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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마지막 미션: 태극낭자여 아시안게임 떠올려 북한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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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 북한과의 경기에서 백헤딩 실수로 역전골의 빌미가 된 임선주가 경기 후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미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다.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을 일궈냈지만 전통의 강호들이 즐비한 동아시안컵에서 2전 전승을 기록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예년만 못한 중국은 넘을 수도 있다고 쳐도 세계 2위 일본마저 물리친 것은 충분히 국민들에게도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결과만 좋았던 것도 아니다. 전체적인 경기운영이 월드컵보다 한층 더 성숙했다. ‘에이스’ 지소연을 비롯해 박은선, 유영아 등이 여러 가지 이유로 빠졌지만 조소현, 김정미로 대표되는 베테랑을 필두로 이민아, 이금민 등 뉴페이스들이 힘을 내주면서 전력이 약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타급 선수들이 빠진 것이 승리의 자극제가 된 모습이다.

이제 우승으로 가기 위해 마지막 고비만 넘어서면 된다. 오랜 기간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여자축구를 대표해온 북한이 그 상대다. 전력이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에이스’ 라은심과 리예경을 필두로 강력한 공격력을 뽐내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2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 골득실에서 앞선 1위다. 두 경기에서 무려 7골을 뽑아냈다. 상대전적도 1승 1무 13패로 한국이 크게 뒤져 있다.

그러나 예전의 태극낭자가 아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을 이후로 한국 여자축구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더 이상 동아시아의 동네북이 아닌 세계 어느 팀과 겨뤄도 크게 뒤지지 않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북한과의 경기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태극낭자가 북한을 넘기 위해서는 지난해 펼쳐졌던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한국은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고전이 예상됐지만 예상외로 태극낭자들은 경기를 주도했다. 정설빈의 그림 같은 무회전 프리킥으로 선제골까지 터트렸다. 리예경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에 압도적인 집중력과 체력을 자랑하며 우수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아쉽게 골찬스를 계속해서 놓치며 앞서가지 못했고 후반 추가시간 3분에 임선주가 결정적인 백헤딩 실수를 범하며 허은별에게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하며 패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태극낭자들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고 윤덕여 감독마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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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핵으로 떠오른 이민아.

여자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아쉽게 패한 경기이기도 한 아시안게임 준결승을 기억해야 되는 이유는 이날 한국의 경기력에 있다. 이날 한국은 전반 내내 주도권을 북한에게 내주었다.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다. 기술적으로 북한에 뒤져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던 윤덕여 감독은 전반전 북한에게 공격주도권을 내주며 체력을 최대한 빼놨다. 그리고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우는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는 정확히 주효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태극낭자들은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며 위협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창출했다. 비록 골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 후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이유도 이날 작전이 너무나 잘 통했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한 작전이지만 충분히 재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북한은 체격과 기술적으로 한국에 앞서 있다. 90분 내내 전면전으로 나가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따른다. 그러나 전반에는 라인을 많이 내린채 체력을 비축하고 후반에 총력을 기울여 승부수를 건다면 아무리 강한 북한일지라도 충분히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아가 키플레이어가 되어 주어야 한다. 이민아는 현재까지 지소연의 공백을 200% 메워주고 있다. 화려한 발기술과 뛰어난 활동량 그리고 넓은 시야까지 완벽하다. 특히 북한이 지쳐있을 후반 중후반 이후 이민아가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 준다면 북한 선수들은 분명히 체력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골 결정력을 보완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숙제다.

승산 있는 싸움이다. 여자축구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2015년이다. 월드컵 쾌거에 이어 동아시안컵 우승까지 달성한다면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팬들은 태극낭자가 아시안게임의 기억을 떠올려 북한을 넘고 환한 미소로 동아시안컵 트로피를 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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