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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4일] 쇼다운 관전기 -정적 속의 속도전쟁, 기대 이상으로‘쫄깃’
서울 올림픽파크텔 4층의 실내 쇼다운 경기장은 늘 적막이 흐른다. 시끌벅적한 응원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경기 중에는 사진 기자의 미세한 셔터 소리까지 제한된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입장은 물론, 세트가 끝날 때까지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경기 외적인 소음은 철저하게 ‘불허’되는 것. 경기장에는 단지 공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 공이 테이블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 심판의 휘슬 소리뿐이다. 공 소리는 매우 요란하다. 선수들이 공 소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공은 태생부터가 ‘시끄럽게’ 고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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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남자 예선 경기 시작 전, 고글에 빛이 완벽히 차단되는 지 확인 중인 심판(오른쪽). 쇼다운은 고글만 착용하면 비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경기는 심판이 경기장에 들어와 선수의 장비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고글에 빛이 새는지, 배트 표면에 이상이 없는지 등을 살핀다. 이후 선수들의 경기 적응을 위해 1분 간 연습 시간이 주어진다.

선수들은 모든 신경을 청각과 촉각에만 의지해 배트 쥔 손을 움직인다. 탁구에서도 라켓 그립 방식이 크게 펜홀더, 쉐이크핸드가 있는 것처럼 쇼다운에서도 선수 고유의 배트 잡는 방법이 존재한다. 배트는 장갑을 낀 채 테이블에 붙여 잡는다. 공이 테이블 밖으로 나가 실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간 테이블 쪽으로 기울여 잡는다. 장갑은 두툼한 것이 꼭 스키장갑을 연상시킨다. 손등 타박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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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테이블을 지지하며 상체를 숙인 채 경기에 집중하는 김정빈. 쇼다운 선수의 전형적인 플레이자세를 잘 보여준다.

반대편 손으로는 테이블을 잡고 최대한 상체를 숙인 채 공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경기에 집중한다. 선수가 공을 소유한 시간은 매우 짧다. 그만큼 공수 전환이 순식간에 이뤄진다.

공격 방식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손목 스냅과 상체를 이용해 배트로 공을 밀어내는데, 이 점에서 힘이 좋은 유럽선수들의 경기력이 탁월하다. 특히 공의 소유권이 넘어 왔을 때 공을 테이블 모서리에 몰아 정지시킨 후 배트를 세게 휘둘러 득점을 노리는 기술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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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 때 경기 전략에 대해 논의 중인 황태민 감독(왼쪽)과 한혜옥 코치. 쇼다운에서도 다양한 전술과 전략이 중요하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복불복 식으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나름의 치밀한 전술과 전략이 깔려 있다. 한국의 유망주 김정빈은 “공이 올 방향을 미리 예상하고, 공 소리를 따라가며 배트를 컨트롤 한다”고 설명했다.

득점 상황은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 탁구와 유사하게 랠리가 길어지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공이 쑥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뿐만 아니라 공격을 위해 공을 컨트롤 하다가 어이없이 자책골을 범하기도 한다. 또한 쇼다운 경기 규칙 상 최종적으로 공을 터치한 선수의 공이 테이블 밖으로 나가거나 센터 스크린에 부딪혀도 1점을 실점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득점이 잘 나오지 않는 피를 말리는 수비모드 경기도 있지만,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어질 정도로 줄득점이 나오기도 한다. 경기분위기가 훅훅 바뀌고, 그래서 시쳇말로 ‘심장은 계속 쫄깃하다’.

쇼다운 경기장에는 점수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2번마다 번갈아하는 서브 직전에 부심이 구두로 현재 서브 순서와 득점 현황을 알려준다. 또 주심은 득점이 나오면 즉시 그 이유를 알려준다.

조용한 경기장에서 들리는 선수들의 숨소리와 땀 냄새가 어떤 종목보다 진하게 느껴진다. [헤럴드스포츠=김세준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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