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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담장의 편파야구, V3는 백신이 아닙니다] 롯데가 보여준 '3가지 패배의 조건'
28일 경기 결과 : 롯데 자이언츠 1-7 넥센 히어로즈

야구에서 패배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며, 투수진이 경기를 상대에게 넘겨주는 방법도 무한하다. 그 중 어이없는 실책, 선발투수의 부진. 그리고 찬스마다 나오는 병살타는 경기를 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롯데는 28일 경기에서 그 세 가지를 남김없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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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실책으로 고개를 떨군 오승택.사진=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어이없는 실책


1회 이상화는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한 직후 2아웃을 잡아냈지만, 안도하긴 일렀다. 이상화는 김민성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충분히 아웃될 상황. 정면으로 향한 타구는 오승택이 간신히 잡았지만, 송구가 불안했다. 결국 1루주자 유한준이 세이프 판정되며 3루주자가 홈을 밟았다. 넥센이 선취점을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기자와 함께 경기를 지켜본 프로야구 코치 A씨는 그 수비 장면을 보고 "송구에 자신 없는 선수는 자신에게 공이 향해도 어떻게 던질지 생각만 한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송구 실책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오승택의 플레이를 꼬집었다.

실책 이후 윤석민의 2타점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점수 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상화의 자책점은 없었다. 운까지 따르지 않는 상황에 이상화는 고개를 떨궜다.

선발투수의 부진

만일 실책이 없었다면 이상화의 1회 투구수는 20개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민성의 출루로 두 타자를 더 상대한 이상화는 1회에만 33개의 공을 던졌다. 결국 3회 사단이 났다. 브래드 스나이더와 박병호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한 것이다. 두 구질 모두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A코치는 이를 두고 "구속이 낮은데, 제구마저 안 된 투심은 장타를 때리라고 던져주는 셈이다"라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 경기 중계를 맡은 이순철 SBS 야구 해설위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상화는 자신의 구위가 빠르지 않다보니 공을 구석구석 넣으려고 한다. 그렇게 승부를 어렵게 가는 것이다"라며 "이상화가 등판 때마다 힘든 승부를 하는 건, 이상화가 가진 구속 자체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겪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일침했다. 이날 이상화의 속구 최고구속은 141km/h에 불과했다.

찬스마다 나오는 병살타

바뀐 투수 홍성민이 호투하며 불씨를 살려가던 7회부터 9회까지는 병살타가 흐름을 끊었다. 롯데는 1-6으로 뒤진 7회 1사 후 아두치의 좌전 안타로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김문호가 상대 투수 김영민의 2구째를 건드려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병살타를 기록했다. 이후 8회에는 최준석의 볼넷, 박종윤의 안타로 만든 1사 1·2루 찬스에서 오승택의 병살타가 나왔다.

방점은 9회 찍혔다. 브래드 스나이더의 적시타로 스코어는 1-7까지 벌어진 상황. 사실상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승리를 향한 집념을 보여줘야했다. 선두타자 이우민이 유격수 땅볼을 쳤을 때 전력으로 1루로 뛰었고, 결국 김하성의 실책까지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손용석의 뜬공과 오윤석의 유격수 앞 병살타로 마지막까지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유격수 앞으로 향한 세 개의 타구가 롯데의 무릎을 꿇린 셈이었다. '병살타 세 개면 승리하기 힘들다.' 야구에서 격언과도 같은 문구다. 롯데 자이언츠는 그 말을 여지없이 증명했다.

28일 패배의 필수조건 세 가지를 여실히 보여준 롯데. 이번 시리즈를 끝으로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는데 반등을 위해서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보다 잘못하는 것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할 듯싶다.

*좌측담장: 결정적 순간. '바깥쪽' 공을 받아쳐 사직구장의 '좌측담장'을 '쭉쭉 넘어갈' 때의 짜릿함을 맛본 뒤, 야구와 롯데 자이언츠에 빠진 젊은 기자.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야구가 좋고, 그 숫자 뒤에 숨은 '사람의 이야기'가 묻어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 목표 아래 매일 저녁 6시반 야구와 함께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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