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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만능선수’ 지석훈과 ‘공룡가족’ 테임즈를 위한 기도
16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 3-4 kt 위즈

‘백업선수’에서 ‘만능선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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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훈과'백업선수'라는 단어가 더이상 연결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백업선수.’ 지석훈에게 지겹게 따라붙은 꼬리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프로선수 누구나 그렇듯 그도 학생시절엔 스타플레이어였다. 휘문고 2학년 때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송은범(한화)에게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대회 MVP에 올랐다. 천안북일고 나주환(SK), 성남고 박경수(kt), 경기고 서동욱(넥센)과 함께 고교 4대유격수로 불리며 졸업과 동시에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2003년 2차 1순위)을 입었다.

당당하게 프로의 문을 열었지만 눈앞에 커다란 산이 있었다. 국가대표 유격수 박진만(현 SK)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1군보다는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학생야구 시절 뜨거웠던 방망이(고교통산 타율 0.307 15홈런 38타점)는 어느새 식어있었다. 지석훈은 공격보다 더 높은 인정을 받았던 수비에서 길을 찾았다. 2루-3루수 훈련을 하며 자신의 활용폭을 넓혔다. 2005년부터 꾸준히 1군에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다. 2007년엔 김시진 신임감독의 지지에 힘입어 주전 유격수가 되었다. 기쁨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75경기 중 67경기에 선발출전 했지만 타율 0.176 2홈런 16타점이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남겼다. 결국 감독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자진 2군행’을 택했다.

주전 자리를 되찾을 수 없었다. 신인 황재균(현 롯데)이 타율 3할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듬해엔 강정호(현 피츠버그)가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이전처럼 내야 빈자리를 메우는 내야를 전전하며 ‘땜빵’ 역할만 했다. ‘특급유망주’가 ‘백업선수’로 잊혀지는 듯했다.

2013년 4월 18일은 지석훈의 인생이 바뀐 날이다. 팀 동료 이창섭,박정준과 함께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게 된 것. 지석훈은 입단과 동시에 휘문고 후배 박민우, 옛 팀동료 차화준(현 kt)이 지키지 못한 2루를 맡았다. 데뷔전에서 3타수 2안타 4타점을 터트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프로 입단 이후 처음 1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주전’ 타이틀을 다는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크게 성장한 박민우와 FA 손시헌에게 밀렸다. 3루엔 모창민이 버티고 있었다. 다시 백업요원이 되었다. 이번시즌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반전이 있었다. 스프링 캠프에서 연일 맹타를 터트렸던 모창민이 급격한 슬럼프에 시달린 것. 동시에 수비에도 문제를 보이며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빈자리는 당연히 지석훈의 몫이었다. 2007년, 2013년에 이어 찾아온 세 번째 주전기회.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기다리던 방망이가 터졌기 때문이다. 6월 들어 조금 주춤하긴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84 4홈런 18타점으로 하위타선에 무게감을 실었다. 3루를 맡는 비중이 늘었지만 유격수-2루수로도 간간이 출장하며 공수의 ‘만능선수’가 되었다.

16일 경기는 아쉽게 패했지만 ‘만능선수’ 지석훈의 진가가 드러났다. 먼저 빛난 건 수비였다. 7회말 동점 상황에서 이대형이 나왔다. 빠른 발을 가진 선두타자이기에 꼭 잡아야만 했다. 이대형이 커다란 바운드를 만들며 내야안타를 노렸다. 어느새 나타난 지석훈이 어려운 자세로 공을 잡아 빠르게 1루로 던졌다. 판정은 아웃. kt가 합의판정까지 요청했으나 이는 지석훈의 호수비를 더욱 빛나게 할 뿐이었다. 8회말 선두타자 박경수도 지석훈의 먹잇감이 되었다. 박경수가 3루수 방면에 큰 바운드를 날렸다. 기다리기엔 늦고, 앞으로 달려들자니 어렵게 숏 바운드 처리해야 하는 상황. 앞선 호수비로 자신감을 얻은 지석훈은 과감하게 공에 달려들어 박경수를 처리했다. 찬사를 받기 충분한 두 개의 수비였다.

