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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진혁의 평생 잊지 못 할 사이클링 히트 이야기

  • 기사입력 2015-04-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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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혁(단국대)에게 2015년 4월 4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사이클링 히트’ 또는 ‘히트 포 더 사이클’. 한 경기에서 한 타자가 달성 할 수 있는 모든 안타(안타-2루타-3루타-홈런)를 달성한 것을 의미한다. 야구는 10타석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스타 대접을 받는다. 한 경기 4안타를 때리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인데 모든 종류의 안타를 때리는 것은 힘-스피드-운이 따라야만 가능한 일이다. 힘이 좋은 타자는 스피드가 꼭 필요한 3루타가 모자라고, 반대로 스피드가 좋은 타자는 힘이 필수인 홈런이 모자란 경우가 수두룩하다. 운도 중요한 요소다. 나성범(NC)은 지난해 6월 4일 마산 넥센전에서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만을 남겨둔 채 9회에 들어갔다. 그는 마지막 타석에서 좌측으로 낮고 강한 타구를 보냈는데 아쉽게도(?) 공이 담장을 살짝 넘어가며 대기록을 놓치고 말았던 사례가 있다.

사이클링 히트는 수치로 봐도 매우 귀하다. 33년 KBO리그 역사상 단 16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특히 타고투저가 심했던 지난해에는 ‘사이클링 히트 도전’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여겨졌지만 성공자는 단 한 명이었다.

그 귀한 사이클링 히트가 대학리그에서도 터졌다. 그 주인공은 단국대학교 내야수 장진혁(4학년)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장진혁은 2011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구자욱(삼성),이민호,김성욱,박민우(이상 NC), 한현희(넥센)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을 정도로 고교야구에서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의 꿈은 4년 뒤로 밀렸다.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진혁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육성선수(신고선수)의 길도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대학야구를 선택했다. 마침 내야수가 필요했던 단국대에 입학하며 1학년부터 매해 15경기 이상 출전했다. 졸업과 드래프트를 앞둔 올해는 주장이라는 중책도 많았다. 중요한 해의 첫 대회에서 그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겼다.

4월 4일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2015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에서 단국대는 계명대를 상대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단국대가 앞선다는 평은 있었지만 계명대도 지난해 춘계리그 8강, 대학야구선수권 대회 8강의 성적을 올리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팀이었다.

이날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장진혁은 ‘1번 타자니까 끈질기게 승부해서 처음부터 잘 살아나가자, 다부지게 쳐보자’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시작이 좋았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장진혁은 계명대 선발 박내현의 5구째를 중전안타로 연결했다.

악몽 같았던 3회는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3회초 무사 1루에서 스탠딩 삼진을 당하며 아쉽게 물러났다. 3회말 수비에서는 1사 1루에서 김영진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1,2루 위기를 맞았다. 팀이 3회 4점을 먼저 올렸지만 곧바로 1점차까지 쫓긴 상황에서 나온 실책이었기에 자칫 역전의 빌미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단국대 정성종이 두 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장진혁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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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저지른 실책은 장진혁이 더욱 매서운 타격을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다.


절치부심한 장진혁은 세 번째 타석부터 계명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는 영양가 만점의 장타를 쏘아 올렸다.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이 돌아왔다. ‘수비는 수비고, 타격은 타격이니까 이번 타석에 더욱 집중하자.’라는 각오를 품고 풀카운트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나갔다. 7구째 공이 다소 높게 몰렸다. 마침 구질도 노리고 있던 직구. 장진혁의 배트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고 공은 경쾌한 소리와 함께 125m를 날아가 우중간 펜스를 넘겼다. 실책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함께 날아갔다.

5회초에는 2사 1,2루 3-0 상황에서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좌익수 왼쪽으로 휘어들어갔고 문종찬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잡기에 역부족이었다. 5-4에서 7-4로 달아나는 2타점 적시 2루타였다.

안타-홈런-2루타, 이제 홈런보다도 힘든 3루타만 남았다. 장진혁의 머릿속에는 사이클링 히트가 떠올랐지만 굳이 욕심내고 싶지 않았다. 7회초 1사 후 장진혁은 초구를 힘껏 잡아당겼다. 공은 다소 힘없이 좌익수 방면으로 매우 높게 떠올랐다. 좌익수는 미리 낙구위치를 잡고 있었으나 갑자기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더니 다이빙 캐치에 실패했다. 이 타구에 대해 계명대 문종찬은 “앞서 다이빙캐치로 놓친 2루타가 기억에 남아 타구가 뜨자마자 미리 자리에 가 있었다. 그런데 공이 떨어지는 순간 바람이 불며 공이 갑자기 흔들렸다” 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신월구장은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고 바람과 가랑비가 오가는 궂은 날씨였다. 장진혁의 3루타는 이전 타석에서 좌익수에게 심어준 2루타의 잔상과 바람이 만든 운 혹은 합작품이었던 셈이다.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시작한 장진혁은 거침없이 3루를 품으며 생애 첫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1타점 우전적시타를 때려내며 자신의 기록을 자축했다.

단국대는 장진혁의 활약에 힘입어 15-6으로 계명대를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6개팀 중 상위 3팀이 다음 라운드에 오르는 리그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 장진혁은 6타수 5안타(1홈런) 4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대학야구 7년 만에 통산 22번째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장진혁이 이 기록을 평생 잊지 못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가 고교시절부터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는 오재원(두산)이다. 똑같은 내야수에 왼손타자라는 공통점이 있고 화이팅을 닮고 싶어서다. 이날 부로 장진혁은 자신의 우상과 똑같은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KBO리그의 마지막 사이클링 히터도 오재원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팀의 우승과 동시에 드래프트 지명을 꿈꾸며 “어떤 팀이든 불러주시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장진혁. 조만간 오재원과 프로 무대에서 그들만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올 듯싶다. [헤럴드스포츠(신월)=차원석 기자@notime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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