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한 명씩이라도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16일 경기 결과: 기아 타이거즈 5 - 10 LG 트윈스

INTRO - 빅뱅이 돌아왔다!

10점이나 뽑았는데 왠지 타선이 폭발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하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트윈스가 뽑아낸 안타는 고작 6개. 타이거즈의 투수진이 14개의 볼넷을 남발하지 않았다면 시즌 첫 두자리 수 득점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찌나 타선이 답답했는지, "만루에서 트윈스는 올 시즌 15타수 무안타"라는 캐스터의 설명을 들었을 때 '아, 트윈스 팬으로 살려면 정말 건강해야겠구나'라고 스스로 다짐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이 타격은 늘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살인 타선'으로 불리는 히어로즈가 올 시즌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역시 배트는 믿을 것이 못 되는 법이다. 이에 비하면 트윈스의 투수진은 믿음이 간다. 부진한 타격은 조금씩 극복하면 된다.

없는 살림이지만 위안거리를 찾는다면, 트윈스의 타격을 책임져야 할 영웅들이 하나씩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큰 이병규가 '라뱅 쓰리런'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고 '지옥에서도 데려와야 하는 대두 왼손 외야수' 이진영도 끝내기 홈런으로 영점을 맞춘 모습이다. 그리고 16일, 팀의 4번타자 '빅뱅' 이병규가 7회말 통렬한 3점포를 날리면서 부활의 서막을 열었다.

'아니, 한꺼번에 좀 잘하면 어디가 덧나냐?'라는 불만은 접어두겠다. 한꺼번에 못했던 그 악몽같았던 타격 부진이 이보다 더 길어졌으면 어쩔뻔 했나. 한 명씩이라도 돌아왔으면 그것으로 됐다. 빅뱅 이병규는 시즌 직후부터 부진한 타격에 팬들로부터 오만 욕을 다 들었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응?), 아무리 부진했던 선수라도 조금만 잘하면 과거의 부진은 까맣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빅뱅은 팀의 4번타자다.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자리다. 전날까지의 부진은 잊어도 좋다. 이날의 홈런으로 지난해와 같은 든든한 트윈스의 4번타자로 다시 돌아와주기를 바란다. 팬들 역시 약 20일 동안 그를 위한 환호를 아껴두었으니, 세상 누구보다도 그를 향해 대단한 환호해 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이미지중앙

16일 쐐기를 박는 3점포로 '4번타자의 귀환'을 알린 빅뱅 이병규. 그의 장타가 터지면서 트윈스의 변비타선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우려의 목소리 - 클로저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이겨서 기쁜 날 초치는 이야기 같아 좀 조심스럽다. 하지만 최근 트윈스의 모습을 보면서 우려를 멈출 수 없어 주제넘게 한 마디 덧붙인다. 강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 타선에서는 리드오프인 1번과 클린업의 중심인 4번이 강해야 하고 수비에서는 포수와 키스톤콤비, 중견수까지 이른바 센터 라인이 든든해야 한다. 투수 쪽에서는 강한 원,투 펀치 선발투수와 클로저가 믿음직스러워야 한다. 대충 이 뼈대가 잘 갖춰지면 강팀의 기반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은 없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다른 포지션과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포지션이 있다. 다른 포지션은 한두 번 실패해도 용납이 된다. 실패를 해도 다른 동료들의 도움으로 실패를 극복할 수도 있다. 어떤 4번타자도 10할을 칠 수는 없다. 극강의 선발투수도 30승을 올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포지션에서는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실패가 뼈아프지만, 그래도 그 실패를 통해 선수가 커나가길 바랄 수 있다. 다른 포지션은 비록 한두 선수가 실패를 해도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로저는 이야기가 다르다. 클로저는 실패가 용납이 되지 않는 포지션이다. 물론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아무리 훌륭한 클로저라도 5~7번의 블론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뻔히 블론이 예상되는 투수를 클로저로 올릴 수는 없다. 클로저는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그가 무너지면 팀은 패한다. 동료들이 힘을 내 실패를 극복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자신의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 그가 서 있는 순간이 그 시합의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클로저의 숙명이다.

봉중근을 무작정 비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가 수년 동안 팀을 위해 공헌했다는 사실도 결코 잊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의 봉중근이 트윈스의 클로저로 적합하냐는 문제는 그에 대한 고마움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그가 선발투수였다면 충분히 기회를 더 주자고 할 것이다. 필자는 5푼 타자 최승준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믿었고 첫 경기 부진했을 때부터 임지섭에게 더 많은 등판을 허용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클로저는 다르다. 클로저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한 때 트윈스의 클로저 자리를 꿰찼던 160km의 사나이 리즈가 16구 연속 볼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때 필자는 주저없이 그를 클로저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클로저가 그렇게 무너져버리면 팀 선수들 전체의 멘탈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클로저가 시합을 말아먹는다는 불안이 있다면 그 팀이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가?

트윈스는 당시 리즈를 재빨리 마무리에서 내리고 팀을 정비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봉중근이라고 예외를 적용할 이유가 있는가? 그를 응원하고,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구위가 클로저에 걸맞지 않다면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트윈스에는 정찬헌과 이동현이라는 좋은 불펜이 있지 않은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봉중근이 살아야 시즌 전체를 꾸릴 수 있다는 코칭 스태프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게임 전체를 날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이 시즌 전체로 봐도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 봉중근이 슬로우 스타터라면, 다른 자리에서 심신을 가다듬은 뒤 컨디션이 올라왔을 때 다시 마무리의 중책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 구위를 떠나 표정에서 드러나는 봉중근의 자신없음이 안쓰럽다. 팬으로서 봉중근을 얼마든지 오래 기다릴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그가 꼭 클로저라는 부담을 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