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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30) 스피노자식(?) 골프

우리의 결핍을 볼 것인가?
우리의 능력을 볼 것인가?
‘없는 것’에서 시작할 것인가?
‘있는 것’에서 시작할 것인가?
갖추지 않으면 출발할 수 없다는 쪽과
출발하지 않으면 갖출 수 없다는 쪽.
당신은 어느 편인가?

데카르트식으로 보자면 당신은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 앞으로 갖추어야 할 게 참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스피노자식으로 보자면 당신은 이미 상당히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자갈밭에 서 있을 때조차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에게는 지금 자갈이 있다고. 우리는 좋은 데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좋은 것을 만들어내야 할 사람들이라고. 철학은 자갈밭에서도 하는 것이라고.

-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연구원, 고병권님의 <자갈밭의 두 대장장이> 중에서, 월간 <사과나무> 200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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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식(?) 골프


마음골프학교에 골프를 배우러 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으로서 제가 기울이는 노력은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지우는 일’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만큼 실천하지 않으면 ‘알고 있음’은 바로 짐이 됩니다. ‘씀’을 전제하지 않은 ‘가짐’이 삶의 무거운 짐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윙의 불완전함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찾아옵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 불완전한 결핍의 스윙으로도 지금보다 더 향상된 스코어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골프는 모든 조건이 성숙하고 기술이 경지에 오른 후에 즐길 수 있다기보다 모든 것이 모자라는 와중에도 더욱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간의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묻는 게임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 그럴 만한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자갈밭에서도 골프를 칠 스피노자를 위하여.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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