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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거침없는 공룡야구] ‘호부지’의 이름으로 - 이호준의 불혹 이야기
4월 7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 5 - 3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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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지'의 웃음을 오래오래 볼 수 있을것 같다.



인생은 이호준처럼!

이호준은 NC의 중심이다. 2013 시즌을 앞두고 SK에서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자마자 주장-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았다. 경기장 안에서는 두 시즌 연속 타율 0.270 20홈런 78타점 이상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었고, 경기장 밖에서는 호탕한 성격과 형님 리더십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팬들은 후배들의 아버지 같은 존재인 이호준을 위해 이름(호준)과 경상도 사투리인 아부지(아버지)를 결합한 ‘호부지’라는 애칭을 선물했다.

시즌 전 이호준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허리부상으로 인해 스프링캠프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나이도 어느덧 불혹에 다다랐다.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솔직히 ‘기량 유지만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모창민에게 5번타자 자리를 넘기고 주장직도 이종욱에게 주며 서서히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주장도, 중심타자도 아니지만 ‘호부지’는 여전했다. (설레발일 수도 있겠지만)부담감을 벗어던진 이호준은 다시금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 타율 0.476(리그 3위), 2홈런(리그 6위), 11타점(리그1위), 장타율 0.810(리그 4위)를 기록했다. 과연 우리 나이로 불혹을 맞이하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호부지’의 진가는 2연패를 끊고 3연승의 시작점이 된 1일 넥센 전에서 빛을 발했다. 3회말 6-2로 앞선 무사 2루 상황에서 3년 만에 희생번트를 댔다. 자존심이 아닌 팀 승리를 우선시한 그의 모습을 보며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다. 쐐기 적시타를 때린 박정준은 “이호준 선배가 번트를 대서 어떻게든 주자를 불러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NC는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3연승을 달렸다. 이 사이 이호준은 타율 0.538 2홈런 10타점으로 회춘한 모습을 보였다.

회춘의 비결은 당겨치기와 부담감 탈출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운동반응이 느려진다. 이를 의식한 이호준은 밀어치기에 주력했지만 몸 쪽 공에 대처하지 못하며 많은 병살타를 양산했다(지난해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인 병살타 15개). 김경문 감독은 오히려 과감하게 당겨치기 할 것을 주문했다. 당겨치기가 되면 의도대로 된 것이고 다소 타이밍이 늦어도 자연스레 밀어치기 형태가 되었다. 또한 “5번에 있을 때는 주자가 있으면 '꼭 내가 불러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담감도 조금은 느꼈다. 그런데 6번은 그렇지 않다. 5번보다 부담감이 덜하다. 6번에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며 한결 여유롭게 타석에 선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이날 경기에서 ‘호부지’는 결승타를 때리며 4연승을 이끌었다. 경기는 6회까지 2-2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6회초 NC가 나성범의 좌전안타와 테임즈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모창민은 1루수 앞 희생번트를 댔는데 필이 과감한 3루 송구로 나성범을 잡아냈다.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던 타이밍이었다.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이호준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100구를 던진 스틴슨의 제구는 흔들리고 있었고 볼 카운트는 3-0가 되었다. 4구는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듯 다소 가운데로 몰렸고 이호준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공은 빨랫줄처럼 날아가 좌측 펜스를 원 바운드로 때리는 2타점 2루타가 되었다. 결승타가 된 이 타구는 NC에게 4연승을, 해커에게 2연승을 선사했고, KIA의 6연승에 제동을 걸었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 ‘호부지’를 3년은 더 볼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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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해커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개명(?)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더 이상 'no.34 에릭'도 '불운'도 없다.

NC와 3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는 에릭 해커는 지난해까지 에릭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외국인 선수는 일반적으로 성을 따르지만 NC는 부정적인 이름으로 비칠 수 있는 해커 대신 에릭을 쓰는 것을 권유했고 에릭도 흔쾌히 수락했다(특히 NC의 모 구단이 IT기업인 것도 한 몫했으리라).

지난 2년간 에릭의 별명은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2013시즌 178⅓이닝, 평균자책점 3.63완투 3회라는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지만 득점지원이 단 4.1점뿐이었고 승리도 4번밖에 건지지 못했다(그해 17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최소 승수). 이듬해에는 8승 무패를 달리며 불운을 떨친 듯 했다. 하지만 이후 17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그동안 평균자책점 4.67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7회를 기록했음에도 승리의 여신은 에릭에게 단 한 번도 미소를 짓지 않았다.

에릭도 운명을 바꾸기 위해 프로야구를 휩쓴 개명(?) 열풍에 합류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팀과 상의한 끝에 에릭 대신 해커를 쓰기로 결정했다. 인상도 머리카락과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며 보다 강한 모습으로 바꿨다. 해커의 스타트는 쾌청하다. 2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 개막전에서 6이닝 4피안타 3실점(1자책점)으로 시즌 첫 승을 본인과 팀에게 선사했다.

두 번째 상대는 6연승을 달리고 있는 파죽지세의 KIA였다. 하지만 이날 KIA 타선은 해커 앞에서 침묵했다. 해커의 직구는 구석구석을 찔렀고 너클 커브는 춤을 췄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노리고 이닝이 갈수록 구종을 늘린 지능적인 투구도 잘 먹혀들었다. 한국무대 3년차에 접어들면서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는 법을 완전히 익힌 듯한 모습이다.해커는 6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1자책)점으로 기분 좋은 2연승을 달렸다.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이닝이터’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야구는 갈수록 더 많은 인기와 관심을 받으며 보다 전문화되고 있다. 수 많은 지표가 등장하며 선수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해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타자는 타율과 홈런, 투수는 평균자책점과 승리로 평가한다. 그렇게 따지자면 2년간 단 12승밖에 거두지 못한 해커는 좋은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해커가 얼마나 성실하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인지 잘 안다. 외국인 선수 최초로 등록명을 바꾼 에릭, 아니 해커가 이 기세를 쭉쭉 이어나가 그동안 불운으로 놓쳤던 승리와 명예들을 올해 일시불로 받길 바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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