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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의 EPL 데뷔, '10장면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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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축구팬의 모든 관심이 한 남자에게 쏠렸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13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5라운드 선덜랜드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다(1-0 토트넘 승리). 그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후반 교체되기 전까지 약 60분간 간결하고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달 28일 유럽축구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3,000만 유로·약 400억 원)를 기록하며 EPL 명문 팀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지난 8일 워크퍼밋(노동허가서)을 발급받았고 닷새 뒤인 13일 잉글랜드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다. 그의 데뷔무대는 선발 출전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16분 타운센드와 교체 아웃되기 전까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과하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간결하게 패스했고 날카롭게 침투했다. 공수에 걸쳐 활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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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에 손흥민의 움직임을 그림으로 나타낸 히트 맵(Heat Map). 간간히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사진=토트넘핫스퍼 트위터]



60분 동안 '꿈의 무대'에 오른 그의 첫 번째 움직임을 따라 가봤다.

#1 경기 전 라커룸
토트넘은 올 시즌 초반 골 가뭄이 심각했다. 4경기서 3골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승리도 없었다(3무 1패). 토트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공격진을 정리했다. 로베르토 솔다도를 스페인 비야레알로 떠나보냈고,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와는 13일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확실한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해리 케인뿐이다.

하지만 케인마저 시즌 초반 조용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리그 34경기 21골로 득점 부문 2위를 차지하며 ‘허리케인’처럼 등장한 그였지만 이번 시즌은 득점이 없다. 또 경기당 3.3개의 슈팅을 시도하는 것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지만 유효 슈팅은 지난 시즌 58%에서 이번 시즌 38%로 현저히 떨어졌다. 케인의 뒤를 받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무사 뎀벨레, 에릭 라멜라가 별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에 수비 분산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케인에 집중된 수비의 견제를 발 빠른 손흥민이 분산시킨다는 계산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강한 압박에 이은 역습을 선호한다. 그는 2년 전 사우스샘프턴에 있을 때부터 손흥민을 영입하길 원했었고, 손흥민이 18세의 나이로 함부르크 최연소 득점자가 된 이후 주시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포체티노는 손흥민을 “다양한 포지션들을 소화할 수 있고 양발을 쓰기 때문에 왼쪽, 오른쪽 다 가능하다. 좋은 체력을 바탕으로 압박도 가능하고, 나와 비슷한 축구 철학을 가진 감독들(특히 레버쿠젠의 로저 슈미트) 밑에서 뛰었다”며 칭찬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질 조합으로 손흥민을 선택했다. 이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이 손흥민의 데뷔전을 눈여겨봤다. 경기 전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팬들은 “해리 케인과 함께 뛰는 그의 모습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손흥민이 선발로 나오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2 첫 터치
그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후 오른쪽 날개와 중앙을 따라 움직였다. 전반 33초 힐패스로 첫 터치를 기록했다.

#3 스위칭 플레이
손흥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과 2선 공격수 델레 알리, 나세르 샤들리와 끊임없이 위치를 바꿨다. 그는 해리 케인이 2선으로 내려와 공을 받으면 최전방으로 침투했다.

#4 킥 전담
그는 첫 데뷔경기에서 팀의 세트피스 전담 키커 역할을 맡았다. 전반 12분, 첫 프리킥에 이어 전반 13분 첫 코너킥을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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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날 세트피스 킥 전담 키커였다. [사진=토트넘핫스퍼]



#5 첫 슈팅?
전반 19분 중앙에 있던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는 척 하며 공을 터치하지 않고 공의 스피드를 살려 몸을 반대쪽으로 틀었다. 공은 잔디 결을 따라 그대로 흘렀고 그는 곧바로 25미터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공은 수비수에 막혔다.

#6 진짜 첫 슈팅
전반 37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안쪽으로 한 번 접은 뒤 그대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덜 감겨 골대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공식적인 첫 슈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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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전반 37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아 공식적인 왼발 첫 슈팅을 기록했다. 공은 덜 감겨 골대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사진=토트넘핫스퍼]



#7 풀리지 않는 공격
토트넘은 턴오버를 자주 기록했다. 수비의 압박에 공을 자주 빼앗겼고, 길고 부정확한 다이렉트 패스가 계속됐다. 손흥민도 상대의 압박에 자주 공을 빼앗겼다. 그럴수록 패스는 더욱 더 간결해졌다.

#8 결정적인 찬스
전반 44분 손흥민에게 결정적인 패스가 왔다. 토트넘이 왼쪽 측면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공은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한 카일 워커에게 연결됐다. 워커는 공을 한 번 접은 뒤 중앙에 있던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손흥민은 바로 슛을 시도했지만 빗맞았다. 수비는 곧바로 걷어냈다.

#9 후반전
후반전에 손흥민은 좀처럼 공을 잡지 못했다. 결국 후반 16분 타운센드와 교체됐다. 벤치의 동료들은 그의 EPL 첫 번째 무대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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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후반 36분 라이언 메이슨의 골에 힘입어 선덜랜드는 1-0으로 이기고 이번 시즌 첫 승리를 기록했다. 메이슨의 골 장면. [사진=토트넘핫스퍼]



손흥민이 없는 토트넘은 후반 36분 선제골을 기록했다. 선덜랜드 수비진 사이로 침투하던 라이언 메이슨이 에릭 라멜라의 스루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기록한 것. 라멜라, 케인, 메이슨으로 이어진 2선 공격수들이 원터치 삼각패스로 이뤄진 골이었다. 이후 오른쪽 측면에서 타운젠드가 건넨 로빙 스루패스를 라멜라가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등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활발한 공격을 보여줬다. 반면 선덜랜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25분 저메인 데포가 일대일 상황에서 왼쪽 골대를 맞춘데 이어, 후반 39분 잭 로드웰의 슛은 골대 상단을 강하게 때렸다. 추가 득점 없이 경기는 1-0 토트넘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10 경기 후 라커룸
기대를 모았던 첫 무대가 끝났다. 손흥민은 이날 중앙과 오른쪽을 오갔다. 하지만 어색해 보였다.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고 동선이 겹치기도 했다. 패스를 받지 못해 고립되기도 했다. 당연히 연계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전은 손흥민뿐 아니라 토트넘 전체가 무딘 모습을 보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직후 "손흥민 때문에 행복하다. 그는 정말 좋은 선수"라며 이적생의 기를 살려줬지만 팬들과 선수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우 60분이다. 리그는 아직 33경기가 남았고 컵 대회와 주중의 유로파리그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단연 부상이다. 1월에 휴식을 갖는 독일과 달리 잉글랜드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날 팀 동료 에릭센과 뎀벨레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에릭센은 지난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무릎을 다쳤고, 뎀벨레 역시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이적생마저 부상을 당한다면 팀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팀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흥민은 독일에서 한 시즌 개인 최다 골(17골)을 기록한 지난 시즌 전반기(11골)에 비해 후반기(6골) 활약이 미흡했다. 매 시즌 전반기과 후반기의 성적이 엇갈린 그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지도 궁금하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 @jirrard92]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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