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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하 경기위원장 "제도와 시스템으로 공정한 KLPGA투어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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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클래식 대회장에서 만난 최진하 경기위원장.[사진=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춘천)=이강래 기자] 무릇 스포츠에서 심판의 역할을 지대하다. 스포츠는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명암이 갈린 것은 심판 관리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한다. 그 중심을 잡아주는 게 심판이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스포츠로 통한다. 플레이어 본인이 심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 경기에도 심판이 있다. 경기위원(rule official)이다. 많은 선수들이 동시에 30만평에 가까운 넓은 공간에서 경기하다 보니 온갖 상황이 벌어지고 모호할 때는 경기위원이 가서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감정이 개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제도와 시스템'이다.

새롭게 KLPGA투어 경기위원회를 이끌고 갈 신임 최진하(58) 경기위원장은 그런 면에서 기대를 받을 만 하다. 골프 규칙과 관련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데다 본인 스스로 공정성에 지나치리 만큼 집착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서강대 정외과를 나와 연구 출판업계에 종사하다 93년 골프에 입문했다. 그리고 골프가 너무 좋아 2010년 용인대 골프학과로 학사편입해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박사과정 4학기에 재학중이다.

그는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R&A)과 미국(USGA)의 레프리 스쿨을 모두 이수했으며 두 기관으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최고등급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으로 일하다 지난 6월 KLPGA 경기위원장에 발탁됐다. 최근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대세’ 박성현(23 넵스)에게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부과해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미래에셋 대우클래식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 골프클럽에서 만난 최 위원장은 박성현 벌타와 관련해 ‘제도와 시스템’을 먼저 이야기했다.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선 사람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런 제도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경기분과 위원회를 담당하는 협회 윤소원 이사와 자주 만나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슬로 플레이와 관련된 벌타엔 아웃 오브 포지션(out of position)과 랜덤 타이밍(random timing)이란 개념이 있다. 앞 팀과의 간격이 너무 떨어지면 계시에 들어가 벌타는 주는 개념이 아웃 오브 포지션이다. 랜덤 타이밍은 플레이가 느린 선수가 나타나면 경기위원이 현장에서 스톱워치로 직접 플레이 속도를 측정한 뒤 벌타를 주는 것을 말한다.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박성현이 포함된 조는 전반 9홀까지 이미 시간 규정을 11분 초과했다. 앞 조와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자 경기위원이 12번 홀에서 구두경고했으나 간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13번홀에서 아웃 오브 포지션 경고가 주어졌고 박성현은 14번홀 세컨드 샷 때 2분을 써 1벌타를 받았다.

계도 기간엔 고진영(22 넵스)이 벌타를 받았다. 고진영은 샷을 하는데 1분 45초를 썼다. KLPGA의 허용 시간은 80초였다. 실제로 벌타가 부과되지는 않았으나 홍보효과는 확실했다. 상금랭킹 1,2위인 박성현과 고진영에게 벌타를 부과한 건 상징성이 강했다. 벌타를 부과할 때 선수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행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누구에게나 룰은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메시지였다. 다음은 대회장에서 만나 최진하 경기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경기위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기위원장은 코스를 세팅하고 핀 위치를 정하며 골프규칙을 최종판정하는 등의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겐 이 보다 앞선 과제가 있다. KLPGA 경기위원들의 자질을 높이는 일이다. 경기위원들을 직접 코스세팅이나 핀포지션 결정, 로컬룰 작성 등에 참여시킬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룰 테스트도 할 것이다.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해외 연수나 레프리 스쿨 참여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위원들의 수준 향상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첫 번째 자격문제가 있다. KLPGA 경기위원은 기본적으로 대한골프협회(KGA)의 레프리 자격을 갖고 있다. 기초는 되어 있다. 두 번째는 개방성이다. 경기위원을 채용할 때 일반인에게도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려 한다. 이 두 가지 차원에서 경기위원회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특히 ‘젊은 피’ 유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방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11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R&A의 레프리 스쿨에 KLPGA 경기위원 2명이 참여한다. 이 스쿨은 2박 3일간 진행되며 시험도 치러야 한다.

-박성현에 대한 슬로플레이 벌타가 신선했다는 평가가 있다.
박성현은 절차에 따라 벌타를 줬다. 샷을 하는데 2분을 썼고 경고후 계시를 해서 벌타가 부과됐다.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플레이 스피드를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다. 룰은 공정하게 누구에게나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앞으로 KLPGA투어의 플레이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라 희망적인 예측을 한다.

-스피드업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골프인기가 하락하는 데는 플레이 속도가 느리다는데 일부 원인이 있다. 젊은 층의 유입이 줄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 세계 골프계의 화두가 빠른 플레이다. 스피드-업은 세계적인 추세다. 모니터링 개념이 생기고 있다. 브리티시오픈의 경우 70~80명의 경기위원이 투입된다. 매 홀 경기 위원이 면밀하게 선수들의 플레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지만 예산이 문제다. 그래서 도입한 게 로버(rover) 레프리 제도다. 팀장급 경기위원을 전반과 후반 한명씩 배치해 특정 홀에 머무르지 않고 순찰을 돌 듯 현장을 살피게 하는 제도다. 그래야 플레이가 느린 조를 계속 따라 다니며 앞조와 간격을 좁힐 수 있다.

-코스 세팅 땐 무얼 가장 신경쓰나.
난이도다. 14개의 클럽을 모두 사용해 선수들의 변별력을 가리는 코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KLPGA투어의 경우 코스 전장이 6600야드 정도다. 파4홀은 길어지고 파5홀은 2온이 가능한 거리로 좁히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파3홀은 티샷때 각기 다른 거리를 줘 4가지 클럽을 쓰도록 하려 한다. 파4홀도 그린 공략시 우드나 롱 아이언, 미들 아이언을 골고루 쓸 수 있도록 세팅하고 있다. 파5홀도 마찬가지다. 핀 포지션도 중요한데 어렵게 가는 걸 원칙으로 한다.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 선수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식이다. 4라운드 내내 똑같은 난이도로 가는게 국제적인 추세지만 예선 이틀은 진행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간다. 그리고 본선 진출자들이 겨루는 3,4라운드는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과거 경사 면에 핀이 위치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개선시켜야 할 문제다. 우리는 수평계로 측정해 홀 중심 반경 1.5m 이내엔 가파른 경사가 없도록 하고 있다. 핀 포지션을 어렵게 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불공정하게 할 수는 없다. 최근 폭염으로 골프장들이 그린에 물을 많이 줬다. 그린이 부드러우면 핀 위치의 난이도 조절이 힘들다. KLPGA선수권 때 아무리 어려운 곳에 핀을 꽂아도 그린이 물러 직접 핀을 공략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버디 쇼가 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 경기는 버디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은 어렵게 플레이되기 바란다. 절충안은?
메이저 대회는 어렵게, 나머지 대회는 특장점을 갖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KLPGA투어 33개 대회 마다 특장점을 갖게 해야 한다. 대회 마다 특징을 가질 수 있도록 큰 방향에서 가야 한다. 코스답사 회의 때 스폰서와 골프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전 대회의 결과물을 놓고 끊임없이 대화한다.

-경기위원들의 전임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 위원장과 팀장 5명이 연봉계약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시즌 종료후 재평가 받는다. 2박 3일간 시험 결과와 근무 평점으로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내년에는 전임 경기위원을 4명 정도 늘리는 것을 추진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10명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의 안정성을 제공하고 자격을 강화할 것이다. 협회에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또한 해외연수 등 교육 기회를 제공해 국제심판으로 활동이 가능하도록 자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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