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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문카페와 NC 야구의 부활
9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 6-3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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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장'이라는 감독님의 별명처럼 안락한 느낌을 풍기는 문카페.


5월 9일 기자는 롯데 전을 앞두고 야구장이나 TV 앞이 아닌 서울의 올림픽 공원 근처에 위치한 한 카페를 찾았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분이나 NC팬이라면 벌써부터 눈치 챘을 것이다. 2011년에 열린 '문카페'는 김경문 감독이 직접 운영하는 야구카페로 야구팬들에게 숨은 명소로 통한다. 입장과 동시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손님을 반기고 2층으로 올라가면 사인공과 글러브,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수 많은 야구 물품을 볼 수 있다. 처음 온 사람은 작은 야구 박물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문카페의 백미는 경기가 열리는 시간이다. 2층 벽 한쪽에 프로젝트 빔을 설치해놓아 사장님이 지휘하시는 전 경기를 생방송으로 틀어준다.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은 커피가 아닌 야구를 즐기러 오는 손님이 많다. 지난해 기자가 문카페를 처음 찾은 날이 딱 그랬다. 삼성이 통합 4연패의 팔부능선을 넘었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날. 카페는 전문가처럼 야구이야기를 나누는 아저씨들의 목소리, 여자 친구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는 남자친구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9회말 2사 1,3루에서 최형우의 역전 끝내기 안타를 치던 순간은 마치 야구장에 온 것처럼 삼성팬의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와 넥센팬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보며 ‘내년엔 감독님의 기운과 NC팬의 팬심이 가득한 문카페에서 한국시리즈 경기를 글로 풀어보고 싶다’라는 꿈을 꾸었다.

9일 기자는 문카페에서 다시 제 색깔을 찾은 NC의 모습을 보며 ‘한국시리즈는 몰라도 포스트시즌 경기는 쓸 수 있겠는데?’라는 희망을 품었다.

태양이 궤도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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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뜨면 팀은 꼭 이긴다.'테임즈 홈런=승리'공식에 이어 '이태양 출장=승리' 공식도 만들어질까?


올 시즌 초 이태양의 활약은 눈부셨다. 하체근력 보강을 통해 신체 밸런스를 잡아 쾌조를 보였던 2013년 초의 제구력과 구위를 되찾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열린 캘리포니아대 어바인-마이너 연합팀 전에서 두 경기 연속 3이닝 7탈삼진을 뽑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규시즌에 들어와서도 첫 두 경기 연속 6이닝 2실점으로 1승과 2QS(퀄리티스타트)를 챙겼다.

하지만 이후 2경기에서 4이닝을 채 넘기지 못한 채 조기강판 됐다. 가뜩이나 선발진에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태양마저 2013년처럼 또 다시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궤도를 이탈했던 태양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6일 KIA전에서 1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9일 박세웅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이태양은 경기시작과 동시에 볼넷 2개로 위기를 자초하며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반전피칭의 밑밥이었다. 손아섭을 유격수 병살타, 최준석을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쿨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안정을 되찾은 이태양의 공은 무서웠다. 130km후반의 속구는 스트라이크 구석구석을 찌르며 상대 타자를 괴롭혔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춤을 췄다. 선구안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최준석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이태양의 슬라이더에 몸을 뒤로 뺄 정도였다. 이태양은 1회 연속 볼넷 이후 11타자를 연속 범타처리하며 4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5회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승리투수의 자격을 얻기엔 충분했다.

승리의 여신을 부른 김종호의 세 차례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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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결승홈런을 터트린 김종호는 9일에도 눈부신 집중력으로 '숨은 MVP'가 되었다.


NC의 캐치프레이즈 ‘전력질주’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는 누구일까? 팬심으로 “모두!”라고 하고 싶지만 딱 한 명을 꼽으라면 김종호를 꼽고 싶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과 열정이 온 몸으로 드러난다. 나이 서른이 되도록 삼성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NC에 오자마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열정으로 움켜잡은 선수다. 김종호의 집중력과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는 모든 NC팬이 잘 알고 있다. 이 날 김종호가 보여준 세 차례 플레이는 번트안타-진루-보살이라는 세 단어 이상의 파급력이 있었다.

#1. NC는 2회초 선취점을 올리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무사 1,3루에서 희생플라이로만 낸 점수이기에 완전히 기선을 잡은 건 아니었다. 3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의 외야 깊은 타구가 중견수 김재유의 글러브 맞고 튕겨져 나오며 2루타가 되었다. 롯데 이적 후 첫 선발로 오른 박세웅은 한층 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다음 타자 김종호가 타격자세를 취하다 갑자기 번트를 댔다. 타구는 포수 앞에서 높이 튀어 올랐고 곁눈질로 공을 본 김종호는 전력질주를 통해 간발의 차이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2. 곧이어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섰다. 4구째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바운드 되었는데 강민호가 블로킹을 통해 자기 앞에 잘 떨어뜨렸다. 김종호는 폭투가 되는 그 순간 스타트를 끊었고 2루에 안착했다. 병살의 위험성을 제거함과 동시에 박세웅에게 ‘안타 하나면 2점’ 이라는 압박감을 안겨줬다, 박세웅은 곧바로 나성범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NC는 테임즈의 희생플라이와 이호준의 2타점 우전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3. 4이닝 노히트노런 피칭을 선보이던 이태양이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박종윤이 중견수 뜬공으로 돌아섰지만 정훈이 손시헌을 통과하는 강한 타구를 날렸다. 빠른 커버 플레이로 타구의 진행을 막은 김종호는 곧바로 2루에 공을 뿌려 정훈을 저격했다. 이태양은 다음 타자 김재유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편안하게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다.

5월 8경기 7승 1패. 기자가 기다리던 ‘5월 대반격’은 벌써 시작되었다.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온 박명환-손민한 듀오가 선발진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테임즈, 지석훈, 손시헌의 타격감이 올라오며 공격력도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아진 것이 눈에 띈다. 위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4회 손아섭을 막아낸 테임즈의 슬라이딩, 7회 무사 1루 위기에서 만든 병살타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플레이었다.

4월에 심심찮게 내뱉었던 “아! 이건 아니지”라는 탄식만큼 5월에는 “그래! 이거지!”라는 환호성을 지르길 바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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