만약 김상현의 결승홈런이 없었더라면,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지석훈이었다. 9회초 첫 두 타자가 범타로 물러났다(선두타자 나성범의 2루수 직선타는 두고두고 아쉽다). 하지만 공룡군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호준과 이종욱이 연속안타를 때리며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지석훈은 이제 주인공이 되는 법을 아는 남자였다. 장시환의 3구째를 받아쳐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동점 적시타! NC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한방이었다. 동시에 지석훈이 ‘백업선수’가 아닌 ‘공수겸장 만능선수’로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공룡가족' 테임즈의 일그러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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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면 NC팬은 마음이 아파진다.


지난 6월 1일 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에 ‘공룡가족’이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어린이날에 열린 홈경기를 찾은 여러 ‘공룡가족’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누구나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볼만한 영상이다. "우리 NC다이노스는 팬들을 위해 항상 전력질주를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는 가슴에 묵직한 뭔가를 전한다.

이 영상의 백미는 또 다른 ‘공룡가족’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25초다. 김태군 응원문구를 들고 있던 남성 팬이 반색하며 테임즈의 가면을 뒤집어쓴다. 감기몸살로 선발에 제외되었다가 뒤늦게 대타로 나선 테임즈를 반기기 위해서다. 흥겨운 등장송과 함께 경기장이 순식간에 테임즈를 위한 무대가 된다. 그 순간 마산야구장을 찾은 테임즈의 어머니가 나온다. 입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은 당장이라도 눈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테임즈도, 그의 어머니도 피부색만 다른 ‘공룡가족’이었다.

테임즈는 규정상 외국인 선수지만, 우리에겐 똑같이 소중한 NC선수다. 테임즈부터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원래 외야수를 맡던 테임즈는 팀 사정상 한국에서 처음으로 1루수 글러브를 쓰게 되었다. 1루수는 물론 처음으로 해외리그를 접하는 테임즈가 부담스러워할만한 상황. 하지만 테임즈는 흔쾌히 '1루수 전환' 제안을 받아들였고 코치가 훈련을 만류할 정도로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외야수라는 본직을 아예 모를 정도로 좋은 1루수로 거듭났다. 사이클링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할 뻔한 5월 28일 두산전에서도 경기출장에 적었던 조평호를 위해 흔쾌히 교체에 응했다. 팀 성적보다 개인성적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였던 KBO 외국인 선수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장 밖에선 ‘야수’가 아닌 ‘귀요미’로 팬에게 다가선다. 팬들의 사진촬영과 사인공세에 항상 밝은 미소로 대한다. SNS를 통해 단골 맛집을 소개하고, 삐뚤빼뚤한 한국어 손글씨를 공개하며 한국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테임즈는 ‘언젠가 떠날 외국인 선수’가 아닌 ‘앞으로 쭉 함께할 가족’으로 느껴졌다. 만약 더 좋은 기회를 찾아 팀을 떠난다 해도 공룡가족들은(최소한 기자는) 유학 보내는 아들처럼 웃으며 그를 보낼 것이다(아! 원치 않은 이별을 맞이한 찰리도 웃으며 만날 날이 있길 바란다).

요즘 테임즈가 그라운드에서 찡그리는 모습이 부쩍 많이 보인다. 바로 허벅지 부상 때문이다. 지난 13일 두산전에서 헛스윙 이후 고통을 호소했다. 심한 고통을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곧바로 모창민과 교체되었지만 두산 경기에서 헛스윙 한 이후 계속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다음날 주전으로 나와 모든 경기를 소화하기에 큰 부상이 아닌 듯했다.

완쾌한 것이 아니었다. 이날은 더 힘들어 보였다.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스윙 후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4회말에는 문상철의 1-2루간으로 가는 타구를 잡으러 나갈 때 살짝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투수가 타자와 승부하는 와중에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아픔을 무마시키기 위해 땅을 몇 번 세게 밟기도 했다. 결국 테임즈는 조영훈과 교체되었다. 교체 이유는 컨디션 난조로 인한 왼쪽 허벅지 근육경련이었다.

하루하루 순위가 바뀌는 요즘,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드는 테임즈는 대체불가 1순위다. 하지만 테임즈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잠시 휴식을 줘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성적보다 팀과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김경문 감독이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고 테임즈가 해줘야할 역할도 많다. 부상을 말끔히 털어버린 테임즈가 7월 한국을 찾을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서 건강한 몸상태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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