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이 빌려준 캐릭터 복장을 입고 팬들에게 나선 브룩스 레일리 (사진=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의 ‘먹잇감’은 외인 선수들이었다. 롯데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은 지난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3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중견수 겸 3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짐 아두치 역시 5타수 2안타로 공격 첨병 역할을 해냈다.
이 두 선수는 롯데가 이번 시즌부터 마련한 ‘퇴근길 이벤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팬들이 경기 종료 후 사직구장 중앙 출입구 앞에서 선수들을 배웅하는 것은 롯데 고유의 문화였다. 이 점에 착안한 롯데 프런트는 선수들에게 사탕을 나눠줬고 선수들은 이 사탕을 팬들에게 전한다. 승리의 환희를 팬들과 함께 나누는 약소한 뒷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3일 경기 후 퇴근길 이벤트에 나선 린드블럼과 아두치의 복장이 심상치 않았다. 사복을 입고 퇴근하던 기존 관례와 달리 만화 캐릭터 복장을 한 채로 출구를 나온 것이다. 처음엔 어색한 표정을 내보이던 린드블럼과 아두치는 팬들의 폭소에 힘을 얻은 듯 손을 들며 화답했다.
이색적인 퇴근길 이벤트를 만드는 데 앞장선 선수가 바로 황재균이었다. 경기 후 황재균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집에 고이고이 모셔뒀던 옷 입히려고 가져왔다. 내일은 레일리 혼자 입혀야겠다”며 공약(?)을 했다. 린드블럼에 따르면 황재균이 그의 사복을 훔쳤고, 선택지가 남지 않은 린드블럼이 어쩔 수 없이 황재균의 캐릭터 복장을 입은 것이 사건의 배경이었다.
롯데 황재균의 취미생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루키 헤이징 데이’ 이벤트가 존재한다. ‘신입 괴롭히기 날’이라는 뜻으로, 신인들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갖춘 채 라커룸에서 장기를 뽐내는 일종의 신고식인 셈이다.
황재균이 만들어 낸 롯데만의 루키 헤이징 데이. 이틀 연속 매진으로 뜨겁게 응원한 팬들에게 롯데 선수들이 2연승과 함께 주는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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