골프를 프로골프에 융합시키는 마음이다.

일본여자오픈은 1968년 아마추어 대회인 TBS(도쿄방송)여자오픈골프선수권에서 시작해 3년 뒤에는 프로대회이자 일본골프협회(JGA)가 주관하는 내셔널타이틀인 일본여자오픈으로 바뀌었으니 올해로 제 49회째를 맞는다. 일본에서는 여자 골프 대회 중에 가장 오래된 대회로, 반 세기에 걸친 경험과 시행착오가 현재의 대회를 만들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자골프협회(JLPGA)가 아닌 최상위 골프단체인 JGA가 주도하는 이 대회에서 전통에 대한 존중을 알 수 있는 대목은 ‘챔피언스 디너’다. 매년 대회가 열리는 하루 전날에는 역대 챔피언을 만찬에 초청한다. 마스터스에서 봤던 챔피언스디너가 일본여자오픈에서도 행해지는 연례 행사다.

올해 챔피언스 디너에는 총 17명이 모였다. 만찬에 초대된 역대 챔피언들은 챔피언 재킷을 입고 참가하며 만찬이 끝나면 기념촬영을 한다. 28일 저녁의 기념촬영에서는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전인지(22 하이트진로)와 이지희(37)가 참석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지난 2002년 고우순을 시작으로 장정(2006년), 이지희(2008년), 송보배(2009년)에 이어 지난해 전인지까지 총 5명이 우승했다.

역대 챔피언들을 매번 초청한다는 점에서 전통을 중시하고 챔피언을 우대하는 골프 대회의 품격을 알 수 있다. 내년이면 60년이 되는 한국 프로 골프도 그만큼의 역사에 어울리는 전통을 살리는 의례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대회 자체의 전통을 세우는 노력은 대회가 가진 무형의 가치가 무엇인지 찾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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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역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일본여자오픈 자체 홈페이지.


둘째, 일본여자오픈은 별도의 대회 사이트를 운영한다. 물론, 대부분의 일본 대회는 남녀 투어기구 외에 자체 사이트를 운영한다. 그 속에서 이벤트도 홍보하고 대회장 안내도 한다. 4월 초에 일주일간 대회를 여는 마스터즈는 1년 365일 대회 자체 사이트(www.masters.com)를 운영한다. 거기에 들어가면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통해 차원 높은 대회임을 항상 느낄 수 있다. 일본여자오픈 사이트(www.jga.or.jp/jga/jsp/2016/07-0/top.html)는 이 대회의 세세한 각종 기록을 빼곡하게 항목별로 소개하고 있다.

역대 대회 챔피언, 개최한 골프장들, 대회 사진 갤러리, 심지어는 그 모든 내용을 영어로도 소개하고 있다. 어느 대회 사이트보다 꼼꼼하고 상세하다. 이는 얼마 전 열린 한국오픈과는 대조가 되었다. 대한골프협회 사이트로 연동시켜 놓았는데 선수들의 성적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조차 실제 데이터와 시차가 제법 났었다. 국내 대회 중에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대회는 아쉽지만 하나도 없다. 대회라고 해봤자 기껏 사나흘이면 끝나는데 그걸 위해 일년 동안 운영하는 것이 언듯 보면 인력과 비용의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블로그 하나도 남겨두면 기록이 되듯, 골프 대회가 매해 역사와 감격의 순간을 남기는 것이라면 일주일을 위해 일년 동안 남겨둘 대회 사이트는 필요하다. 대회를 앞두고 한시적으로 대회 자체 사이트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든 그 대회만의 기록과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영구적인 사이트는 찾기 힘들다. KPGA, KLPGA 남녀 투어 사이트가역대 대회 스코어 정도만을 남겨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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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으로 출전한 13세 아마추어 소녀 가지타니 쯔바사.


마지막으로, 일본여자오픈이 아마추어를 존중한다는 건 이 대회에 출전한 총 120명의 선수중에 아마추어 숫자가 25%인 31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물론 내셔널타이틀인 이 대회는 다양한 출전 카테고리로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 롤렉스 세계 랭킹 20위, 지난해와 올 시즌 대회전까지의 상금 30위 이내 등등이 있지만, 최종 예선전을 통해 많은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것이 일본여자오픈의 특징이다.

일본의 난다 긴다 하는 여성 아마추어 골퍼들이 일정 수준의 핸디캡 카드를 제출하면 출전할 수 있다. 총 3~4라운드를 통과하면 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 지역 예선은 전국 다섯 개의 골프장에서 열리고, 최종 예선도 두 군데 골프장에서 36홀 경기로 통과자를 선발했다. 지난 8월29일부터 두 그룹으로 나눠 50명을 통과시켰고 이중에서 31명이 출전했다. 마치 US오픈을 방불케하는 중첩된 지역 예선전이 이 대회를 그야말로 ‘내셔널타이틀’로 만든다.

대회 첫째날 리더보드 상단에 오른 아마추어 선수도 꽤 있었다. 공동 5위까지 상위권 14명 중에서 5명이 아마추어 선수였다. 17세 나가노 미노리(레이자와고 1년)가 2언더파 69타로 공동 2위, 리리 사도야마, 하타오카 나사, 타카하시 사야카, 요시모토 코코네가 1언더파 70타로 공동 5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중에 리리(17세), 하타오카(17세) 두 선수만 국가대표 선수일 뿐이다.

가장 어린 선수는 13세17일의 가지타니 쯔바사(오카아먀현 산요여중 1학년)로 지난 2002년 가네다 구미코의 최연소 프로대회 출전(13세50일)보다 33일을 앞당겼다. 158cm의 아담한 키에 다부진 스윙을 휘두르는 쯔바사는 첫날 7오버파 78타로 공동 98위를 기록했다. 쯔바사는 지난 8월말 치러진 최종 예선전에서 19위로 출전권을 얻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예선통과라고 한다. 만약 통과한다면 지난 2013년 예선 통과해 최종 18위로 마친 유미 마쓰바라가 세운 프로대회 최연소 컷통과 기록(14세224일)을 1년 이상 앞당기게 된다.

쯔바사는 지난 7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IMGA세계 주니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2년에는 7,8세부에서 세계 키즈선수권을 제패한 키즈 골프계의 리디아 고다. 쯔바사 개인에게 일본여자오픈 출전은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프로들만이 아닌 이런 유망주와 아마추어들이 참여할 공간을 더 내주는 게 내셔널타이틀이 미래 세대를 고려한 배려일 것이다.

한국의 내셔널타이틀인 코오롱 한국오픈에서도 3년 전부터 예선전을 도입해 본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6명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18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KPGA 준회원에까지 예선전 출전 자격을 넓혔다는 건 박수칠 일이다. 내년에는 전국의 아마추어 고수들에게까지도 문호를 열고 더 많은 출전 자격을 준다면 이는 진정한 ‘오픈’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올해 일본여자오픈의 챔피언스디너, 자체 사이트 운영, 아마추어 대거 출전 시스템은 서로가 따로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대회의 역사가 오랠수록, 자연히 전통을 중시하게 되고, 그 과정의 사건들을 의미 있게 기록하고 남기며, 그 대회를 미래 세대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으로 외연을 넓혀나간다. 우리 골프대회에는 찾아보기 힘든, 역사를 존중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골프대회에 녹아 있어서 진정 부럽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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