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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만수'는 이번에도 그냥 오지 않았다
4강 PO 1차전 : 울산 모비스(1승) 86-71 창원 LG(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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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고 온 양동근은 강했다. 1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PO 1차전에서 모비스 양동근(가운데)이 상대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양동근의 '원맨쇼,' 돌아와요 김시래
작년 챔프전의 리턴매치로 기대를 모았던 모비스-LG 간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결국 양동근의 ‘원맨쇼’로 막을 내렸습니다. ‘쉴 땐 무조건 잔다’던 양동근은 LG가 오리온스와 혈투를 치르는 동안 정말 많이 자둔 듯, 38분54초를 뛰며 28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2대2 플레이를 통해 찬스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슈팅에 임했고, 쉴새없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며 LG 앞선에 베테랑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 양동근입니다.

‘양동근이 터진 날의 모비스는 막을 재간이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요, 물론 양동근이 모비스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추적인 선수지만 이번만큼은 양동근의 수비력을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이날 양동근에게는 그제까지 6강PO 다섯 경기에서 날아다니던 김시래의 기를 첫판부터 확실히 꺾어놓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동근이 형과 한번 붙어보겠다’던 LG 4강행의 주역 김시래는 이날 단 3득점에 묶였는데요. 다섯 경기 평균 14.4득점에 20득점 이상을 두 차례나 기록했던 김시래의 6강PO활약을 생각하면 양동근의 수비가 김시래를 얼마나 지치게 만들었는지 알 만하죠.

우리나라 앞선 가드진 중 양동근만큼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개인적으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시절에도 가르쳐봤지만 맨투맨 디펜스나 상대의 2대2공격 시 빠져나가는 수비는 정말이지 일품이죠. 그정도 베테랑이면 후반전을 위해 체력 안배를 할법도 한데 이날 양동근은 푹 쉬고 나와서 그런지 경기내내 전력을 다해 수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2차전에서도 김시래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활로를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날은 유병훈이 앞선을 먹여살렸지만, 어찌됐건 양동근이 터지는 가운데 김시래가 침묵하는 현상은 LG로선 뼈아픈 일입니다. 김시래는 기죽지 말고 맞불을 놓는다는 기세로 자신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합니다. 농구에서 포인트가드가 부담감을 느끼고 자꾸 피해다니면 팀이 안정감을 찾을 수 없습니다. 볼을 잡을 때도 다가가든 물러나든 많은 움직임이 이뤄지는 가운데 잡아야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습니다. 40분 뛸 생각에 컨디션을 조절하기보다 잠깐 뛰더라도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뛰어야 김시래는 6강때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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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로 전창진 KT감독과 통산 플레이오프 최다승 타이(41승)를 기록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

'만수'는 이번에도 그냥 오지 않았다
1쿼터에만 양동근에게 14점을 얻어맞은 LG는 2쿼터 양우섭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습니다. 양우섭의 타이트한 수비가 어느 정도 통하는 사이 공격에서도 2대2 픽앤롤로 재미를 보며 이내 두 점차 추격까지 성공한 LG였죠.

그 시점에서 LG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면 이날 승부의 향방은 점치기 힘들어졌을 테지만, 모비스는 지역방어를 사용하며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유재학 감독은 하프타임 인터뷰에서 "(지역방어를)나중에 승부처에서 사용하려고 아껴뒀는데, 생각보다 빨리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그만큼 이날 선보인 존 디펜스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모비스의 지역방어는 확실히 정규리그 때와는 달랐습니다. 2-3 존 디펜스의 모양은 지키되, 앞선에서 컷인하는 선수가 있으면 끝까지 따라가고, 그 빈공간을 뒷선의 선수가 올라와 메워주는 변칙적인 모습을 띠었죠. 앞선 뒷선 간 선수들의 자리가 바뀌었다가도 볼이 외곽으로 빠지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많은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수비형태였습니다.

어찌됐건 이 변칙적인 지역방어로 인해 추격에 나선 LG의 흐름은 완전히 깨졌습니다. 그나마 재미를 보던 투맨게임도 무용지물이 됐죠. 결국 10점차 리드를 내주고 전반을 마친 LG는 이후에도 김종규의 미들슛 이외에 이렇다할 공격루트를 찾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줬습니다.

