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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미인계까지 동원한 PGA투어 피닉스오픈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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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걸 복장을 한 미녀 아가씨들.


매년 2월 애리조나 주에서 열리는 피닉스오픈은 수십 만 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골프대회로 유명하다. 올 해는 56만 4368명의 관중이 입장해 지난 해보다 0.24%의 증가세를 보였다. 비가 내린 데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이 인근에서 열렸고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동반 컷오프되는 악재가 있었으나 갤러리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런 갤러리 동원력은 조직위가 독특한 관전 문화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쇼’로 평가받는 피닉스오픈은 정숙해야 하는 골프 대회에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냈다. 그리고 대회 수익금을 지역 사회의 소외 계층을 위한 자선기금으로 쓰고 있다. 관중 입장에선 유명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마음껏 에너지도 발산하며 자선활동까지 하는 ‘1석 3조’의 아이디어다.

1932년 창설된 피닉스오픈은 ‘선더버드 재단’이라는 피닉스 지역 시민단체가 운영중이며 올해까지 마련한 기부금은 9300만 달러(약 1034억 원)를 넘어섰다. 올 해는 700만 달러를 자선기금으로 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무난히 자선기금 1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조직위는 입장권 판매와 후원사 협찬금, 호스피탤리티 마키 판매, 머천 다이징 및 식음료 판매 수익 등으로 매출을 올린다. 그리고 수익금의 70~80%를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기부금으로 활용한다.

피닉스오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재단 측의 빼어난 마케팅 능력이다. 피닉스오픈은 올 해 프로암에만 7만 5380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했다. 대회장 인근 글렌데일에서 슈퍼볼이 열리는 것을 고려해 프로암에 유명 풋볼 선수들을 초청했다. 이들의 라운드 모습을 스탠드에서 지켜 보며 슈퍼볼에 대한 대리 만족을 얻으라는 아이디어였다. 참고로 올 슈퍼볼의 입장객 숫자는 8만 3000명이었으며 같은 날 열린 피닉스오픈 최종라운드의 갤러리 숫자는 8만 3552명이었다.

피닉스오픈은 또한 대회 기간 중 유독 미녀들이 눈에 띈다. 대회 조직위에서 VIP와 갤러리 서비스를 위해 피닉스 주변은 물론 라스베이거스와 LA 등지에서 활동중인 미녀 바텐더 300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대회장 곳곳에 설치된 호스피탤리티 마키(Hospitality Marquee)에서 식음료와 주류를 서빙하는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대회 흥행을 위해 이들 미녀들에게 치어걸 의상을 입혀 16번홀에서 응원전을 펼치기도 한다.

미녀 바텐더들은 기본급보다는 팁 수익이 더 많다고 한다. 이들은 매 라운드가 끝나면 18번홀의 호스피탤리티 마키에 모여 그날 받은 팁을 정산하는데 이 광경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다. 이용자들중 취기가 오른 일부 갤러리들은 팁을 아가씨들의 가슴 골에 팁을 찔러 주기도 한다. 대개 1달러나 5달러짜리 지폐를 팁으로 건네지만 통큰 갤러리는 호기롭게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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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끝난 후 팁 정산을 하고 있는 아가씨들.


이들 아가씨들이 몰려 있는 장소는 ‘골프 해방구’로 통하는 16번홀이다. 파3홀인 이 홀은 스타디움 구조로 3만명이 관전할 수 있는 스탠드가 설치된다. 스탠드는 3층으로 구성되는데 그 안에 수백 개의 호스피탤리티 마키가 자리한다. 프로야구의 스카이 박스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부스를 대회기간중 사용하려면 4만 5000달러에서 1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이 공간 안에서는 각종 식,음료가 제공되며 미모의 아가씨들과 흥겹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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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오픈이 열리는 TPC 스콧데일의 16번홀 전경.


워낙 많은 갤러리가 입장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도 철저하다. 특히 주말에는 피닉스 주변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전체 갤러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대학생들은 골프 경기와는 무관하게 드넓은 잔디밭에서 맥주를 즐기며 마음껏 젊음을 발산한다. 대회 조직위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매일 전문 보안요원 300여 명과 피닉스시의 경찰 인력, FBI 요원까지 배치해 만전을 기한다.

대회 조직위는 또한 대회코스인 TPC 스코츠데일 인근에 5만명을 수용 할 수 있는 거대한 임시 공연장을 별도로 만들어 목요일과 금, 토요일 사흘간 매일 다른 컨셉의 콘서트를 연다. 지역 주민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이 장소로 모여 흥겹게 축제를 즐긴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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