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K리그 팀들의 상황이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경기 내용에 비해서 나름대로 실속을 챙기고 있다. ACL에 올라간 4팀 모두 16강 가시권에 놓여 있는 만큼 K리그 팀들의 동반 16강 진출도 꿈은 아닐 전망이다. 만약 4팀이 모두 16강에 올라간다면 2010년 전북, 성남, 포항, 수원이 나란히 조별리그를 통과한 이후 5년 만에 이루는 성과가 된다.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 E조 1위, 2승 2무, 승점8점, 득점8, 실점2 골득실+6
전북은 예상대로 순항 중이다.
예상대로 전북은 강했다. 현재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시와 레이솔과의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아쉽게 출발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엄청난 골폭풍을 터트리며 산둥 루넝과 빈즈엉FC를 각각 4-1과 3-0으로 완파했다. 기존의 ‘닥공’이 에두와 에닝요의 복귀로 더 강해진 모습이다. 에두는 아직 ACL에서는 1골에 불과하지만 최전방 공격수로서 2선과의 연계 플레이가 무르익고 있고 에닝요도 예전의 기량을 그대로 간직하며 전북의 공격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다만 빈즈엉 원정에서의 무승부는 아쉬운 결과다. 최강희 감독은 체력안배를 위해 주전 선수들을 일찌감치 베트남 원정에서 제외했다. 로테이션 시스템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출전시간이 적었던 이승현, 문상윤 등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특유의 강력함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날 기록한 득점도 에닝요의 감각적인 코너킥 골이 유일했다. 그만큼 풀어나가는 능력이 부족했고 선수들의 몸놀림 또한 무거웠다. 다른 선수들보다도 이재성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남은 두 경기에서 2무 이상만 거둬도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전북으로서는 다른 팀들에 비해 여유가 있다. 전북은 조별리그 결과에 목을 메기 보다는 16강 이후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강 스쿼드를 구축했지만 아직 조직적인 측면에서 완전하지 못하다. 다양한 실험과 동시에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것이 최강희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다.
‘시민구단의 반란’ 성남FC: F조 2위, 2승 1무 1패, 승점7점, 득점4, 실점2, 골득실+2
시민구단의 반란을 꿈꾸는 성남FC.
그러나 성남은 예상 외의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의 지휘 아래 안정된 조직력을 과시 중이다. 그 중심에는 역시 김두현과 황의조가 버티고 있다. 김두현은 성남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포지션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왔다. EPL에서 뛰던 시절처럼 빠른 몸놀림을 선보이지는 못하지만 한층 성숙한 플레이로 팀의 구심점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감바 오사카 전에서는 ‘일본 간판 미드필더’ 엔도 야스히토를 완벽히 무력화시키며 한 수 위의 실력을 과시했다.
황의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까지는 이렇다 할 득점력을 뽐내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윙포워드와 최전방 원톱을 오가며 조별리그 4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모든 플레이에서 자신감이 묻어 나오고 있다. 나쁘지 않은 신체조건에 스피드와 연계 능력이 결합되면서 그 누가 되었든 황의조를 쉽게 막을 수 없다.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성남이 가장 조심해야 될 부분은 선수들의 체력관리다. ACL 진출 K리그 팀들 중 유일한 시민구단인 만큼 스쿼드의 두께가 얇다. 로테이션 시스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면 선수들의 부상이 빨리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시민구단일수록 한 선수의 부상이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조별리그 통과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활한 청백적 군단’ 수원 삼성: G조 2위, 2승 1무 1패, 승점7점, 득점8, 실점6, 골득실+2
엄청난 폭발력으로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는 수원 삼성.
수원이 ACL에서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염기훈의 왼발이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조별리그 4경기에 모두 출전해서 1골-2도움을 기록하며 캡틴으로서의 역할을 200% 이상 수행하고 있다. 특히 브리즈번 로어 전에서의 프리킥 골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권창훈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점차 자리를 잡더니 이번 시즌에는 팀의 핵심선수로 발돋움했다. 권창훈의 장점은 때로는 영파워로, 때로는 노련하게 플레이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어린 선수답게 왕성한 체력으로 시종일관 경기장을 뛰어다니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어린 선수답지 않게 노련하고 침착한 플레이로 경기를 리드한다. 브리즈번과의 홈경기에서 고전하던 수원이 권창훈 투입과 동시에 3골을 퍼부은 것만 봐도 이 선수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이 가능하다.
수원도 전북과 마찬가지로 남은 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해도 16강 진출이 확정되기 때문에 다소 여유로운 편이다. 결국 수원의 목표는 베이징 궈안을 잡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원정에서 오심으로 인해 패배하여 독기가 잔뜩 오른 만큼 또 다른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경기 패배에 대한 복수와 G조 1위가 걸려있는 만큼 치열한 경기가 예상된다.
아쉬움 남는 FC서울: H조 2위, 1승 2무 1패, 승점5점, 득점2, 실점2, 골득실0
FC서울은 공격력 회복이 16강 진출에 최대 분수령이다.
자원은 많다. ‘베테랑’ 정조국을 비롯해서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김현성, ‘고대 앙리’ 박희성 그리고 ‘독일파’ 윤주태까지 각양각색의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하나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7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박주영의 경우 AFC 선수등록이 끝난 후에 이적했기 때문에 8강전이 되어서야 출전할 수 있다. 당장은 기존의 선수들로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일정도 만만치 않다. 당장 오는 21일 홈에서 ‘우승후보’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혈투를 벌여야 한다. 광저우는 현재 3승 1패로 조 1위에 올라 있지만 상황에 따라 16강 진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부터 이어온 광저우 징크스를 깨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다음 달 5일에는 가시마 원정을 가게 되는데 이 역시 쉬운 승부는 아니다. 조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가시마지만 홈에서는 다르다. 지난 7일 홈에서 광저우를 2-1로 잡아냈다. 객관적인 전력은 제일 떨어지지만 J리그 전통의 강호인 만큼 그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이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웨스턴 시드니가 가시마를 이긴다는 가정 하에 무조건 2승을 거두어야 한다. 만약 1승 1무 또는 1승 1패를 거둘 때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결국 최용수 감독에게 모든 것이 달렸다. 답답한 공격력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ACL에서 만큼은 강했다. 2013시즌에 준우승을 거뒀고 지난 시즌에는 불안한 전력 속에서도 ACL에서 K리그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과연 이번에도 최용수 감독이 어려운 팀 사정을 잘 추슬러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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