지역방어는 ‘제퍼슨 잡이’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지난 관전평 때도 말씀드렸듯 제퍼슨은 외곽에서 볼을 잡고 골밑까지 스텝을 활용해 치고들어오는 유형의 선수인데, 유심히 관찰하면 쭉쭉 내지르는 스텝보다는 좌우로 한발한발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는 스텝을 이용해 1대1 공격에 나섭니다. 흔히들 ‘유로 스텝’이라고 하죠. 이날 제퍼슨은 물론 컨디션도 안 좋아보였지만 확실히 모비스의 지역방어에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러모로 모비스가 제퍼슨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나왔다고 볼 수 있겠죠. LG는 어떻게든 2차전에 모비스 존 디펜스에 대한 해법을 들고나와야 할 듯 싶습니다.

6강PO 후반부터 ‘태업 의혹’이 제기됐던 제퍼슨인데요. SNS에 ‘집에 가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남겼다고 하던데 자칫 팀워크를 해치는 모습으로 한시즌 농사의 마무리를 망치지 않을지 우려스럽습니다. 이날처럼 LG가 투맨게임이 안되고 지역방어에 고전하며 이렇다할 공격루트를 찾기 어려운 날에는 결국 용병들의 1대1을 통해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를 파생시켜야 합니다. 이날 24득점에 무려 리바운드를 19개나 걷어내며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한 라틀리프를 상대할 선수, 제퍼슨 말고 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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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저 모비스 꼭 이기고 싶어요' 18일 LG김진 감독(오른쪽)이 경기중 김종규를 격려하고 있다.

종규야, 힘든 건 알지만 챔프전 가야지
이날 제공권 다툼 역시 리바운드 개수(37-29)에서 드러나듯, 모비스의 완벽한 우위였습니다. 라틀리프가 쉴새없이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사이 함지훈은 매치업 상대 김종규를 외곽 언저리까지 끌고나가며 리바운드 타이밍을 잡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김종규는 이날 리바운드가 단 한 개에 그쳤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면이 있지만 분명 해야할 역할이 있는 선수인만큼 2차전부터는 좀더 리바운드에 적극성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LG의 강점인 속공에서 큰 역할을 하는 김종규인데요. 리바운드 없이는 속공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걸 유념해야 합니다.

공격 시에도 포스트에 볼이 투입될 경우 김종규가 외곽으로 벌리며 미들슛 찬스를 노리는 게 LG의 위력적인 공격옵션 중 하나지만 좀더 포스트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비진을 흔들어주면 좋을 것입니다. 로(low)에서 로, 로에서 하이(high), 하이에서 로로 페인트존 주위를 삼각형으로 맴도는 센터의 기본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메시나 제퍼슨 역시 라틀리프를 상대로 박스아웃에 힘써 적어도 디펜스 리바운드는 꼬박꼬박 잡아내줘야 하겠습니다.

모비스는 이날 베스트5 모두가 풀타임 가까이 뛰면서 LG를 압박했는데요. 그만큼 유재학 감독은 첫판 기선제압을 중요하게 생각한 듯했습니다. 모비스 선수들에게만 주어진 충분한 휴식은 빠른 트랜지션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LG를 그야말로 서럽게 만들었죠.

하지만 퐁당퐁당으로 계속 게임이 이어지는 일정을 감안하면 모비스도 언제까지 주전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치를 순 없을 겁니다. 분명 체력적인 문제는 발생할 것이고 그만큼 식스맨들의 활약은 절실해지겠죠. 모비스 식스맨들은 거의 슈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날 모비스의 외곽포는 단 두 방에 불과했는데요(게다가 그중 하나는 행운이 따랐죠). 3점슛 없이도 무려 35개의 2점슛(성공률 61%)으로 압승을 거둔 모비스지만 식스맨들을 활용해 외곽 득점을 노리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겠네요. 단 모비스 식스맨들이 만들어서 쏘는 선수들은 아닌만큼 ‘만들어줄 수 있는’ 주전 선수들과의 조합을 잘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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