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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시각장애인 체육대회 ‘보이지 않는 승부가 펼쳐지다’
지난 23일, 오산종합운동장(경기도)에서 <제6회 경기도시각장애인 생활체육대회>가 열렸다. 경기도 시각장애인들이 각 시군을 대표하여 한 자리에 모였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대표 선수들은 출전 종목을 준비하며 몸풀기에 바빴다. 생활체육 대회이니 만큼 단체줄넘기, 실내조정, 줄다리기, 계주, 골볼 등 참가 종목도 많았다. 시각장애인 선수단은 천차만별의 실력과 연령대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종목마다 1위에서 3위까지 상금이 걸려 있어 선수들의 의지는 뜨거웠다.

“시각장애를 입고 나서 체육대회에 참가도 하고 너무 즐거워요. 장애를 입고 잠시 상실감에 빠졌지만 더 많은 일들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성남시 대표로 경기도시각장애인 체육대회에 참가해서 메달도 따고 행복합니다.”

2년 전, 후천적 시각장애를 입은 최인미(30, 시각 1급) 씨는 비장애인 시절 육상을 했던 체육인이었다. 그녀는 시력을 잃고 시각학교에 재학 중이다. 시각장애인의 삶을 살며 운동장을 그리워하고 집 안에서 사이클 기구만 열심히 탔다고 한다. 주변의 권유로 실내조정을 배우게 되어 대회까지 참가하여 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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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게임인 계주에 참여한 성남시 선수들.


즐기는 거야, 생활체육!

각 시군의 천막에는 선수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쉽게 할 수 없는 단체줄넘기와 줄다리기는 작전과 선수간의 호흡이 중요했다. 젊은 선수층으로 참가준비를 완료한 시군은 옷과 신발부터 상위권 진입을 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참여에 의의를 두는 팀은 복장부터 신발까지 상해를 입을 우려가 있어 보일 정도로 열악했다. 이게 생활체육의 묘미가 아닐까?

도에서 열리는 시각장애인 체육대회는 선수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 팀에 전맹과 약시가 팀을 이루어 참가해야 하는 종목은 출전팀 구성이 쉽지 않아 아예 출전을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체육대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행복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왕 메달과 상금을 따면 좋겠지만 뜨거운 응원과 결집력을 보이며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에서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줄다리기 경기에서 강팀에게 사정없이 끌려가거나 땅에 곤두박질치자 응급 구조대가 와서 단체 진료를 하기도 했다. 이는 체계적으로 스포츠를 접하지 않아 생기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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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조정 대회 예선에 참여한 성남시 시각장애 여자선수들.


심장이 쫄깃쫄깃 - 전문체육

즐겁게 참여했던 생활체육 분위기와 달리 전국장애인체육대회처럼 실력을 뽐내며 강도 높은 훈련과 작전을 선보이는 종목도 있다. 예선전을 치르며 서로의 기록과 에이스 선수를 눈여겨보며 치열한 눈치 경쟁을 펼친다.

필자는 성남시 시각장애인 조정팀 감독으로 참가하여 남자 1위와 여자 2위의 성적을 냈다. 경기도 시각장애인 실내조정은 활발한 생활체육 저변으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한다. 성남시는 예선전에서 남녀팀 1위로 기분좋게 결승전에 올랐지만, 결승전에 앞서 줄다리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예선에서 1위를 기록한 여자 선수들이 줄다리기를 하느라 힘이 다 빠져 결승에서 ‘1초’의 차이로 2위에 그친 것이다. 한 선수가 여러 종목에 참여하다보니 이런 웃픈 에피소드가 생기는 것이다. 다음에는 “조정 여자 선수들이 줄다리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엉뚱한 교훈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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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는 줄다리기 출전하여 2위를 차지했다.


2016년 전국시각장애인 생활체육대회

오늘 10월 7일에 인천에서 열리는 ‘2016년 전국시각장애인 생활체육대회’가 열린다. 생활체육인 만큼 훌라우프 오래 돌리기, 흔들어주세요, 신발 멀리던지기, OX 퀴즈 등 개인이 참가 할 수 있는 개별종목 4개와 풍선기둥세우기, 줄다리기, 2인 3각, 박터트리기 등 4개의 단체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 신청은 28일까지 인천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신청하면 된다. 시각장애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니 생활체육을 즐기고자 하는 분에게 권한다.

각 시군 장애인체육대회는 매년 열린다. 그리고 별도로 시각장애인 생활체육대회도 열리고 있다. 비장앤들도 여건이 된다면 자원봉사와 현장응원을 경험하는 것도 좋다. 시각장애인 관계자와 선수들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잔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 ‘2015 세계시각장애인체육대회’가 한국에서 열렸던 만큼, 작은 시각장애인 대회도 활발하게 열렸으면 한다. [헤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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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전국시각장애인 생활체육대회 포스터.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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