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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고환의 풀스윙, 고환 꼬임증
프로야구나 골프를 보다 보면 대표적인 호쾌한 장면이 하나 있다. 선수들이 있는 힘껏 배트나 클럽을 휘두르고 그에 맞은 공이 직선으로 쭈욱 뻗어가는 장면이다. 사실 도구를 이용하는 스포츠에는 스윙 모션이 필연적으로 따라다닌다. 크리켓이나 폴로, 테니스, 배트민턴 등등. 재미있는 것은 이런 스윙이 많은 스포츠일수록 선수들이 갈비뼈 골절 등의 부상에 많이 시달린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몸의 입장에서는 스윙을 한다는 동작 자체가 ‘비정상’에 가깝다. 골격과 조직에 심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대개는 몸통이나 사지에 부상과 무리가 가게 된다. 그런데 남자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고환에도 스윙이 문제가 될 때가 있다. 바로 ‘고환 꼬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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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서 맛있을 수도 있지만 꼬여서 위험할 수도 있다.


얼핏 생각해서는 고환이 꼬인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골프공처럼 동그란 고환이 어떻게 꼬일지 쉽게 상상이 안 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은 고환이 꼬이는 게 아니라, 고환을 몸에 매달고 있는 정삭(spermatic cord)의 꼬임이다. 고환을 잘 만져보면 둥그란 고환의 위쪽으로 마치 노끈처럼 몸통과 통하는 조직이 만져진다. 이것을 정삭이라고 한다. 정삭을 통해서 정관과 각종 혈관들이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가끔 이 정삭이 마치 노끈 꼬이듯이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고환 꼬임이라고 한다. 비뇨기과의 질환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얼핏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만한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중요한 응급 질환이다. 정삭이 꼬일 경우 고환으로 향하는 혈관이 꼬여서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몇 시간이 경과하면 고환이 그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

고환 꼬임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고환 통증이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심한 고환 통증의 경우 나이를 막론하고 즉시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물론 고환 꼬임은 고환의 발달이 성숙하지 않은 소아에서 더 많은 질환이다. 그러나 성인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고환의 심한 통증이 있을 경우, 전문의들은 우선 세심한 진찰을 한 이후에 도플러라고 불리는 특수 초음파를 시행한다. 도플러 초음파를 통해 고환 내부에 피가 잘 통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즉각적인 수술을 권유하게 된다.

고환 꼬임증의 수술은 말 그대로 고환을 제 자리에 고정시켜주는 수술이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을 넘겨 병원에 도착함으로써 안타깝게도 이미 고환이 죽어버려 절제를 해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므로 갑작스럽게 고환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였을 때는 그 즉시 비뇨기과 병원이나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사실 스윙이라는 동작은 많은 운동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몸동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몸의 여러 부분, 특히 고환의 입장에서는 꼬임이라는 것 자체가 장기의 생존을 결정하는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의 소중한 부위인만큼 통증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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