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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두와 꼴찌의 이야기
강한 빗줄기가 내렸다. 그라운드가 젖었고, 선수들의 머리와 유니폼도 젖었다. 그렇잖아도 둥근 공이 비에 젖어 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갔다.

총 7골이 터졌다. 누군가 따라잡으면 다른 누구는 도망갔다. 이 장면이 세 차례나 나왔다. 여기까지는 누가 봐도 접전이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리그 선두와 꼴찌 팀이다. 대전 시티즌은 2014-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0라운드에서 전북 현대를 맞아 3-4로 석패했다. 시작 휘슬과 동시에 선취골을 허용했고, 종료 휘슬을 목전에 앞두고 결승골을 내줬다. 두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기 전 라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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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상위 전북 현대(사진=k리그)


#리그 선두 ‘전북 현대’
“우리는 꼭 이겨야 해요. 이번 달 1일에 부산 아이파크랑 19라운드를 치렀어요. 2-1로 이겼죠. 리그 11위 팀 이긴 게 어쨌냐고요? 부산과 경기 전까지만 해도 2무 1패였어요. 수원이랑 2-2로 비기고, 포항 스틸러스에는 1-2로 졌으며, 전남 드래곤즈에 2-2로 비겼죠.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어요. 바람대로 부산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4경기 만에 무승의 늪에서 벗어났죠. 이번 경기는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중요한 경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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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하위 대전 시티즌(사진=k리그)


#리그 꼴찌 ‘대전 시티즌’
“그래요. 우리 꼴찌에요. 그래서 잃을 게 없어요. 무엇보다 꼭 이겨야 하는 이유는 우리 팬들 때문이죠. 이번 시즌에 홈 팬들에게 그렇다할 승리 한 번 못 보여줬어요. 이제 보여 줘야죠. 11경기 연속으로 승리가 없는 것도 동기부여로 작용해요. 손설민, 이현승, 고민혁, 한의권 등 지난 2일 영입한 새 얼굴들을 선발로 내세웠어요. 중심축들이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쉽게 지고 싶지 않아요. 이제 더 이상 강팀을 상대로 수비라인을 깊숙이 내리지 않을 겁니다. ‘10백’대신 ‘3톱’으로 맞설 거예요. 이번 경기, 정말 끝까지 할 겁니다.”

전반전 직후 라커룸
#불안한 리드 ‘전북 현대’
“전반 6분에 터진 에두의 골이 경기를 쉽게 끌고 갔어요. 이재성, 레오나르도, 문상윤 등의 발 빠른 공격수들이 측면을 공략했는데 적중했죠. 이후 허술해진 대전 수비진을 공격에서부터 압박했어요. 전반 10분에 에두가 수비 실수로 또 한 번 득점 찬스를 얻었을 정도로요. 그래도 동점골 장면은 아쉬워요. 한 골 먹히고 곧바로 이동국을 투입했는데 잘 한 것 같아요. 들어가자마자 추가골을 터뜨렸으니까요. 선취골 때와 똑같은 상황, 똑같은 위치여서 신기했죠. 어시스트한 문상윤의 공이 컸어요. 이 정도면 대전의 상승세에 확실한 제동을 걸었겠죠?”

#지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대전 시티즌’
“우리 팀의 색이 점점 달라지고 있어요. 세밀한 패싱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수비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네요. 첫 골 장면도 왼쪽 측면이 너무 쉽게 무너졌어요. 이후에도 아슬아슬했어요. 전북의 공격은 빠른데 우리 수비의 백패스는 느리고 부정확했죠. ‘에이스’ 박주원 골키퍼도 어이없는 패스미스로 불안한 상황을 연출했네요. 하지만 우리에겐 ’차기 프랜차이즈스타’ 황인범이 있었죠. 황인범이 전반 27분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진영에서 찬 중거리 슛은 빨랫줄처럼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향했어요. 경기당 실점율이 1.0도 되지 않은 권순태 골키퍼가 몸을 날려도 막지 못한 멋진 골이었죠. 우린 더 과감해 졌어요. 비록 똑같은 상황에서 두 번째 골을 내주긴 했지만 후반은 더 악착같이 할 겁니다.”

경기 직후 라커룸
#분위기 이어간 ‘전북 현대’
“십년감수 했어요. 전반전 까지만 해도 쉽게 풀릴 줄 알았는데 후반 페널티킥으로 한 골 허용하고 나서 간담이 서늘했죠. 이번에도 바로 교체카드를 사용했어요. 정훈과 유창현이 체력싸움 면에서 우위를 점하길 바란 거죠. 이번에도 적중했어요. 후반 15분에 최철순의 중거리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어요. 공은 골문 앞에 있던 에두에게 흘렀죠. 에두는 놓치지 않았어요. 3-2, ‘펠레 스코어’가 됐어요. 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한의권에게 세 번째 동점골을 허용했어요. 착잡했죠. 그리고 후반 42분에 이동국의 전매특허 ‘가슴트래핑 후 터닝 슛’이 나왔어요. 하지만 대전의 골문은 열리지 않더라고요. 비록 후반 추가시간에 에두(도움)와 이동국(득점)의 합작으로 이기긴 했지만 정말 힘들었네요. 비도 오고.”

#몇 십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대전 시티즌’
“우리는 후반 시작과 함께 좋은 장면을 만들었어요. 이현승의 패스를 받은 황지웅이 슈팅을 날린 것이죠. 빠른 역습이 살아나게 된 계기였어요. 비록 이 슛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지만요. 그리고 우린 기어코 동점골을 터뜨렸어요. 주인공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영입한 1996년생 고민혁이에요. 후반 7분에 핸들링 파울로 얻은 페널티 킥을 성공시켰는데, 신인 선수가 베테랑 골키퍼 권순태를 상대로 성공시킨 것이라 더 의미가 컸죠. 우린 총 세 번의 실점을 허용했어요. 하지만 반대로 세 번의 동기부여가 있었죠. 우린 매 실점 직후에 전북을 강하게 압박했어요. 볼 점유율에서도 우리가 55-45(%)로 경기 내내 우위를 점했죠. 빗줄기가 더 거세졌어요. 손설민, 황지웅 등의 공격진들이 쥐가 나 그라운드에 쓰러지기 시작했어요. 빗속에서 홈 팬들의 응원이 더 크게 들렸어요. 우린 화답했어요. 세 번째 동점골. 이번 득점자도 어린 나이(1994년생)의 ‘새 얼굴’이었어요. 한의권은 황인범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어요."

"우린 수비수 윤중성을 빼고 공격수 이현호를 투입했어요. 내친김에 리그 선두를 이겨보자는 생각이었죠. 이현호는 투입 직후인 후반 39분에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어요. 하지만 공은 뛰쳐나온 권순태 골키퍼에게 막혔어요. 우린 후반 47분 마지막 득점 기회 후 추가시간에 아쉽게 한 골을 헌납했어요. 빗속 혈전은 저희의 패배로 끝났어요.”

극적인 무승부로 끝내는 듯 했던 경기는 다시 한 번 극적인 결승골로 승부가 갈렸다. 최종 스코어 4-3. 대전은 이번시즌 홈경기 무승, 12경기 연속 무패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빗속 혈투’에서 그들은 잃은 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아직도 홈 첫승을 노리고 있는 대전의 다음 21라운드 상대는 전남 드래곤즈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

■5일 K리그 클래식 경기결과
FC 서울(8승 7무 5패) 1-1 광주 FC(6승 7무 7패)
전남 드래곤즈(8승 7무 5패) 2-1 울산 현대(4승 8무 8패)
대전 시티즌(1승 5무 14패) 3-4 전북 현대(13승 4무 3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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